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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Sep 07. 2023

한 번쯤은 이메일을 써보고 싶던 마음의 소리 10

감사합니다 말고 다른 건 없을까

하루에도 몇 통씩 오고가는 메일... 어찌보면 회사생활에서의 소통은 말보다 글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해요. 근데 사실 행복한 메일은 몇 안되더라고요. '그대로 진행해주세요!', '입금됐습니다.', '너무 좋네요.' 뭐 이 정도랄까. 


대부분은 항상 감사하거나 죄송한 일 투성인데, 사실 실무자님들도 얼마나 사정이 많겠어요. 뭐 내가 결정권자도 아니고, 다들 어차피 말을 전하는 입장일텐데. 사실 가끔 '감사합니다.' 로 끝나는 메일말고, 그 분들이 진짜 하고싶었던 말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진짜 이렇게 이메일을 썼다간 사단이 나겠지만... 뭐 마음의 소리는 비슷하지 않을까.




1. 그렇게 됐습니다...

공식버전 : 죄송합니다 어찌고저찌고...저희 내부적으로 사정이 있어 뭐가 조금 늦어지고 있습니다. 추후 확인하여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사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것도 귀찮아질 무렵, 죄송한 소린 해야겠고 이걸 하나하나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니 실무자도 환장하겠는 중


설명하기도 뭐하네요



2. 이쯤되니 저도 모르겠습니다.

공식버전 : 상무님께서 이런저런 의견을 주셔서, 재차 수정안을 요청드립니다. 관련된 상세내용은 저도 내부적으로 한 번 더 확인해본 후 메일드리겠습니다.

중간에서 마포대교마냥 이런 의견 저런 의견의 비둘기 역할을 하다 지쳐죽어버리는 중. 마포대교는 무너졌다.

알게뭐람




3. 제발 지금 당장 주십쇼. 한 시간안에. 

공식버전 : 혹시 최대한 빨리 가능하실까요? 언제까지 가능하실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

업체에서 늦어지고 있다는 변명이 먹히지 않는 대악마에게 보고하기 1시간 전. 다리 떨고 손톱 물어뜯으며 무소음 적축 키보드가 유소음으로 바뀌고 있는 중


새로고침 중



4. 이건 뭔가요. 똥인가요?

공식버전 : 전반적으로 방향성이 잘 반영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첨부파일 딱 열어보자마자 심장 두근 대는 중. 옆 사람에게 보여주며 '이게 맞아 지금?' 이라고 대화함


어?....아아악!!!!!!

5. 저에게 물어보지 마세요. 저도 아는 게 없습니다...

공식버전 : 네네 저도 현업부서에 확인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모름. 모르는 중. 

저도 잘 모르우루우우에에에엥 히히히히 똥이다!



6. 저 좀 살려주세요. 젭ㄹ라

공식버전 : 리더님들이 주목하고 계셔서, 꼼꼼하고 빠르고 높은 퀄리티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실 <잘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로는 부족함. 이미 꼼꼼, 빠른, 높은... 수식어 넘쳐나는 중.

제발 결과물에 사탄들리지 않길



7. 싫어요. 회신도 하지 마세요. 

공식버전 : 주신 의견에 감사드리고, 어쩌고저쩌고 좋은 기회라 생각되지만 현재 사정이 이러저러해서 아쉽게도 함께할 수 없고 추후 좋은 기회로 다시 만나뵐 수 있길 블라블라..

이게 한 두통이면 괜찮은데 막 매일 수십통씩 뭔갈 거절하려고 하면 굉장히 일이 됩니다.



8. 아뭐가 그렇게 복잡해.. 쫌 그냥 해줘요.

공식버전 : 저희 지금 이러저러한 여차저차하니 부디 긍정적으로 검토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대면미팅을 통해 제가 직접 설명드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면미팅인데, 실무자가 직접 찾아가겠다? 근데 그게 오늘 지금이다? 그럼. 진짜 웨-------------엔만하면 해줘야 하는 거.


아 그냥..합시다..



9. 왜 그러는데. 모가 문젠데. 말을 해바요

공식버전 : 혹시 진행하는 데 있어 어떤 어려움이 있으실까요? 
or 혹시 지금 통화 가능하신가요?

상대가 뭔가 어깃장을 놓는데, 사실 그 이유가 모호할 때. 뭐라 명확히 얘긴 안하는데 자꾸 딜레이되거나, 자료를 안주거나, 결과물이 계속 이상하게 나오거나... 이렇게 되면 실무자는 아니 뭐가 문젠데? 싶음.

또는 갑자기 딱딱하고 무성의해진 답변같은 걸 받으면 예민한 실무자님들은 몹시 신경쓰이기 시작함. 하지만 긴가민가해서 딱히 말은 못하는.


앉아봐 여기

10. 아 쫌요. 거기 써놨잖아요. 

공식버전 : 상세한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을 꼭 참고해주시고, 추가 문의사항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아니 첨부파일을 참고하라고 했잖아. 아니 메일에 시기랑 내용 다 적어줬잖아. 메일은 대충 보고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상대에게 빡치는 중. 심지어 cc걸린 우리 팀원도 메일 안보고 네? 이러면..비슷한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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