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1. 퇴근하니 둘째가 '사회 점수 얼마인지 알아?'라고 묻는다. '설마 백점 받아서 질문한건가?'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으나, 현실을 깨닫고... 글쎄? 라고 답하니.. '60점' 이라고 한다. 역시나..
그 후 이어지는 말.. "아 이제 60점이 익숙해졌어."
2. 60점 받은 며칠 후 아이가 다시 말한다. '난 평균은 하는데..' 꼰대 같은 아빠는 되받아친다. "60점은 평균이 아닌데.. 평균은 80점일껄?"
"왜??? 100점 만점이면 60점이면 평균이지~~ "
"음.. 평균이면 너네 반 1등에서 꼴찌 사이에 점수일거야. 너네 반 꼴찌가 몇점이야? "
"30점.. "
"거봐.. 그럼 거의 80점일껄?"
"아냐.. 난 평균이야.."
3. 둘째가 좋아하는 짝이 옆 라인에 산다. 학교에 다녀올때 마다 "OO가 애교를 떨어서 너무 좋아죽겠어." "OO는 너무 이뻐.." "오늘 OO랑 역할극 했는데 심장이 떨려 죽는 줄 알았어.."
학교 일과는 모두 OO 얘기로 채워졌다.
당연히 부모로서 어떤 아이인지 너무 궁금해졌다.
그러나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4. 어느날 아내가 마트 다녀오다가 뛰어 들어왔다.
"서완아 내가 이 앞에서 OO이 본거 같애. 엄마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너무 맘에 들어~"
"걔 맞아??"
"생머리에 옷을 어떻게 입고.. 키는 얼만큼이고.. 등등.."
"맞네?"
그런데 나는 그때까지도 못봤다.. 아 궁금해 죽는줄 알았다.
5. 주말 아침... 1층 놀이터에서 여자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밖을 내다보더니
"서완아.. 저기 OO이 아냐???"
둘째가 다가가더니.. " 어... 어... 맞는거 같은데? 어 맞다."
방에서 내가 쏜쌀같이 달려나와 옷을 입었다.
그런 아빠를 보고 말리러 달려오는 둘째를 가뿐히 제치고 엘리베이터에 이미 올라 있었다.
6. 놀이터로 이어지는 문을 여는 순간 아이들 중에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눈이 마주친 것이다.
한 눈에 알아봤다. "우리 둘째랑 딱 어울리는구나.."
7. 그런데... 둘째가 갑자기 말을 바꾼다.. "AA가 나 좋아하는거 같은데... 어쩌지??"
"왜? 넌 OO이가 있잖아."
"근데 OO이는 애교도 많고 이쁘고 인기도 많아서 나 안좋아해.."
"아냐..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되지!! 차여도 괜찮아.."
"싫어.. "
"근데 AA는 왜 좋아??"
"날 좋아해주니까.. ㅋㅋㅋ"
아빠로서 자신감 없는 막내를 보니 맘 아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