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ce Jeung Jul 09. 2016

민낯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곳

아직 늦지 않았다, 그러니 마구마구 살아봐

20대를 달리며, 아직 어리다는 말을 듣곤했지만 한번도 스스로 그 말이 피부로 와닿은 적은 없다. 하지만 며칠 전 청춘이 아깝지도 않느냐는 동갑내기 친구의 말이 내 보드라운 속살에 날카롭게 꽂혔다. 그래, 아직 늦지 않았지. 지나가는 청춘을 붙들어 오롯이 살아보고 싶다. 아니, 그렇게 살자.

대충 산다는 것은 내게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 알맹이 없는 삶은 몸서리치게 두려운 것이니까, 사라져 버릴까 두려워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건 대충 산적이 없는 나에게 의미있는 알맹이가 없다. 왜일까. 이런 질문 속에서 억울함이 울컥 올라왔다. 이럴거면 뭘 그리 애쓰고 살았는지. 차라리 마구마구 살아보지 그랬냐며 스스로를 찔러댔다.

웃는 낯이 피곤한 요즘, 나를 아는 그 누구도 없는 그곳으로 가고싶다. 오롯이 민낯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곳으로. 가면을 벗은 나를 만나고 싶다. 그것이 내가 떠나야하는 이유이자, 스스로 알을 깨고 나가는 시작이겠지.

매거진의 이전글 의미중독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