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있어서 ‘저자’라는 단어는 익숙하지 않다. 책 읽을 시간 조차 부족한 게 현실인데 직장을 다니면서 책을 써 낸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도 직장을 다니면서 언젠가는 책을 꼭 쓰고야 마리라는 다짐을 매번 해 왔지만 턱없이 부족한 시간, 소재에 대한 고민, 그리고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에 출판 기획서 작성 조차 시도해 보지 못했다.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시간이 충분할 것이고 그때쯤에 그 동안의 경력과 경험을 토대로 책을 쓰면 되겠지 하며 차일 피일 미뤄 왔었다. 그러다 우연히 출판의 기회가 왔고 2016년 4월에 생애 처음으로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 직장인으로서 저자라는 직함을 가지게 되었다.
그 동안 책을 쓰리라는 것을 전혀 생각 못했는데 우연인 듯 운명처럼 다가온 시간을 지나치니 어느새 ‘저자’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었다. 지금 돌이켜 봐도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 동안 꽤나 고민하게 만들었던 책 주제도 정말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이기도 했다. 평소 일상 속에서 또 오른 아이디어를 기록하기 위해 ‘1,000가지 아이디어 노트’라는 것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었고, 이 노트를 쓰는 기법에 대해 회사 블로그에 올린 글이 계기가 되어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개인적인 메모 노트였던 탓에 남에게 드러내는 게 조심스러웠고 ‘아이디어’로 노트가 채워 지긴 했지만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그냥 엉뚱하고 장난스러운(?) 아이디어들이 많았기에 책의 소재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블로그 글에는 개인적으로 만들어 활용 중인 업무 노트 사례를 통해 아이디어 발상 능력을 키우거나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능력을 높이는 방법을 써 본 것인데 그게 출판의 계기가 된 것이었다.
출판사 영업 담당자 분께서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필자가 쓴 아이디어노트 관련 글을 읽어 보신 후 책 집필 제안을 하시게 되었다. 필자는 제안을 받은 후 깊은 고민 끝에 15년 12월부터 출판 기획서부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책을 집필하기 시작하여 16년 4월에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첫 책이어서 그런지 부족함도 많고, 처음 써 본 탓인지 아쉬움도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일을 통해 배운 경험과 지식을 고스란히 책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게 개인으로서는 큰 영광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지식 습득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책이다. 지금은 정말 보기 드문 풍경이 되었지만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는 모습은 흔했고 ‘저자’라는 것은 글 쓰는 능력이 탁월하거나 어떤 분야에 성공한 사람만이 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책 보다 스마트폰 보는 시간이 훨씬 많아 진 요즘에는 지식 습득 매체로서 책의 입지가 점점 좁아 졌다. 독서를 멀리하는 현실을 다룬 언론 기사들을 볼 때면 수 십 년이 지나면 책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게다가 ‘저자’라는 게 과거와 달리 어떤 특별하고 우월한 직업이 되는 세상도 아니다. 출판 기술과 IT기술의 발달은 어느 정도 글 재주가 있다면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실제 서점을 가보면 매일 새로운 책과 저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제가 직장인이라면 책 한 권쯤은 써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책을 내야 하는 이유로 책을 통해 ‘인세’라는 부수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저자’라는 직함을 가지는 개인적인 영광 때문이라 할 수도 있다. 실제 책을 써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세가 돈이 되지도 않을 뿐 더러, 저자가 명예로운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책보다 더 좋은 글들이 이제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책을 쓰는 것보다 블로그나 개인 방송을 하시는 분들이 더 유명 해지는 세상이다. 분명 아날로그 책은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진 매체임에는 분명하고 과거 책이 주었던 영광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필자가 직장인에게 책을 써 보길 권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직장인 누구나 가지고 있으면서 꽁꽁 숨겨 놓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밖으로 드러내 보라는 것이다. 본인이 하는 일에서, 소속된 조직에서, 둘러싼 업종에서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온 몸으로 체득한 지식들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그 지식의 가치를 본인은 모를 뿐 분명 타인에게는 분명 소중한 지식이 되고 지적인 쾌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 지식의 가치를 현업에서는 잘 모르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무시하다가 지식의 가치가 떨어지는 퇴사 후 시점에 그것을 책으로 정리한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지식을 생명력이 극대화되는 시점에 드러내지 못하고 쇠퇴하는 시점, 즉 회사를 그만 둔 후에 꺼내 드니 당연히 지식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짧게는 몇 년에서 수 십 년 동안 해 온 일이 만들어 낸 지식과 경험은 일의 중요도를 떠나서 누군가 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지식이 된다. 세상 어딘가에는 여러분과 같은 일을 묵묵히 해내면서 더 효율적이면서 창의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이가 있을 것이며, 또 누군가는 여러분의 뒤를 이어 여러분만큼의 지식과 기술을 갖추기 위해 어디선가 예비 교육을 받고 있는 취업 준비생도 존재한다. 어떤 일을 하든 여러분이 만들어 낸 지식과 경험은 세상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 에게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것을 글과 책으로 영원히 남기라는 것입니다. 당신의 일과 경험을 의미 있게 남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책이다.
책 쓰는 것이 너무 어렵게 느껴 진다? 종이로 되어 있다고 해서 온전한 책이라 할 순 없을 것이다. 디지털로 되어 있다고 해서 책이 아니라고 할 없는 것처럼. 종이 책 같은 아날로그 방식이든 이북(E-Book)과 같은 디지털 방식이든 책은 분명이 책으로서 갖춰야 할 요건이 있다. 독자라면 누구든 그것이 책인지 아닌지를 각자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책은 결국 독자가 지식을 습득하는 매체이며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는 도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는 어떤 분야를 불문하고 반드시 저자의 경험과 지식이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독자는 그것을 습득함으로써 지적인 쾌감과 자극을 받게 된다. 반드시 종이 책일 필요는 없다. 예비 작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브런치(https://brunch.co.kr) 블로그에 써도 되고 셀프 출판으로 전자북으로 책을 써도 된다. 주어진 여건 또는 상황 속에서 여러분의 경험과 지식을 글로 남기라는 의미이다.
둘째, 여러분이 책을 쓴다면 일을 통해 쌓은 지식과 경험에 관해서 스스로 복기할 수 있다. 바둑이 끝나면 복기를 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산출물을 만든다. 어떤 일이든 과정이 끝 나면 복기의 과정을 거쳐야 일의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다음 일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직장인에게 복기의 기회는 자주 없다. 스스로의 자율적인 복기의 기회는 더더욱 드물다. 책은 직장인 스스로 자신의 직무나 업무에 대해 복기의 기회를 준다. 비록 그것을 책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힘들고 어렵지만 그 동안의 직무 경험을 책으로 정리해 보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가치와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만약 일이 중요하게 느껴 지지 않는다면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스스로의 위치를 변화시키기 위해 시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을 돌아봐야 하며 일의 가치를 밖으로 드러내야 한다. 책은 그런 면에서 자신이 하는 일의 민 낯을 드러내는 것이며 스스로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지우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책은 직장 경력에 방점을 찍는 것이다. 책 출간이 흔해 진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재직 기간 동안 책으로 써 낸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낼 경우 저자인 직장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진다. 직무나 기술 관련 책을 내게 되면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 해주고 그것은 곧 직장인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준다.
필자도 실제 카카오톡 채팅으로 홈쇼핑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톡주문’ 서비스 사업을 하는 동안 기업 대상으로 제안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저자가 직접 발표를 한다고 하여 임원이나 팀장이 먼저 다가와 악수까지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책은 직장 경력의 방점을 찍는 것이라 생각한다. 큰 회사를 다녔다고 높은 자리에 있다고 그것이 영원히 남진 않는다. 대단한 성과를 내서 포상을 받았다고 해서 그 포상을 매년 계속 주진 않는다. 그렇지만 당신의 책은 당신의 경력을 따라 다닌다. 그리고 여러분의 직무 전문성을 증빙해 준다.
그렇다면 직장 생활 중 책을 언제쯤 쓰는 게 좋을까? 직장인이 쓸 수 있는 책의 소재 범위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딱히 어느 시점이라 말하기 힘들겠지만 업무에 대해 책을 쓴다면 직장 생활 10년 차를 넘어서는 차장 직급에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직장 생활 10년차가 넘어가는 그 시점은 누구나 느끼듯 숙련도는 극대화 되지만 반대로 숙련도의 한계 상황으로 인해 직장인의 시장 가치가 내려가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숙련도가 극대화되는 시점이자 시장 가치는 하락하기 시작하는 그 시점, 즉 최고조에 이른 숙련도를 기반으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며 그 책을 통해 본인의 시장 가치를 다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집필을 통해 10여년 넘게 일해 온 자신의 일을 다시 한번 복기하면서 직장 생활 후반기와 퇴직 후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이 책으로 쓸 수 있을 만큼 가치 있을까?’라고 반문하시는 이도 있을 것이다. 만약 여러분의 일이 책으로 남길 만한 가치가 없다면 두 가지 중에 하나입니다. 일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정말 일이 가치가 없는 것일 수 있다. 만약 전자라면 여러분이 일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 일의 가치를 모른다면 10년이 지나도 성과를 만들 낼 수 없고 전문성도 쌓이지 않는다. 당신의 자리도 위태로울 것이다. 만약 후자라면 일 자체를 바꾸거나 직업을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책 쓰는 것과 무관하게 정말 가치 없는 일에 여러분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세상의 모든 일이 나름의 가치가 있고 그 가치는 책에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인은 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수행자로서 고객에게는 가치를 기업에게는 이윤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어떤 조직에서 일하든 어떤 업무를 맡든 간에 일 자체도 중요한 것이며 그 일을 통해 만들어 낸 지식과 경험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TV를 통해서 보는 ‘생활의 달인’이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처럼 여러분도 직장인으로서 저자가 될 수 있다.
직장인으로서 책을 쓰기 위한 방법을 설명 드리기 전에 저자를 꿈꾸시는 분들이 알아 둬야 할 책과 저자에 관한 몇 가지 오해를 정리해 보았다. 저자가 된다는 장밋빛 꿈에 부풀어 책을 출간했다가 냉정한 현실에 실망할 수도 있기에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신 후에 책에 도전하는 게 좋다.
필자가 책을 내고 나서 주위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와~ 인세 받아서 짭짤하겠네요. 부러워요~’라는 말이었다. 사실 책을 내기 전에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책을 팔면 적어도 ‘수 백 만원에서 수 천 만원 벌겠지?’라는 허무맹랑한 기대를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계약서를 체결하고 나니 현실이 보였다. 그리고 실제 책이 판매되기 시작하니 책 인세가 얼마나 돈이 안 되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책을 출간 한 후 한달 뒤 회사 내 사내TED에서 강연을 하게 되었다. 직장인이 저자가 되니 회사에서 관심을 받게 되어 사내 강연 요청을 받게 된 것이었다. 책 출간 후 인세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은 터라 어느 정도 오해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강연 도중 청중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책이 600권 팔렸는데 제가 인세로 얼마를 받을까요?’라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100만원이요’ ‘200만원이요’ 같은 대답이 나왔다. 그래서 즉석에서 제가 받게 되는 인세를 계산해서 알려 주니 모두들 ‘그것 밖에 안돼?’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책 내기 전에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인세라는 것이 돈이 되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 대다수인 것 같다. 저자가 되고 싶은 직장인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5,000권의 책을 팔아도 들어오는 인세 수입은 몇 백 만원 수준이다. 투입된 시간이나 노력에 비해 정말 작은 돈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5,000권을 팔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작가들이 책 인세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그러니 짭짤한 인세를 기대하고서 책을 써 볼까 하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 그리고 주위에 책 내신 분이 있다면 그런 부러운 말은 하지 마라. 책 인세로는 당신이 부러워할 만큼 절대 돈 벌지 못한다.
생각지도 못한 출판 기회를 맞아 덜컥 계약을 하고 나서 정신 없이 집필을 하다가 정작 책 출간이 다가오자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직장 상사가 ‘일은 안하고 책만 썼냐?’라는 말을 할 것 같았고 그게 직장 생활에 불이익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 것이었다. 대기업의 조직 문화에서 업무가 아닌 개인의 일에 집중하는 것을 어떤 조직이든 반기지 않은 상황이니 책이 출간된 후 어떤 오해를 받게 될 것일까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책을 낸 것을 회사에는 알리지 않기로 생각을 했었다. 물론 생각과는 다르게 회사 내 많은 분들이 ‘대단한(?)’ 일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시고 사장님을 포함해서 임원께서 ‘책을 낼 수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고 아무나 못하는 일’이라고 칭찬을 해주셔서 한숨을 돌리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필자가 했던 고민처럼 ‘책 쓰는 직장인은 일 안하고 딴짓 하는 것 아니냐?’라는 오해를 많은 직장인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필자에게 그 질문을 던진다면 단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책 쓰느라 업무를 내팽개쳤다면 조직 생활에서 금방 드러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직장을 곧 떠나야겠다라는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일 자체를 소홀히 하고 엉뚱한 일에 몰입한다는 것은 직장인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훨씬 큰일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도 눈치채지만 서슬 퍼런 눈으로 직원들을 지켜 보는 팀장이나 임원 눈에는 일에 몰입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직장 생활 10년 이상 해 본 분이라면 이 말에 공감 갈 것이다.
그런데 업무 외의 한정된 시간에 어떻게 썼을지 의문이 들 것이다. 직장인인 필자도 책을 써 보니 업무 이외의 충분한 여유 시간을 확보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결국 개인 시간인 잠자는 시간, 술 마시는 시간, TV 보는 시간을 줄여서 시간을 아끼고 아껴 글을 써야 했다. 예전보다 더 부지런해야 했으며 그날 해야 할 업무는 그날 반드시 처리해야 했다. 그래야 밤 시간에 마음 놓고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40대가 된 이 나이에 회사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면 책 쓰는 일에도 제대로 몰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둘째 자신의 업무 분야에 대한 책은 아무나 쓰기 힘들다는 것이다. 회사 내 직장 동료 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실력이라면 그것을 책에 담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 된다. 자신의 직무 경험을 책에 채우려면 일에 대한 식견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식견은 일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오랜 기간 체득해야 쌓을 수 있다. 체득하기 위해서는 일에 몰입해야 한다. 몰입하게 되면 부지런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회사 업무에 관한 책을 쓴다는 것은 딴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에게 무상으로 주는 책은 불과 10권도 안 된다. 계약서 상에 저자에게 증정하는 책이 몇 권인지 명시되어 있다. 나머지는 저자도 출판사나 서점을 통해 책을 직접 구매야 한다. 필자가 체결한 계약서에는 저자에게 8권을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만약 주위 지인이 저자가 되어 책을 줬다면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 사준 것이다. 그러니 책의 가치를 떠나 저자가 책을 선물했다면 필요하든 하지 않든 고마워 했으면 한다. 그리고 저자에게 책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읽지 않을 거라면.
일부의 책은 홍보의 목적으로 특정인에게 증정을 할 수 있다. 출판사에서 책 홍보 방안으로 증정하는 것이다. 당연히 책 판매 촉진에 얼마나 효과적이냐에 따라 증정 부수는 결정이 된다. 필자의 경우 SNS에서 인기가 있거나 중요한 직책에 있는 분들에게 출판사에서 50권 정도의 증정을 했다.
만약 저자와 출판사의 계약에 있어서 ‘저자가 최소한 보증해야 할 판매 부수(일명 개런티)’가 있다면 저자 입장에서 판매가 쉽지 않을 경우 그 책들을 자기 부담으로 지인들에게 선물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출판사에서 먼저 출판 제의를 하였기 때문에 별도의 개런티가 없어서 그런 문제는 없었지만 이렇게 개런티를 두고 계약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들었다.
식당을 개업했을 때나 보험 판매를 시작할 때 흔히 빠지는 유혹 중 하나가 ‘주위 지인들에게 의존’하는 것이다. 책 판매도 별반 차이가 없다. 책을 낼 때 가장 기대하는 것 중에 하나가 주위 지인이 ‘열심히 홍보 해주거나 책을 사주겠지?’라는 기대감이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은 클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주위 지인들이 당신의 책을 적극적으로 홍보 해주지 않는다. 심지어 책을 사지도 않은 경우도 많다. 필자도 그런 기대를 했었는데 그 기대가 산산이 깨졌다.
참고로 필자가 평소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매년 20여명의 대학생들에게 직무 관련 지도를 하고 있는데 20여명의 멘티 중 책을 사서 읽은 멘티는 2명도 채 되지 않았다. 멘토링을 하는 직무 관련 책인데도 관심이 없었다. 왜냐면, 요즘 사람들이 그만큼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 책을 안 읽는데 지인이 책 출간했다고 해서 평소 안 가던 서점을 가서 책을 살리는 없다. 책을 사더라도 제대로 읽어 보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까 책을 주위에서 사 줄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서점이나 블로그에서 책 소개 글을 읽고 책을 펼쳐 보는 독자에게 어필해야 한다.
앞서 책을 많이 팔아도 인지세 수입이 생각보다 적어 실망하게 되지만 그래도 책이 얼마나 팔릴지 신경을 쓰게 된다. 모든 책의 뒷면 앞장을 보시면 이런 문구가 표시되어 있다. 책 제목 하단에는 초판 1쇄 발행이라는 문구가 보일 것이다. 책 판매 부수의 기준이 되는 단어는 ‘판’이나 ‘쇄’라는 단어이다. 책을 처음 낼 때는 초판으로 발행이 되고 내용이 변경될 경우 개정판이 된다. 내용 변화 없이 출판된 부수를 의미할 때는 ‘쇄’라는 단어가 쓰이게 된다.
일반적으로 1000부를 기준으로 1쇄, 2쇄, 3쇄로 늘어나는 것이며 숫자가 높아질수록 많이 판매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나 출판사 입장에서는 출간되자 마자 불티나게 책이 많이 판매되어 2쇄, 3쇄를 빨리 찍어 낼수록 흥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책을 처음 출간하는 초보의 경우, 책이 저절로 팔릴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인맥을 총동원해서 홍보하고 판다고 해도 실제 1,000부를 넘기기 어렵기 때문에 2쇄부터 순수하게 책 자체의 콘텐츠, 출판사의 마케팅 능력, 독자들의 입 소문, 언론 홍보 등의 매우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판매량이 결정된다. 책도 쇼핑몰서 파는 상품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 출연과 같이 운 좋게 언론을 타는 행운을 만나지 않는 이상 자연 판매를 통해 저절로 판매되는 데에는 매우 많은 노력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직장인처럼 외부 강연 기회나 언론 노출 기회도 적고 외부 활동을 할 시간 조차 부족한 경우에는 책 홍보에 있어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직장 다니는 동안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리라는 낙관적인 생각은 접어 두는 게 좋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출판 계약을 맺었으나 아무런 원고의 기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몇 달이 꼬박 걸릴 것이다. 수 백 페이지에 이르는 원고를 써 내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하루 1~2시간만 해서 글을 쓰게 될 경우 회식과 같은 저녁 약속이 있을 수도 있고, 몸이 피곤해서 글 쓰는 맥이 끊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지만 미리 준비를 해 둔 상태라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필자는 2015년 12월 초에 출판 계약을 맺고 12월 중순부터 써서 2016년 2월 중순에 원고를 마무리 했다. 퇴근 후 밤에 1~2시간 정도 쓰고 주말에 쓰니까 대략 60~80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하루 종일 원고 집필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불과 1주일 정도에 책 한 권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원고의 기반이 되는 재료 글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3년 동안 LG CNS 사내블로거 활동과 LG그룹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적어 둔 글 덕에 간단하게 수정만 해서 활용했었다. 다만, 그 동안 써 온 블로그 글 주제가 회사 업무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아이디어’, ‘기획’, ‘비즈니스’라는 세 가지 키워드 범위 내에서 일관성 있게 써 왔기 때문에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이라는 책 주제와 잘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평소 업무를 통해 알게 된 경험과 지식을 노트에 메모해 두는 습관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게 어디에 활용될지 몰랐지만 책을 쓸 때 중요한 핵심 내용으로 활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꼭 책을 쓰기 위해서라기 보다 여러분이 업무의 경험을 노트에 메모해 두고 직무블로그 등에 꾸준히 기록해 두면 책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습관만 잘 되어 있으면 책을 위해 갑작스럽게 많은 시간을 투입할 필요가 없게 된다.
실제 책을 써 보면 알게 되겠지만 몇 달 동안 오로지 원고만 붙잡고 있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소 잘 써 지던 글도 갑작스럽게 막막한 느낌과 함께 문장 하나 작성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일들도 허다 해진다. 그리고 초조해 지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평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특히 책을 처음 쓰는 초보 작가일수록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다. 그래서 준비해 두면 좋은 사항 몇 가지를 정리했다.
막상 책을 쓰려고 해도 소재가 마땅치 않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소재만 명확하다면 절반은 이미 준비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소재를 할지, 어떤 소재를 해야 출판사는 선택할지, 어떤 소재를 해야 기존 책과 무엇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지, 어떤 소재를 해야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인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소재의 중요성은 책 저술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 작가나 영화 작가도 스토리 소재 때문에 제일 고민한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주의할 점은 당신의 소재가 얼마나 독특하고 차별화되어 있는 내용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당신이 생각한 책 소재를 가지고 근처 대형 서점을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 평소 그 소재에 관심이 읽고 책을 읽어 본다면 그 소재가 얼마나 다른 것인지 평소 알 수 있지만 그저 이런 게 좋겠다라는 생각만으로는 소재의 차별화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하루에도 수십 권에 책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에서 당신이 선택한 소재는 대형 서점에 이미 널려 있는, 아니면 이미 많은 이들이 식상해 있는 소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문서 만드는 방법이나 파워포인트 문서 만들기와 같은 주제는 시중 서점에 책이 너무 많이 있다. 또한 딱히 차별화된 소재를 만들어 내기도 어려운 것이다.
필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당신 만의 개인 경험이나 지식, 노하우 중에서 당신이 보유한 독특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소재에 관련된 평소 습관이나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재는 자신이 잘 하는 것이나 잘 아는 분야여야 하고 자신의 현재 직업, 취미, 사회적 위치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선택을 해라. 꼭 전문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잘 맞아야 한다.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후속 작을 낼 욕심이 있고, 후속 작을 내야 하고, 책을 통해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소재면 더 좋다.
필자 또한 처음 책을 내려고 고민했을 때의 소재는 ‘파워포인트 활용법’이나 ‘프레젠테이션 기법’과 같은 것이었다. 사실 서점에 가보면 흔하디 흔한 책이 이런 류의 책이다. 유사한 내용일 수밖에 없기에 전혀 차별화된 책을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회사 블로그에 쓴 글 중 아이디어 노트에 관한 게시 글을 읽어 보고서 책 출간 문의가 왔다. 업무에 필요해서 메모해 두었던 아이디어 노트가 책의 소재가 된 것이다. 이 소재는 필자만의 독특한 아이디어 발상 방법과 정리 방법, 그리고 실행 방법이 적힌 노트는 어떤 책에도 담겨 있지 않은 독특하고 차별화된 소재였다. 그렇게 만들어 진 책이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타래 출판)’이란 첫 책이었다. 그러므로 당신도 소재가 범용적인 키워드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이나 내용으로 선정하길 바란다.
책을 처음 쓸 경우 출판 기획서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실 것이다. 기획서라는 단어만 들어도 막막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런데 그 기획서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보면 더 갑갑한 생각이 든다. 출판 기획서에는 단순히 책 소재나 내용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기획 의도, 타겟 고객층, 핵심 컨셉(소재), 원고 작성 방향, 유사/경쟁 도서 분석 및 현황, 책의 차별화 요소와 강점, 마케팅 계획, 책 주요 내용, 샘플 원고에 이르기까지 처음 쓰는 이라면 술술 써 내려 가기에는 부담되는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 기획의 정석’의 독자 층은 아래와 같이 정의하였다.
■ 타깃 독자층
· 실무에서 아이디어를 통해 업무 성과를 창출하고자 하는 사회 초년생(사원/대리/과장)
· 창업을 위한 아이템을 찾고 있는 예비 창업자
· 기획 실무를 배우고자 하는 취업 준비생(대학생/대학원생)
· 팀원들의 아이디어 발상에 동기 부여를 고민 중인 팀장 및 경영층
실제 필자의 책을 실제 이런 고객들이 구매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구를 타겟으로 하는지 명확하게 정의해야 내용이 제대로 구성된다.
결론적으로 출판 기획서는 거의 상품 기획서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물론 책도 하나의 상품이고 마케팅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저자 입장에서는 책 내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싶겠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상품이며 판매부 수는 손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책 자체 내용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의 4가지 요소, 즉 Product(상품)- Place(유통)- Promotion(홍보)- Price(가격)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런 내용을 처음 쓸 때는 부담되고 살짝 허위(?) 사항들로 채워 지기도 한다. 그런데 책을 다 쓰고 나서 출판 기획서를 다시 돌아보면 그 기획서에서 과연 얼마나 예측대로 되었는지 복기해 볼 때 책 자체를 쓸 때 너무 낙관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되었다.
정말 이 책을 누가 읽을 것인지? 그들은 내 책으로 만족할 것인지? 이 책의 차별화된 내용이 무엇인지 자신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출판 기획서는 그런 의미에서 책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 체크리스트라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억지로 채우기 보다 깊은 고민 하에 적어 보는 것이 좋다.
책을 쓸려면 당연히 출판사를 통해서 책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출판사와의 계약은 출판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이다. 필자처럼 출판사가 직접 연락 오는 것은 드문 경우이며 대부분 출판사에 출판 기획서를 보내서 출판 제의를 해야 한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그런 접수 창고가 존재한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접수 받을 때 담당자가 출판 기획서를 꼼꼼히 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충분한 사전 자료가 없는 한 출판 기획서 만으로 책의 가치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가능한 아는 지인을 통해 출판사의 담당자를 개별 연락하시는 게 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홈페이지 접수나 메일 접수보다 대면 미팅을 통해 책 소재 자체의 차별성을 제대로 전달할 수도 있고 담당자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형 출판사가 좋을지 중소형 출판사가 좋을지 고민이 될 것이다. 책을 자주 읽는 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익히 알려 진 대형 출판사를 선호하시겠지만 당연히 장단점이 존재한다. 대형 출판사는 브랜드가 있기에 자본력과 유통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어서 분명 책 홍보와 판매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누구나 대형 출판사와의 계약을 원하기 때문에 초보 저자가 진입하기에는 상당히 어렵다. 반면 소형 출판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책 출판 제의를 채택하기 쉬우나 마케팅 역량이나 유통 네트워크가 약해 책 홍보나 판매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책 판매가 책 내용 자체에 대한 만족으로 입 소문이 나길 기다려야 하거나 저자의 네트워크에만 의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처음 책을 쓴다면 소형 출판사가 현실적으로 적합하다. 단, 첫 책이 인기리에 팔릴 것이라는 기대는 안 하는 게 좋다. 처음 쓴 책은 책 내용도 저자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고 출판사가 너무 책 내용에 대해 간섭을 하게 되면 자신이 쓴 책임에도 썩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오로지 자신의 생각과 고민이 담을 수 있는 책을 낸다는데 의미를 두시는 게 좋다. 그래야 책에 대한 독자들의 리뷰와 스스로 리뷰를 해볼 때 더 좋은 책을 쓸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 줄 테니까.
그렇게 바라던 출판 계약이 완료된 후 책 집필을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생각보다 글 쓰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머리 속에 떠오르던 그 수많은 내용들은 온데 간데 없고 한 줄 써 내려 가는 것도 쉽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제 책을 마무리 하나 막막 해지고 답답해 지게 된다.
특히 회사 일로 인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에게는 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하루에 가능한 시간은 많아야 한두 시간 정도인데 늦게 퇴근하거나 집에 일이 있어서 며칠 글을 쓰지 못하다가 다시 집필하다 보면 글 쓰는 흐름을 놓치게 되고 문장의 맥락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서에는 계약 후 3개월 이내 원고를 전달하기로 되어 있는데 글이 써 지지 않아 진척이 더뎌 질수록 조급 해지고 그러다 보면 원고가 엉망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책 소재에 대한 평소 메모나 단문을 많이 써 두는 게 좋다. 개인 블로그나 사내 블로거 활동을 통해 소재에 관련된 글을 A4 용지 기준으로 2~5장 정도 써 두는 게 좋다는 의미이다. 마치 블로그 글이 목차 별로 쪼개어서 글을 쓴 후 초고(草稿)처럼 쌓아 두는 것이 좋다. 그 초고들을 목차에 따라 정리한 후 문장을 자연스럽게 수정하거나 필요한 내용을 더 추가하면 된다.
필자는 책을 쓰기 전에 ‘아이디어’ ‘기획’ ‘비즈니스모델링’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LG CNS 사내 블로거와 LG그룹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 써 본 원고들이 있었는데 그 원고들을 책 소재의 초고처럼 활용했다. 미리 써 둔 원고들이 시간이 부족했던 필자에게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었고 내용의 깊이도 더할 수 있었다.
만약 새로운 내용의 추가가 필요한데 글 쓰는 게 막막하고 잘 써 지지 않는다면 우선 목차 제목을 적은 후 생각 나는 대로 키워드를 적는다. 키워드나 문장의 위치를 변경하면서 문장을 자연스럽게 이어 나가면서 어색한 문장은 고쳐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키워드나 문장을 미리 써 둔 후 지금 읽으시는 글처럼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완성해 나간다. 한번에 완벽한 문장으로 만들지 말고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요약한 후 그 내용을 확장해 나가시는 게 좋다.
초보 저자 입장에서는 책을 제때에 제대로 써 내는 것도 버거운 일이지만 책이 출간된 후 얼마나 빨리 알릴 것인지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어디에 홍보를 해야 잘 팔릴 것인지 알지도 못하는 데다가 생각 외로 책이 잘 팔리지 않는 것 때문에 괜히 출판사 담당자에게 미안한 생각까지 들게 된다.
직장인 입장에서 책 관련 강의를 병행할 수도 없고 홍보를 위해 뛰어다니기도 힘들기 때문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책을 내기 전에도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서비스를 통해 책 저술의 과정 등을 글로 써서 SNS 친구들의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다. 물론 책을 쓴 후에도 소셜 서비스 활동을 더 많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SNS 상에는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에게 증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책 추천만큼 강력한 홍보 효과는 드문데 이것이 인플루언서에 의해서라면 책 홍보가 더 촉진되기 때문이다.
물론 주의하실 점은 당신 시간을 책 홍보하는데 치중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의 목표가 책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과정일 뿐 목적지가 될 수 없다. 처음 쓴 책은 더 가치 있는 다음 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직장인의 신분을 지속적으로 가져갈 생각이라면 그 경험을 오롯이 자신의 직무 능력과 실력을 키우는데 쏟고 그 결과를 다음 책에 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