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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 일은 허들, 그 너머를 상상한다! 서영희

롱블랙 2024년 11월13일 no. 891

서영희 : 루이비통 오방색 함 / 보그 할머니 화보, 30년 디렉터가 다듬는 전통

본문 https://www.longblack.co/note/1252 


1. 한국으로 돌아온 1989년. '다시 일하고 싶다'는 생각. 갈 수 있는 회사에 모두 지원. 경력단절 여성으로 재취업이 쉽지 않음. 육아로 풀타임 근무도 어렵고. 마침 기회. 오빠가 일하던 건축사무소에 패션잡지 '멋' 기자가 찾아 온. 서 디렉터는 '패션잡지'란 말에 가슴이 뛰기시작. 월간지였기에 풀타임으로 일할 필요도 없었던.


"멋은 패션학과 교수님들이 기고하는 잡지. 트렌디하기보다, 학문적인. 여기서 뭔가 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그간했던 작업물을 싸 들고 찾아갔어요.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싶다고 했죠. 다행히 '오케이'"


롱블랙과 인터뷰 중인 서영희 디렉터. 코오롱에서 일하다 출산을 이유로 퇴사했지만, 30대에 다시 「멋」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게 된다. ⓒ롱블랙


2. 2002년 보그를 이끈 이명희 편집장이 그를 스타일리스트로 발탁. 화보 기획 자유권도 줬어요. 그때 8월, 지금도 회자되는 화보를 만듭니다. 처음부터 연탄과 구찌 조합을 떠올리지 않았어요. 길에서 사진을 찍던 중, 연탄장수를 만나게 되고, 그와 대화를 나누다 그의 가게까지 찾아간. 그때 (사진) 영감을!



3. 보그 스타일리스트로 일한 지 5년. 슬럼프. 휘황찬란한 명품들이 어느 순간 '텅 빈 존재'로 보였다고. "내가 뭐 하는거지? 싶었어요. 아무리 기획해도 내 것 같이 않았어요"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어요. 그때 눈을 돌린 곳이 '한복'. 2006년 당시 한복 화보는 유명하지도 않았고 없는 수준. '한복을 패셔너블하게 만들자'. 그렇게 화보 완성!


편집장은 물론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한복 화보. 한복 화보의 정형성을 탈피하기 위해 속옷인 무지기치마만 입거나, 남자 옷의 앞고름을 풀어 걸쳐보기도 했다. ⓒ보그 코리아, 어상선


4. 해마다 한복 기록을 쌓던 서 디렉터. 2020년 사람들의 주목을 또다시. '할머니 한복 화보'. 이 장면은 처음부터 기획되지 않았다는 것. 할머니와 만난 다음 나왔죠. 구찌와 연탄처럼. 


서 디렉터는 꾸준히 한복 화보를 기획하고 디렉팅했다. 루이 14세가 머물렀던 프랑스 위세 성으로 찾아가고, 전라도 곳곳에 살고 있는 할머니들과 동고동락하며 한복 화보를 촬영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 ⓒ보그 코리아, 구본창, 조선희, 민현우


루이비통의 커스텀 트렁크인 ‘함 트렁크’를 만들며 제품 디자이너가 되기도 했다. 직접 장인들을 찾아가고 공부하며 2년간 만든 제품이다. ⓒ루이비통, 서영희


5. 2018년엔 제품디자이너로. 루이비통 제안으로 한국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함 트렁크' 제작. "국립중앙박물관과 민속박물관을 3개월간 다니며 찾았어요. 거기서 발견한 아이디어와 루비비통의 특징을 잇는 작업을. 필요하다면 형태를 바꿔서라도요. 대신 정신만큼은 남기려 했어요"


6. 2022년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의 요청. 2015년 아펠의 한국지사장이 장식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를 보고 감명받은 게 계기. 서울 매장 오픈을 기념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서 디렉터의 역할은 스토리보드와 컨셉을 기획. 


7. 저는 일이 허들이라고 생각. '이거 해 본적 없어서 안 돼'하고 포기하는 대신 '이 허들은 넘을 수 있을까? 다치진 않을까?' 그래도 이걸 넘으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같은 상상력 발휘. 그리고 한번 넘어 보는 거. 물론 모든 허들을 넘는 건 아님. 이걸 하면 내가 뭘 얻을 수 있을지 차분히 생각. 허들 너머가 보이지 않으면 정중하게 거절해요"


서영희 디렉터는 자신의 영감의 원천을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경수 사진작가가 촬영한 ‘그해 여름’ 화보는 서 디렉터의 어린 시절 추억을 나타낸 것이다. ⓒ롱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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