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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an 29. 2024

젖꼭지가 본업을 이겼다.

맙소사 세상에

오랜만에 보는 12,000대네


이틀만에 12,000 조회수를 훌쩍넘은 젖꼭지글은 의아함을 자아낸다. 그래 이 단순하고도 민망한 단어 때문이었을까. 내 본업인 컬처덱 만든 후기는 120 조회수를 간신히 넘기는데 반해... 가슴을 부여잡고 대충 써갈긴 젖꼭지가 그 100배가 넘는 관심을 끄는 걸 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사실 원초적인 주제를 애기들만 좋아할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해다. 실제로 어른들이야말로 똥얘기, 방구애기, 은밀한 사랑얘기, 망한얘기, 야한얘기에 환장하는데 어른이 될 수록 억눌리는 원시성을 되찾기 위한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혹자는 뭔가 야한 얘기인가 싶어 들어왔겠지만, 뭐야 달리다가 쓸린 얘기잖아? 염병 낚였네. 라며 씁쓸함을 안고 돌아섰을 것이다. 조회수 대비 낮은 좋아요 수가 그것을 증명한다. 보긴 했지만 좋진 않다는 얘기지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고작 120조회수인데 좋아요 20개가 넘은 본업 글이 유효성 측면에선 더욱 가치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걸 본 우리 팀원은 두 개를 섞어보면 어때요? 라고 말했고 잠시 고민하다가... 되도 않는 소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이마를 짚었다.


콘텐츠라는 게 도대체 어떤 기준에 의해서 노출되고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이젠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나도 당연히 사업을 하는 사람이니 우리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각종 생산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사람들은 사실 누가 일하다가 겪은 뒷이야기나 물어보지 않은 자랑질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안 쓸수는 없어서 일단 쓰고는 있는 거지. 나는 이런 삽질을 [아카이빙]이라는 멋진 단어로 포장하곤 한다. [추후 누군가가 이걸 읽고 우리에게 의뢰를 주겠지] 라는 논리적으로는 그럴싸한 이유와 함께 말이다. 실제로 그런 이유를 대면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뿐더러 나조차도 나를 이해시킬 수 있다. 이 무의미해보이는 본업글의 지루함을 합리화시키기 아주 괜찮은 방법인 것이다.


다만 종종 이렇게 젖꼭지....... 가로세로5mm도 안될 것 같은 한쌍의 서리태에게 압도당할 때면 몹시도 현타가 오는 것 뿐이지. 본업글로 대박이 터지려면 도대체 어떤 종류의 글을 써야 하는건가. 이쯤되면 프로젝트하다가 똥싼 얘기라도 해야하는 건가. 내일 클라이언트사 미팅가는데,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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