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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ul 21. 2020

모찌와 함께
회사 탈출(1)


카메라를 구입하고 얼마 뒤,  나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주말 한정으로 촬영했고 조금씩 조금씩 감을 익혀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위기가 찾아왔다. 다니던 직장의 부서가 해체하기로 했다. 큰 회사 같으면 다른 부서로 발령이 되겠지만 여기는 외국계 회사이다 보니, 거처를 정하기가 애매했다. 솔직히 옮길만한 부서도 없었다. 


"이 기회에 본격적으로 사진을 해볼까..."


이렇게 생각하고  회사와 협의해서 퇴사 수순을 밟았다. 물론 자의 퇴사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니 나는 나름대로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먼저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름은 디어스윗모찌, 나에게 카메라를 다시 잡게 해 준 모찌의 이름에서 따 왔다. 주로 반려동물 위주의 스위트하고 달달한 사진을 찍고 싶었고, OO스튜디오나 OO스냅 같은 이름보다는 인상에 남을 만한 유니트 한 이름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로고도 하나 만들었다. 물론 비용을 아끼고 싶은 마음에, 로고를 만드는 앱을 이용해 제작했다. 처음엔 엉망이어서 도저히 사용할 것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미대나 온 내가 아닌가. 주위에 디자인과 지인들에게 힘을 빌려 초안에서 대폭 수정되어 쓸만한 로고가 탄생했다. 


로고를 바탕으로 온라인으로 모객을 할 수 있는 수단을 궁리했다. 홈페이지까지는 아직 무리라고 생각하고, 페이스 북 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재정비하고 브랜드 이미지와 모객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진일은  쉽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회사 생활과는 차원이 다르게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상당히 높은 직위에 있었어도 내 포지션적인 한계로 인해 어느 정도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본사와 지사를 연결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본사에서 지원이 없으면 더 이상 진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행 중에 방향을 바꾸거나 엎어진 안건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이런저런 일이 곂치다 보니, 일에 대한 흥미도, 열정도 많이 식은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뭔가 내 일을 다시 시작한다고 하면 본 궤도에 오를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총력을 기울여서 SNS로 홍보도 해봤지만 당장 일이 들어올 리 없었다.


이때 모찌는 항상 내 옆에 있어줬다. 하루 종일 집 밖에 나가지도 않고 웅크리고 있던 나에게 활력을 불어준 것은 바로 모찌였다.  신기하게도 모찌는 내가 업마라고 생각한 듯하다. 내가 하루 종일 컴퓨터만 보고 있으면 조용히 다가와 "냐옹~ 냐오오오옹" 하고 말을 건네준다. 내가 모찌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고 항상 말을 걸어 주었다. 그런 모찌가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다시금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이 모 온라인 플랫폼으로 부업을 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여행 사진을 촬영해 보면 어떨까?" 


그렇다, 당시만 해도 여행사진은 솔직히 틈새시장이었다. 흔히 여행사진 하면 풍경사진을 생각하지만, 요새는 인생 사진의 시대가 아닌가. 가벼운 여행 콘셉트의 사진 상품을 론칭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외국계 회사에 있었기 때문에 언어도 커버되었고, 외국인 손님도 받을 수 있었다. 


여러 정보를 취합하고, 우여곡절 끝에 콘텐츠 플랫폼에 내 상품을 등록했다. 그리고 심사를 통해  드디어 상품이 론칭이 되었다. 내 상품이 더 큰 세상에 공개된 첫날이었다. 콘텐츠 특성상 브랜드 명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소개 글에 SNS를 기재해서 브래드 명과 좀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제발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다. 

그리고 며칠 후 첫 예약이 들어왔다... 두두둥!



2편을 기대하시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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