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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혜 Oct 07. 2015

밴쿠버에서 한국 시차로...

누추한 청춘의 도전&성숙일기

지금 여기는 나의 세 번째 여정지, 세계에서 손꼽히는 살기 좋은 도시 밴쿠버라는데...

나는 잠이 안  올뿐이고. 한국은 오후 4시쯤 되어 가겠...난 자야하는데...

집에 가려면 아직 3개월이나 남았는데도 나는 벌써 한국 시차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이 땅에서.


어제 오후 말도 없이 수건 한 장 썼다고 홈스테이 아줌마에게 핀잔을 들은 이후로 계속 수건 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엄마가 있는 집에 가고 싶다, 어처구니없게도. 그깟 일로 서러워서.-_- (나이가 부끄럽다 정말) 입국 때 또 범죄자  취급받을 때도 당당했건만... 후- 타향살이.ㅠㅠ

한국말로 '회사 창립기념' 쓰여 있길래 이전 게스트가 쓰다가 버리고 갔으려니 하고 썼더니... 선물로 받아 고이 모셔둔 거란다. 이 아줌마가 정말...!! 너덜너덜하더만... 한국 사람을 뭘로 보고!!


오후에는 시내 한 어학원에 가서 곧 있을 Cambridge Exam 등록을 하고 왔다. 미국 있을 때 밴쿠버 있는 모든 어학원에 문의 메일을 보냈는데 제일 친절히 안부 몇 자 더 얹어줬다고 그놈의 한국 사람 '정'때문에 친절했던 'Ian'녀석의  멜을 봐서라도 그 학원으로 결정을 했다. 


내가 늘 낼모레 마흔을 피해서 나오길 잘했다고 여기는 순간이, 외국인들이 나를 나이보다 10년 언저리로 어리게 봐줄 때이다. 하하하하- 어려 보인다는 소리가 기분 좋을수록 확실히 나이 먹은 증거라는데... 고 나발이고 그냥 기분이 좋다. 하하하하!!

미국 세 번째 홈스테이 집에서는 한 터키 청년 아해랑 대화를 하는데 너 여기서 뭐하냐, 학교 다닌다, 아 High school? 하하하하- 어머, 얘~~!! 그때는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아- 얘네는 정말 동양인 나이 구분 못하는 구나라는 과학적 근거를 확실히 얻었다고나 할까?

밴쿠버 도착했을 때 처음으로 만난 밴쿠버 시민, 택시기사 인도인 아저씨는 절대 어디 가서 나이 얘기하지 말고 웃기만 하란다, 그럼은 충분히 20대 후반은 가능하다며 "I'm saying seriously."를 신신 당부하시곤 팁을 두둑이 챙겨 사라지셨다. 내가 인도서 좀 살다왔다고, 내가 인도를 좋아라 한다고 괜히 하신 소리는 아닌 게 분명했다.


오후에 집을 나가기 전, 더럽고 치사하지만 남의 집 (돈은 냈지만)  얹혀사는 주제라 사과 쪽지를 한 번 더 써놓고는 괜히 집에 들어오기 싫어서 근처 버거킹에 가서 오랜만에 입에 기름칠을 하고, 들어와서는 얼른 씻고 괜히 향수병 도진 것처럼 우울 모드 장착하고 일찍 침대에 누웠다.  

곧 잠이 들 것 같았는데 괜히 페이스북 뒤적거리다가 잠은 달아나고... 페북에서도 받아보는 조우성 변호사님 글을 한참 보다가 '브런치' 마크에 또 마음이 동해 3시간을 뒤척이나 일어나 랩탑 앞에 앉았다.


떠나오기 전에 유학원장님께서 모든 한국어는 차단하고 영어모드로만 살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일부러 한동안 모든 한국어를 차단했었는데 지금 완전 봉인해제가 되었다. 간신히 영어로 꿈꿀 만-한때에 한국어 각성 제대로 되어 이제 영어로 꿈꾸기는 물 건너간  듯하다. 나의 최선은 꿈에서 통역하는 정도, 거기까지였나 보다. 

*산타 마리~~~ 아!


한국어 타이핑하는 내 손가락을 어떻게 해버리고 싶지만...

오늘따라 수건 한 장으로 치사하게 구는 외국인 때문에 한국어나 제대로 잘해보자는 반발심으로 한국어 각성한다. 

하- 자야겠다.

내일 또 비굴모드로 남은 기간 편안하려면 꿀잠을 자야한다.

Good luck to me and Sweet Dream~! (Please in English!!!)


(*산타마리아: 샌프란시스코 홈스테이 필리핀 아줌마가 어이없을 때 외치는 말. "Oh, my goodness"와 같은 뜻)


p.s. 승인이 되면... 인도를 향한 출발기부터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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