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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 영감개뿔, 결국 매일 하는 수 밖에! 박선기

롱블랙 2024년 11월6일 no. 885

박선기 : 더현대 신라호텔 천장 장식한 예술가, "영감은 반복을 이길 수 없다"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1247 


1. 내 평생 함께할 주제와 소재는 뭘까 적어 내려가기 시작. 좋아하는 걸 해야 오래갈 것 같더라고요. 저는 산을 좋아하고 바람을 좋아해요. 그런데 그건 표현하기 쉽지 않았죠. 그렇게 지워나가다 보니, 나무가 눈에 들어왔어요.


2. 나무는 자연과 인간 문화의 연결점. 오래전부터 인간이 건축할 때 쓴 재료. 그렇게 나무라는 존재를 묵상하던 박 작가. 문득 숯이라는 재료를 떠올립니다. "숯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다 보니, 이 숯이란 건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숯은 나무가 다 타고 남은 자연의 끝. 자연의 마지막 모습으로 인간의 건축 문화를 상징하는 기둥이나 계단, 아치를 형상화해 둘을 연결하려 했죠"


3. 숯은 가볍기에 바람이 불면 살랑살랑 흔들렸어요. 그가 사랑하는 또 다른 자연물인 '바람'까지도 담을 수 있었죠.


박선기 작가가 2007년 공개한 작품. 나일론 줄에 숯을 매달아 자연물을 표현했다. ⓒ박선기


박선기 작가는 “동사가 아이디어를 극대화 한다”고 말한다. 사진은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 있는 박선기 작가의 책상. ⓒ롱블랙


4. 숯 매달기를 선보인 박작가, 더 새로운 작품을 고민. 하지만 그의 밀라노 선생님은 '매달기에 좀 더 집중해 보라'고 조언. "진정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찾으려면, 한 가지를 오래 해봐야. 수많은 작가가 작품을 쏟아내고 있어, 이젠 어떤 작품도 누구 건지도 모르겠다면서요. 이럴 때일수록 '너만의 것'에 오래 집중해 보라는 뜻이었어요"


박선기 작가가 2022년 공개한 ‘조합체 20220719’. 검은 숯이 동양적인 느낌을 자아내기에, 박선기 작가의 작품은 ‘3차원 수묵화’ 같다는 평을 듣는다. ⓒ박선기


2019년 서울신라호텔 로비를 장식한 박선기 작가의 작품. 투명한 아크릴 비즈로 하얀 파도가 치는 듯한 모양을 만들어냈다. ⓒ박선기


2024년 11월의 서울신라호텔 로비. 박선기 작가는 20여 년 동안 이 공간을 다채로운 설치 작품으로 채워왔다. ⓒ호텔신라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 설치된 작품. 끊어진 원형 고리가 하나로 겹쳐 진한 원을 그린다. 숯 조각 같은 작은 사건이 모여 한 시대가 되고, 그 시대가 쌓여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5. 첫 생각에 안주하지 말라고 조언. 생각의 반복이 깊이감을.

"처음 떠오른 걸 그냥 만드느냐, 아니면 그걸 계속 발전시키느냐가 깊이감을 결정해요. 자꾸 생각을 거듭해야 생각이 바뀌고, 표현하는 방법도 바뀌죠. 볼거리가 하나하나 늘어갈수록 작품은 좋아져요. 누군가 쉽게 떠올린 것이 아니라, 수없이 생각을 반복한 게 느껴지는 작품. 그게 깊이감이 있는 작품이에요"


6. 영감은 10년에 한 번 올까말까. 영감만 기다려선 작가 일을 계속 할 수가 없어요. 매일 반복. 생각이든 만드는 것이든. 반복하고 수정하면 결국은 더 나아지게 되어 있죠.


박선기 작가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반복’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는 영감도 재능도 아닌 반복만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원동력이라 말한다. ⓒ롱블랙


박선기 작가 인스타(5026) https://www.instagram.com/seon_ghi_ba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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