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Y Jun 10. 2020

가족사진

묘생 역전

이벤트 결과가 문자로 왔다. 솔직히 이벤트인지 그냥 마케팅인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가족사진 이벤트에 담청 되었다. 문자로 스튜디오 위치와 여러 사항을 문의해보고 가까운 주말을 잡아 예약을 했다.

나는 이런 가족사진을 촬영한 적이 없었다. 사실 유학 시절에 사진과 영상을 배웠지만, 나 스스로 결혼 직전까지 가족사진을 찍어볼 여유는 정말 없었다.


어떻게 보면 모찌가 복덩어리 인지도 모르겠다!


남편과 이야기 끝내 신혼여행에서 입었던 간단한 의상을 챙겨서 입기로 했다. 메이크업 같은 건 고양이를 데려가는 와중엔 챙길 수 없는 부분이었고, 일단 모찌도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가는 것이 중요했기에 우리는 차를 빌리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 살면 차를 살 필요가 없다는 주의로 살아왔다. 물론 아이가 생기면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차는 없었고, 그 보다 집을 먼저 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모찌의 입양을 계기로 우리는 전기차 렌탈을 애용하게 되었다.


촬영 당일날,  우리 부부는 적당히 준비를 하고 모찌의 모습을 살폈다. 일단 화장실을 살폈다. 쉬야는 아침에 한 듯 화장실을 한번 치웠다. 촬영은 한 시간이면 끝나고 거리도 그리 멀지는 않으니 일단 오케이. 생일이기는 하지만, 고양이인 모찌는 우리의 의사를 알턱이 없었다. 여유 있게 낮잠을 즐기는 모찌. 우리 부부가 케이지를 꺼내자 병원에 가는 줄 알았나 보다, 벌써 의자 밑으로 숨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우리 부부의 협업이 시작된다. 신랑은 모찌를 잡아오고 나는 케이지 입구를 열어 정확히 모찌가 케이지로 들어가도록 유도한다. 물론 한 사람이 양쪽 손을 사용해도 가능한 일이지만, 혼자 하는 것보단 두 사람이 하는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확률이 높다.


"냐옹~"


모찌가 케이지에 들어가 불안한 듯  울었다.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욕심으로 가족사진을 촬영하자고 한 것은 아닌가.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새로운 장소에 가면 스트레스를 받으텐데...


그렇지만  모찌가 떠난 지금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사진이라도 남기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는 직업을 삼고 있는 지금 모찌와 가족사진을 찍은 것을 얼마나 잘했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이때의 미안한 마음이 마음속 깊이 남아있긴 하지만, 만일 고양이와 말이 통한다면  조금만 이해해달라고 말해주고 싶다.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우리는 모찌의 적응을 위해 케이지 문을 열어 두었다,

그런데 아뿔싸. 간식이고 장난감이고 아무것도 안가져왔네...


역시 초보 집사인가.


그래도 모찌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무서와서 숨기도 했지만 바로 다시 구석에서 나와서 이것저것 냄새를 맡고

창가를 보기도 하고 의자에 올라서기도 했다.


마치 우리 집에 온 첫날 그 행동을 그대로 보는 듯했다.

아마도 모찌의 성격이 워낙 느긋한 냥이가 아닌지 모르겠다.


사진사님의 말에 따라 우리 부부는 모찌와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촬영을 하면서 긴장도 많이 했지만,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대학교 때 사진을 배우던 생각, 결혼할 때 촬영하던 생각.

그리고 모찌가 우리 집을 오던 날 등.


내가 카메라를 사서 직접 찍어 줄까?

매년 생일 때마다 가족사진을 찍으면 어떨까,

서로 나이 드는 모습을 남길 수 있을 거야...


여러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치면서 어느새 촬영은 끝났다.


무사히 집에 돌아올 새도 없이 우리 부부는 케이지를 열고 모찌가 화장실로 가기를 바랐다. 부디 모찌의 건강에 이상이 없길 바랬다. 그러니 웬걸, 바로 밥그릇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건사료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모찌도 긴장한 탓일까?

화장실보다는 배가 고팠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리고 얼마 후에 액자가 나왔다.

우리 부부의 그리고 모찌와의 첫 사진이다.


우리 부부는 거실에 액자를 걸어두기로 했다.

나는 거실에 걸린 액자를 스마트 폰으로 찍어 한 커뮤니티에 올렸다.


그 사진에는 무수히 많은 답글이 달렸는데.

그중에서도 지금도 잊지 못하는 답글이 하나 있다.


묘생 역전.


누군가 묘생 역전이라는 말 한다미를 썼다.


모찌의 입장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첫 가족사진이기에  더욱 소중한 사진이기도 하다.


남편과 나와 모찌, 우리는 매년 모찌의 생일날 가족 사진을 찍개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6월 7일 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