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올리버의 시 _기러기(Wild Geese)로 만든 노래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 같은 비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초원들과 울창한 나무들,
산들과 강들 위로.
그러는 동안에도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하늘을 높이 날아
다시 집으로 향하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저 기러기들처럼 거칠고 흥겨운 소리로 너에게 소리치지-
세상 만물이 이룬 가족 안에 네가 있음을
거듭거듭 알려주지.
_ 메리 올리버 『기러기』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지.
아침에 메리 올리버의 시선집 <기러기>를 뒤적이다가 '분노'(Rage)와 '방문객'(The Visitor)이라는 시를 다시 읽었다. 아버지에 의한 학대의 흔적이 어둡고 미묘한 뉘앙스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녀의 고통스러운 경험과 트라우마의 기억이 그녀의 시에 녹아들어 있을 수밖에 없음은 너무도 당연하다.
메리 올리버는 생전에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인이었지만, 말년에 이르러 자신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가장 결정적인 언급은 2011년 마리아 슈라이버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는데, 이 인터뷰에서 그녀는 자신의 가족을 "기능 장애가 있는"(dysfunctional) 가족이라고 묘사하며,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했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녀는 자신의 가정을 "매우 어둡고 부서진 집"이라고 표현했으며 , 어머니로부터 "충분한 모성애와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그녀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을 정도로 고통"받았으며 , "구석에 웅크린 소심한 아이"가 되었다고 한다.
내게도 그렇게 구석에 웅크린 작은 아이가 저 내면 깊은 곳에 오래 잠들어 있었다. 내가 내 자신에게 붙인 첫 별칭이 '작은아해'였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겠지. 게슈탈트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간신히 이 작은 아해를 의식의 표면으로 끌어올렸다. 이 친구에게 작년에 뒤늦게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이름은 '담이'다.
마리아 슈라이버와의 인터뷰에서 메리 올리버는 "우리 모두 허기진 마음을 안고 살며, 행복을 갈구한다. 나는 내가 행복한 곳에 머물렀다"고 답했다. 문득 대구에 내려와 살고 있는 지금, 어두운 계단 밑에서 자다 깨어..... "저도 그래요"라고 그녀에게 대답을 전하고 싶어졌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를 안고 흘러가네
맑은 하늘 기러기들의 노래처럼
거칠고 흥겨운 소리로
너에게 말하지
넌 이미
이 세상 속에 있음을
https://youtu.be/vGyLuX8f4uM?si=Mi9LCTDsJOXtGmZ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