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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lein Dec 31. 2015

나만이  간직하고 싶었던 그곳.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블루라곤, 골든 서클.

“꽃보다 청춘이 아이슬란드에 간다고?”


인터넷에 기사가 떴다. '꽃보다 청춘'의 촬영지가 아이슬란드라고...


" 내년 여름쯤이면 아이슬란드 직항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환승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이기에 직항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기지만 아이슬란드의 아름다움을 나만이 간직하고 싶었던 욕심에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북유럽에 위치한 나라. 아이슬란.

'아이슬란드'라는 이름을 들으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 하며 그곳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이슬란드는 유럽대륙과 그린란드 사이에 위치한 나라이다.


해마다 조사하는 행복지수가 항상 1~10위안에 드는 지금도 화산이 분출되는 나라.

몇 해전에는 큰 화산이 분출돼 유럽의 비행기들이 운행을 하지 못했던 적도 있다.


2010년 '에이야프얄라요쿨'의 화산재 분출 모습(출처:한국일보)


북유럽 여행은 가장 마지막에 해야 한다던데...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나라의 여행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등 역동적인 유럽 나라들을 여행한 후 가장 나중에 여행하는 곳이라고. 이유는 그곳의 자연을 보는 것 차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웅장하여 북유럽을 다녀간 후 다른 유럽 나라를 가면 비교가 되어 감흥을 느끼기 못하기 때문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7월.


아이슬란드는 나의 3번째 유럽 여행지가 돼버렸다.


한국에선 아이슬란드로 가는 직항이 없어 베를린에 들려 하루 여행을 하고 로컬을 타고 이동을 했다.


2시간을  연착하고 1시간을 날아가 밤 12시가 되 도착한 아이슬란드 케플라비크 국제공항.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40분 정도 떨어져 있다.


케플라비크 국제 공항


7월의 아이슬란드는 한국의 가을처럼  선선하였고 피부에 와 닿는 공기는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풀 내음처럼 자연과 가까운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늦게까지 이졌던 백야 때문에 환 했던 주변은 어둠이 내려져 우리나라의 새벽녘 어스름한 정도로 주변이 보일 듯 말 듯 하다.

공항버스가 끊겨 택시를 타고 이 나라의 수도인 레이캬비크에 있는 숙소로 이동을 하였고 친절한 택시기사 아저씨는 추천 식당과 관광지를 소개하며 처음 이곳에 온 낯선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여기가 수도 맞아? 그냥 아담한 동네 같아.
세계의 수도들 중 위도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곳.
'레이캬비크(Reykjavík)'


레이캬비크(Reykjavík)는 세계의 모든 수도중 가장 위도가 높은 지역에 있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여서 그런지 이곳은 범죄가 거의 없다고 한다. 겨울에는 스키와 온천, 오로라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오고, 여름은 온화한 날씨가 이어져 관광 성수기인 6월부터 8월 초까지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한다. 그래서인지 거리에는 주변의 유럽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거리는 깨끗했고 무질서하지 않았으며 여행자의 가방을 소매치기의 재빠른 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끊임없는 주의도 필요하지 않았다. 복잡 하지도 번잡하지도 않은 도시 같지 않고 어느 소도시의 작은 동네 같은 곳이다.


알록달록한 색의 레아캬비크 거리
한나라의 수도 임에도 불구하고 레이캬비크는 바다가 있는 작은 마을 같은 도시이다.

 

아이슬란드의 물가는 꽤 높은 편이다. 음식값도 비싸고 자동차 렌트비, 휘발유값... 모든 것이 비싸다. 이유는 수산업이 국가산업의 주종을 이루고 공산품이나 기타 생활용품은 대부분 수입을 한다고 한다. 내국에서 제조를 하더라도 원재료를 수입하기 때문에 물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더 큰 이유는 최저 임금이 높아 많은 임금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저 임금이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 시급 14,000원이다. 그만큼 노동에 대한 가치를 높게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1월 15일 방송된 '꽃보다 청춘' 참조함)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대체로 행복하다고 한다. 이른 아침 산책 중에 청소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며 열심히 일 할 뿐만 아니라 참 성심 성의껏 일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유가 있는 모습들이었다. 처음 레이캬비크 시내를 돌아다니며 놀랐던 것은 길가에 주차된 차들 중 한국의 H사, K사 차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동양인조차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이 먼 나라에서 한국 차들을 볼 수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며 어찌나 반갑던지 괜히 자부심도 생기는 듯하였다.


거리에 주차되어 있는 한국차. 여행을 위한 차는 한국차를 렌트 하였고 네비게이션은 한국어도 지원이 된다.
알록달록한 상점과 주차 요금을 처리하는 박스가 보인다.
바이킹 관련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
시내를 걷다 다다른 트요르닌 호수


호텔 앞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좋아.


레이프 에릭손 호텔 별관. 이른 아침 호텔 앞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좋았다


내가 묵었던 숙소이다. 뒤에서 얘기할 '레이프 에릭손'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그대로 인용한 호텔이다. 흔히 생각하는 일렬로 선 깃대봉에 만국기가 휘날리는 로비가 큰 호텔이 아닌 작고 아담한 본관과 별관이 따로 있는 호텔이다. 방을  배정받고 피곤한 몸을 씻으려 욕실 문을 여니 사람 한 명이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작은 크기이다. 수도꼭지를 돌리니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고 유황냄새가 난다. 처음엔 유황냄새 때문에 양치를 해도 되나 싶어 망설였지만 오히려 유황  냄새나는 물이 더 좋은 거라 한다. 화산의 나라라는 것이 비로소 실감이 난다.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정문 앞에 이 도시의 상징인 '할그림스키르캬' 교회가 있다는 것이다. 레고 블록 같은 시내를 돌아다니다 몇 번 길을 잃어버렸지만 이 도시 어디에서도 보이는 랜드 마크인 호텔 앞 교회 덕분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앞 벤치에 앉아 본다. 신선한 공기와 하루를 시작하는 이곳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매일 아침 조식을 먹던곳. 작은 식당이었지만 음식들은 모두 신선하며 맛있었다.


탑이 아니고 건물이야?
레이캬비크의 랜드 마크 '할그림스키르캬 (Hallgrimskirkja)' 교회


숙소에 도착 후 자는 둥 마는 둥 잠깐 눈을 붙이고 비몽사몽 일어나 조식을 먹으려 본관식당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커다란 탑이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니 탑이 아니고 건물이다. 현무암을 이용하여 지은 건축물로 완성하는데 무려 35년이 걸린 1986년에 완공되어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건축물 리스트에 있는 '할그림스키르캬' 교회이다. 몇백 년을 간직한 유럽의 오래된 교회와는 달리 역사는 짧지만 이곳 사람들한테는 큰 상징적 의미가 있는 건물이다. 용암이 흘러내리는 주상절리 모양으로 지어져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로서 내부는 일반 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교회로 들어가면 건물 꼭대기에서 레이캬비크의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가기 위한 엘리베이터가 있다. 애석하게도 내가 갔을 때에는 내부 사정으로 운행을 하지 않았다.


할그림스키르캬 (Hallgrimskirkja)교회 전망대에서 바라본 레이캬비크 시내 (출처:https://guidetoiceland.is)
할그림스키르캬 교회는 용암이 흘러내리는 주상절리 모양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할그림스키르캬 교회의 옆 모습


그리고 건물 앞에는 ‘레이프  에릭손’이라는 사람의 동상이 있다. 그는 아이슬란드 태생의 탐험가로서 그린란드를 처음 발견하여 '녹색의 땅'이라는 이름을 붙인 인물이다. 그리고 유럽인 최초로 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 대륙을 밟은 인물이라고 한다. 이 동상은 아이슬란드 의회 1000주년을 기념하여 미국이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동상을 보니 바이킹 후예의 모험가 다운 강인함과 역동감이 느껴진다. 교회 안에 들어가니 아름다운 오르간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조심조심 걷거나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거나 음악을 듣고 있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특별한 무엇은 없지만 분위기 만으로도 경건해지고  정숙해지는 것 같다.    


'할그림스키르캬' 교회와 '레이프에릭손' 동상
교회안에 들어가니 오르간을 연주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조용히 경건하게 바라보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지상낙원 '블루라군 (Unwind at the Blue Lagoon)'


아이슬란드는 화산의 나라답게 온천이 많다. 차를 타고 지나다 보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온천을 많이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온천인 '블루라군'이 있다. 이곳은 야외 온천으로는 세계 최대로서 '아이슬란드의  지상낙원'이라 불린다. 해수를 지열로 데운 리조트 형태로서 특히 물의 색깔이 환상적이다. 푸른빛에 우유 빛깔이 섞인듯한 옥색으로 용암이 굳은 바위에 생기는 흰 물질인 실리콘(규소)과 산소의 천연화합물 이루어져 있다. 온천에 들어가면 한쪽에 쌓아 놓은 머드 같은 하얀 흙이 있는데 얼굴이나 몸에 발라 마사지를 하면 피부가 좋아진다고 한다. 실제 온천을 해보니 피부가 맨들 맨들 해지는 것이 정말 얼굴에 윤이 나는 것 같았다. 주변은 화강암의 화산재 같은 무덤들이 주위로 빙 둘러져 있다.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그동안 경험했던 온천과는 달리 유황냄새와 함께 미지의 땅에 내 몸이 자연에 맡겨진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남녀 구별은 없고 수영복을 입고 입장을 해야 하므로 별도로 준비를 해야 하며 수영복이 없다면 입장 티켓을 구입 시 대여받을 수 있다.


온천 물이 푸른색에 우유를 타 놓은 듯한 옥색이다.
 하얗게 올라오는 연기는 지열로 해수를 데울때 나는 연기이다. 저 옆에 가면 아래에서 무언가가 끓어 오르듯 찌익~~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늘에서 바라본 블루라곤


아이슬란드 여행의 시작
'골든 서클 (Golden Circle)'


우리나라 제주의 성산일출봉, 용두암처럼 어느 관광지든 필수로 찾아가는 관광지가 있듯이 아이슬란드에 오면 대표적으로 찾아가는 여행지가 있다. 레이캬비크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골든 서클'이다. 골든 서클은 '싱벨리어 국립공원, 게이시르, 굴포스'를 묶은 여행 코스이다. 이곳에서는 관광을 할 때 렌터카를 이용거나 몇 개의 관광지를 하나로 묶어 이동하며 운영하는 투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통 호텔 프런트에 예약을 하면 정해진 시간에 호텔 앞으로 투어 버스가 있는 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오게 된다. 터미널에서는 아이슬란드 각지로 여행할 수 있는 코스별 버스가 있어 이용을 하면 된다. 그리아이슬란드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은 렌트를 하거나 투어 버스를 이용하게 된다.


버스회사에서 운영하는 가이드 책자. 책자 안에는 각 코스별 시간이 있어 선택 후 터미널에서 표를 구입 후 이용 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민주 의회를 연곳.
싱벨리어 국립공원 (Þingvellir National Park)


골든 서클 중 레이캬비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싱벨리어 국립공원. 싱벨리어는 아이슬란드어로 '회합을 위한  평원'이라는 뜻이다. 930년 바이킹족은 세계 최초의 민주 의회를 이곳에서 열고 국가를 수립하였다.

1년에 한 번 몇 주의 기간 동안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의회를 열어 민주주의 방식으로 법을 제정하였고 축제도 열었다고 한다. 1000 년 전 벌써 이곳에서는 의회 민주주의를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싱벨리어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는 건국 초기 의회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역사적으로 중요한 상징적인 곳이다.

 

그리고 이곳은 유라시아 판과 북미 대륙판의 경계가 되는 곳으로 해마다 틈새가 2cm씩 벌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륙과 대륙이 만나는 경계라는 것이다. 많은 시간 동안 갈라진 틈새는 물이 흐르는 계곡이 되었고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싱 발라반(Þingvallavatn) 호수도 있다. 이렇게 역사적, 지리학적으로 의미 있는 곳인 이곳은 2004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이 되었다.


너무도 잘 알려진 유럽의 다른 나라와는 달리 지금도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 땅에서 천 년 전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시간과 장소에서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로 나라를 건국하고 정립을 시킨 곳. 그런 히스토리를 모른다면 그저 절벽과 너른 대지, 산만 보일뿐 그 의미는 전혀 모를 것이다. 그래서 여행지의 스토리를 아는 것은 꼭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좀 더 의미 있고 여운이 남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싱벨리어 국립공원 입구
대륙판의 경계가 되는 곳으로 해마다 조금씩 틈이 벌어진다고 한다.
멀리 싱벨리어 교회가 보인다. 교회 건물은 1859년 지어졌으며, 교회 탑은 1907년에 세워진 것이다.


물만 흐르는 게 아니었어.
하늘로 솟구치는 물기둥이 있는 곳. '게이시르 (Geysir)'

 

게이시르(Geysir)는 아이슬란드어로 '간헐천'이라는 의미이다. 이곳에 가면 유황냄새 진동하는 뜨거운 물이 실개천처럼 흐르고 땅 밑에서 하늘 높이 분출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물은 5~6분마다 분출을 하며 높이는 15~20m로 솟아오른다.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언제  솟아오를지 몰라 물이 솟구칠 때까지 카메라를 들고 마냥 기다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여유롭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잠시 후 물은 올라올 듯 말 듯 쿨럭쿨럭 요동을 친다. 그리고는 한순간에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가장 높이 솟구칠 때는 40m 까지도 솟아오른다고 한다. 물이 솟구치는 이유는 지하 깊은 곳의 뜨거운 물이 낮은 곳에 있는 차가운 물과 만나기 때문이란다. 인공이 아닌 자연적으로 솟구치는 물기둥을 보니 화산의 나라라는 것이 비로소 실감이 나며 요동치는 물을 보니 조금은 무섭기도 하다. 이곳에 흐르는 물은 차가운 물이 아니다. 온도가 80~100도 정도이다. 혹시나 하고 만졌다가는 큰 낭패를 볼 것이므로 주의를 해야 한다.


물이 언제 속아올지 몰라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는 사람들
솟아오르기전 물은 쿨럭쿨럭 요동을 친다.
게이시르에서 솟구치는 물줄기
게이시르 동영상


입구부터 범상치 않았어.
자연의 위대함에 마음이 숙연해 지는곳.
'굴포스 (Gullfoss)'


골든 서클의 마지막은 '굴포스(Gullfoss)'이다. 레이캬 비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Gull은 '황금'이라는 의미이고 foss는 '폭포'라는 뜻이다. 황금 폭포는 폭포 위에서 보는 햇살이 황금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주차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어디선가 엄청난 폭포 소리가 들린다. 저 멀리 뿌연  물안개가 자욱하다. 벌써 분위기 상으로도 범상치 않은 폭포임이 느껴진다. 폭포에 다가갈수록 비처럼 쏟아지는 물보라와 폭포 소리, 그리고 눈에 보이는 웅장한 모습에 더 할 말도 없이 감탄만 하며 폭포를 바라본다. 경이로운 모습에 초라해지는 나를 느끼며 인간이 아무리 문명을  발전시켰다 하더라도 자연을 거스를 수 없음을 느끼며 겸손해지는 마음뿐이다. 자연이 만든 빙하에서 녹은 물이 거대한 힘을 뿜으며 세상으로 흘러나가는 모습을 보니 인간들이 갖고 있는 자만, 이기심, 바르지 못한 마음들이 모두 부질없고 부끄럽게 느껴지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결코 인위적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그런 감정과  감동뿐이다.


굴포스는 사연이 있다. 영국의 어느 기업이 이곳에 수력 발전소를 세우기 위하여 엄청난 거금을 주고 땅 주인에게 제안을 하였으나 “나는 내 친구를 판매하지 않습니다!”라고 땅 주인이 말하며 팔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포는 영국 기업에 넘어갔으나 땅 주인의 딸이 폭포에 발전소를 세우면 폭포에 몸을 던지겠다며 저항하였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영국의 기업과 기나긴 싸움을 하였고 폭포를 지키려는 그녀의 헌신적인 노력에 아이슬란드의 전 국민이 감동을 받아 그녀를  지지했고, 그녀를 변호하였던 변호사는 아이슬란드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아이슬란드의 소중한 재산이 되었고 이곳 사람들에게 매우 자랑스러운 곳이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입장료가 없다. 그리고 즐비한 식당도 없고 오로지 작은 카페  하나뿐이다. 이곳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어느 관광지를 가더라도 입장료를 받았던 곳은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상점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여행 내내 차 안에 물과 콜라, 요거트, 빵, 과일, 과자 같은 음식들을 넣어 두고 여행을 하였다. 그저 아름다은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고 지키려는 것이 이 나라 사람들의 마음인 것 같다.


장엄한 모습의 굴포스(Gullfoss)
어마어마한 물을 보니 겸손한 마음이 느껴진다.
엄청난 물의 양을 보니 욕심많고 바르지 못했던 나의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빙하에서 녹아 내린 물은 대지를 지나 폭포를 만난다.
폭포는 멀리 까지 물보라를 뿌리며 우리를 맞아 준다.
떨어지는 거대한 물의 양에 그저 감탄하며 겸손해 질 뿐이다.


고요 하지만 빙하의 신비로움과 살아있는 화산이 있는 웅장함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 아이슬란드.

볼 것 많고 먹을 것 많은 여행의 재미보다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대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며 겸손 해 지는 곳.


이렇게 첫날의 여정부터 나는 아이슬란드에 푹 빠지게 되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생각한다.

언젠가는 한번 더, 아니 올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이 나라 꼭 다시 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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