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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esprit Feb 17. 2016

파리에서의 미술관 여행

뮤지엄데이


20140908_꿈에 그리던 유럽 여행기 5막



고대하던 뮤지엄 패스를 사용하는 날. 워낙 긴 줄로 악명 높은 미술관들을 일정상 하루 만에 정복하기 위해 어젯밤 머리를 맞대로 루트를 짰다. 오늘 우리의 관람 루트는 오랑주리-오르세-로댕-루브르 박물관 순이다. 마침 루브르 박물관이 수요일엔 야간개장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정이었다. 



오랑주리 미술관 Musee de I'orangerie

아침 일찍, 모네 Monet 의 수련 연작시리즈 "Le  Nympheas"을 만나기 위해 콩코드 광장을 가로질러 튈트리 정원 끝에서 마주한 '오랑주리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은 외관(입구)은 그리스의 신전처럼 클래식한 느낌이지만, 내부는 자연 채광을 최대한 잘 살리고 작품이 걸린 벽면도 자연의 선명한 색상으로 모던하고 심플한 분위기로, 주로 전시되어 있는 인상주의 화가들 작품과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난다.


1층에 전시되어있는 오랑주리의 꽃인 모네의 수련은 높이 2m의 놀랄 만큼 거대한 사이즈로 나란히 이어 보면 총 너비가 91m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고 한다. 이 수련 시리즈는 첫 번째 방의 4점은 해 뜰 때를, 다른 방에 있는 4점은 해질 때의 모습을 담고 있다. 모네는 이른 아침부터 해질 무렵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연못에서 자라는 수련에 매혹되어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30여 년 동안 연못 위의 수련을 무려 250여 점이나 그릴 만큼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 작품은 모네가 기증하면서 내걸었던 조건에 따라 장식이 없는 하얀 공간에 자연채광 아래서 감상하도록 전시되어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있었다.

수련이 전시된 방에  들어서자마자 숨이 멈춘듯하고 조용하지만 강렬한 통증 같은 충격이 온다. 그때의 기분이라면 몇 분이 아니라 몇 시간이라도 보고 앉아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해 뜰 때부터 해 질 녘까지. 노령으로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그린 그림이 이토록 황홀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니, 다음번 파리 여행엔 이 작품이 탄생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에 꼭 가보려고 한다.

놀라운 화가 모네와 모네의 작품 하나를 위해 미술관을 짓는 프랑스, 부러운 일이다.


어릴 적 달력이나 명화 엽서에서나 보던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 '두 소녀의 초상'을 직접 보게 되다니 맥박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르누아르를 비롯해서 세잔, 마티스, 모딜리아니, 피카소, 드랭, 루소, 수틴, 위트릴로 등의 당대 유명 화가들의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르세 미술관  Musée d'Orsay


오랑주리의 감동을 뒤로 하고 퐁네프 다리를 건너 기차역을 리뉴얼해서 유명해진 오르세 미술관을 향했다.

미술관의 이름은 건물의 모태인 오르세 역에서 그대로 따온 것으로 1900년의 만국박람회를 위해 호화롭게 건축된 역사(驛舍)는 20세기 초반까지는 기차역과 호텔로 호황을 누리다가 폐쇄되었다. 19세기 건축물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역사를 미술관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에 따라 건축물의 내장과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1986년 1월에 개관되었다.

오르세 미술관은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 센터와 함께 파리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19세기 이후의 근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오르세 미술관은 고대에서 19세기까지의 작품을 다루는 '루브르 박물관'과 1914년 이후의 현대 미술을 다루는 퐁피두 센터의 '국립 현대 미술관'사이에서 시기적으로 두 미술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인상파 회화를 비롯한 19세기 미술작품을 주로 전시하고 있어서 '인상주의 미술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천장의 유리 돔이 인상적인 지상층에는 1800년부터 1850년대의 역사화와 고전주의 거장 앵그르의 걸작 '샘'을, 1870년 이전의 사실주의 화가인 귀스타브 쿠르베의 '화가의 아틀리에'와 인상파의 선구자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와 '피리 부는 소년'을,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과 '이삭 줍기' 등의 작품이 있다.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는 신화 속 인물이 아닌 현실 속의 인간을 그린 누드로 당시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돔 바깥쪽 공간에 마련된 3층은 1870년 이후의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가들의 공간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인 빈센트 반 고흐. 이미 너무 유명한 '자화상'과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의 작품을 퍼즐로 구성한 앱에서나 보던 많은 작품을 보는 즐거웠던 시간. 색의 마술사라 불리는 폴 세잔의 '커피포트 옆에 있는 여인', 폴 고갱의 '타이티의 여인들', 화가이자 조각가이던 에드가르 드가의 '프리마 발레리나'를 비롯한 발레리나들 소재로 한 화가와 조각 작품을,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과 '독서하는 여인' 외에도 클로드 모네, 앙리 드 툴루즈, 알프레드 시슬레 등의 교과서에서 말로 보고 듣던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좌우 테라스에서 이어지는 2층에서는 자연주의, 상징주의 작품뿐 아니라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과 부르델의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 등의 조각 작품과 20세기 초 앙리 마티스와 피에르 보나르 등의 작품을, 아르누보를 중심으로 한 가구, 세간 등이 눈길을 끈다.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화가들의 진품을 눈앞에서 직접 보게 되다니... 책이나 화보로 사진으로만 보았던 후기 인상파 작가들의 유명한 작품들이 살아서 내 눈앞에서 디테일과 감동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내부공사를 하면서 사진 촬영을 금지했던 것을 쾌적한 관람환경을 위해 계속 금지중이었는데, 2015년 문화부 장관의 명의로 오랑주리와 오르세에서 사진 촬영이 다시 허용되었다고 하니 반드시 다시 가야 할 명분이 하나 더 생겼다.

오르세 미술관의 상징물인 시계 창문을 유일하게 촬영하고 이곳을 기억하기 위해 화보집을 판매하는 곳에서 '아를의 반 고흐의 방' 나무 퍼즐을 구입했다. 



기차역이 미술관으로 변신한 오르세 미술관



로댕미술관  Musee Rodin 


앵발리드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로댕미술관'은 파리의 수많은 미술관중 3번째로 인기 있는 미술관중 하나라고 한다. 나 역시 수년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미숙한 눈으로 도슨트에 의지해 보았던 그의 작품들을 다시 직접 대면해 보고 싶었다.

로댕이 살던 비롱 저택을 미술관으로 개장한 것인데, 로댕은 저택에 자신의 미술관을 열어주는 조건으로 정부에 자신의 모든 작품을 기증했다고 한다. 뾰족한 정원수와 호수, 나무들 사이로 떨어지는 적당한 빛과 그 사이에 어울려 배치된 조각들, 무엇보다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면서 만나는 작품들이 좋았다. 대표적인 작품인 '생각하는 사람'과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지옥의 문'은 로댕의 작품들이 거의 들어가 있어 그것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이 지옥의 문은 청동 주조를 해서 거푸집에서 계속 찍어낼 수 있는데 보통 12개까지를 진품으로 여긴다고 한다. 오르세에서 석고본을, 서울에서도 볼 수 있다. 생전에 발자크를 존경했던 로댕이 그의 위풍당당한 외면뿐만 아닌 내면까지의 표현으로 높이 평가받는 로댕이 남긴 마지막 기념상인 '발자크'와 죽음을 각오하고 용기 있게 칼레시를 지켰던 6명의 비장한 모습을 표현한 '칼레의 시민', '입맞춤' 등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작품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어떻게 저렇게 섬세하게 감정을 가진 표정과 근육을 묘사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인간의 내면에 관심이 많았던 그에게 표정과 근육은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최상의 아이템이었던 같다. 작품을 직접 만져보고 싶어 손이 앞으로 나가는 것을 애써서 참아야 했던, 표정만 봐도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는 작품들. 






이런 멋진 미술관을 큰 마음을 먹지 않아도 생각나면 쉽게 갈 수 있고, 그곳에서의 시간 역시 목적을 달성하는 마음이 아닌 예술을 여유 있게 즐기는 파리지엔들이 멋지지 않다면 이상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파리하면 떠오르는 루브르 박물관으로


루브르 궁전은 베르사유 이전까지는 궁으로 사용하다가 나폴레옹 시대 때 다시 왕궁이 되었다가 미술관이 되었다. 대영박물관,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에 속한다.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3일이 걸리다고 할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나고 궁전이었던 만큼 화려하고 웅장함이 베르사유에  견줄만하다. 

루브르 궁전의 양쪽에 있는 뜰이 바로 카루젤 광장 Place du Carrousel으로,  가운데에 카루젤 개선문이 있다. 카루젤 개선문은 파리에 있는 개선문 중 하나로, 에투알 개선문, 라데팡스의 신개선문과 일직선상에 위치해 있다. 다른 두 개의 개선문보다 크기는 작지만 여성스럽고 우아한 모습이다. 개선문 위에는 나폴레옹의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네 마리의 청동 말 조각상과 전차를 몰고 있는 병사와 승리의 여신이 새겨져 있는 조각상 등이 장식되어 있는데, 그 분위기가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과 비슷하다.


카루젤 광장을 지나면 바로 루브르 박물관 Louvre Museum이다.

루브르 하면 떠오르는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피라미드 Pyramide는 말 그대로 루브르의 아이콘이다. 흩어져 있던 루브르 박물관들의 입구가 한 곳으로 통합되면서 ‘나폴레옹 3세 뜰’에 들어선 유리 피라미드는 기존 루브르 오래된 건물의 웅장함과 달리 현대적이고 가벼운 느낌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나 역시 첫인상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영화 속이나 사진 속 멋진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었다.

대형 피라미드 피라미드의 세 면은 분수대와 연못으로 이용되어 파리지앵과 방문객들의 휴식지로 이용된다. 주변에 있는 3개의 작은 피라미드가 대형 피라미드 입구를 안내해준다. 피라미드 내부에서도 뒤집어진 피라미드를 볼 수 있는데,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 두개의 피라미드를 각각 남녀의 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묘사했다. 실제로 낮에 보는 피라미드보다는 밤에 보는 피라미드가 아름답게 빛나는 것 같다.





루브르 박물관은 리슐리 외관 Richelieu, 쉴리 관 Sully, 드농관 Denon의 3곳의 컬렉션으로 이루어진다. 세 컬렉션 모두 한 층 당 기본 20개에 총 4 개층으로 한 관당 기본 80개의 방이 넘는다. 하루 종일 봐도 부족하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봐야 할 전시할 작품들이 워낙 방대하고 많고 넓었다. 

시간상 모두 볼 수 없어 전체적인 테마와 반드시 보고 가야 할 작품들 위주로 골라 훑어볼  수밖에 없었다. 천정화부터 조각, 고대와 중세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 루브르는 익숙한 작품들을 제외하면 충분한 사전 공부가 있지 않고는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곳이었다. 벽면마다 그림들이 쉴 틈 없이 또는 두줄 세줄로 넘치게 전시되어 있었고, 이미 다른 미술관으로 지쳐있던 상태에서 모나리자나 비너스 등 몇 개의 필수작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보지 못한 내게 루브르는 다시 도전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되었다.





루브르 박물관을 끝으로 박물관 투어를 끝내고, 숙소로 가기 위해 콩코드 광장 쪽으로 향하면 만나게 되는 것이 전형적인 프랑스식 정원인 튈르리 정원 Jardin des Tuileries이다. 전체적으로 기하학적인 모양을 하고 있어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 여기가 파리다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정원 끝에는 오랑주리 미술관이 있다. 튈르리 정원에 가족과 나들이를 나와 잔디밭에 누워 있거나, 일광욕을 즐기는 파리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팔각형 모양의 인공호수 주변으로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쉬는 것으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언젠가는 한 달 내내 파리의 미술관들을 보러 다니는 날을 기대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이번 뮤지엄 투어에서 얻은 두 가지 교훈은 하루에 이 많은 뮤지엄들을 다 보겠다는 것은 과한 욕심이었고

나중엔 너무 지쳐서 그림들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이 엄청난 미술관들을 제대로 보려면 뮤지엄 투어만으로도 한 달은 계획해야 할 듯 싶다. 또한 사진보다는 눈에 가슴에 그림을 담아야 한다는, 시간에 쫓겨 촬영하는데 급급하다 보면 결국 봐야 할 것들을 놓쳐버린 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파리에서의 제대로 된 여행을 해보리라.


루브르의 아이콘, 유리 피라미드 Pyramide와 그 뒤로 보이는 카루젤 개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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