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기억은 가벼울까? 내 기억은 왜 이리 무거울까?
'망팔(望八)이 되니까'로 시작되는 소설가 김훈의 옛글이 어제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녀 읽다가 짜증이 올라왔다. 결국은 가볍다고 끝나는 글인데, 가볍기가 그리 쉽나. 내 아버지도 곧 80이다만, 섬망 증세가 있고, 기억이 온전치 못하시다. 기억이 흐려지는 게 다행일 수도 있겠지. 누구라도 가벼워지면 그것도 좋은 일이지. 아버지의 망할 팔십이 눈앞이지만, 내년을 기약할 수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요란해진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노래 한 곡을 만들어 담아둔다.
가벼워지셨기를
막내아들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하셨다고 하셨지
사실 어제도 이미 통화했는데
그 말은… 그냥 삼켰다
왜인지 나도… 이유를 몰랐다
어제와 오늘이 겹치는 자리
아버진 웃으며 오래간만이라 하셨지
나는 침묵으로 답했지만
마음 안쪽에선 기억이 느릿하게 흘렀다
미움은 낮게 눌러두고
슬픔은 조용히 덮어두고
꺼내면 부서질 것 같은 것들은
그냥 내 안에서 잠들게 둔다
아버지의 기억은 가벼울까?
내 기억은 왜 이리 무거울까?
그 무게가 버겁지만
오늘도 나는 그저 견딘다
타버려 사라져 버린 사진들
빛이 바래 표정이 흐려진 얼굴
어머니의 눈물이 먼 곳에 있고
나는 그 거리를 헤엄친다
사라진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손에 쥘 수 없을 뿐
흩날리는 장면들을
가만히 두 눈에 담는다
아버지의 기억은 가벼울까?
내 기억은 왜 이리 무거울까?
그 무게가 버겁지만
오늘도 나는 그저 견딘다
고맙고 사랑합니다는 말은 어렵지
그 말이 내 안에 머문다
지난 일을 잊는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네
아버지의 기억은 가벼울까?
내 기억은 왜 이리 무거울까?
난… 가볍지 않았어요
아버지라도 가벼워지시기를
유튜브에서 노래로 듣기 https://youtu.be/ckFYruqVI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