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지우기
요즘 행복해요?
20년 가까이 지낸 지인이 물었습니다. 일하는 제 얼굴을 보더니 행복하냐고 질문을 하더군요. 몇 달 동안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시험 준비, 교통사고, 밀린 업무들에 정말 돈을 쓸 시간 없이 평일과 주말 모두 일을 하며 바쁘게 보냈습니다. 그렇게 몇 달 가까이 지내고 나니 제 일상에 그림도, 독서도, 글도, 운동도 모두 사라져 있었습니다. 창가에 비친 제 모습을 보니 얼굴에 웃음끼 하나 없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사라져 버린 사람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슬금슬금 올라가던 체중은 어느덧 70을 훌쩍 넘어 5kg 가까이 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무언가 나사가 하나 빠진 느낌이다.
이런 생각에 독서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문제에는 항상 원인이 있게 마련이죠.
장례식장을 가면 사람들의 나이를 훑어봅니다. 남자들의 평균은 85세쯤 되더군요. 그러면 벌써 저는 인생의 반환점은 돌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더 이상 인생이 불만이라고 핑계만 이야기하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오늘 아침은 일어나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하기 싫은 핑계를 하나씩 지워야 하니까요. 귀찮고, 춥고, 일어나기 힘들고, 손도 시리고 아침 운동의 벽이 많습니다. 그럴수록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떠올리며 대응해야 합니다. 추우면 외투를 하나 더 입고, 손이 차가우면 장갑을 끼고, 아침에 못 일어나면 조금 더 일찍 잠들고 그렇게 대응하다 보니 핑계가 남아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까만 새벽에 운동을 하러 나섭니다.
늘 뛰던 대로 딱 1km만 뛰어 봅니다. 더 뛰고 싶지만 내일을 위해 허들을 낮게 잡아야 하니까요.
집에 돌아와 필사를 합니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알겠네요. 그동안 성장하지 못했던 것이죠. 잃어버린 영혼의 울림과 삶의 공허함을 무시한 채 운동을 게을리한 대가로 뱃살까지 늘어나 있었죠. 그렇게 정체와 후퇴를 반복하고 있으니 삶이 행복할리 없었습니다. 얼마나 운동을 계속할지 글을 계속 쓸지 모르겠습니다. 또 한 번 후퇴하더라도 이번에 도전을 계속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