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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인 Aug 29. 2023

덥고 성가셔도 여전히 나는 여름 편


여름. 해가 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하루의 활력이 배가 되는 이 계절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나는 여름형 인간인 것이다.

먼저 신체적인 부분에 관해서 말하자면, 피부와 모발 모두 건조한 편이라 적당히 습할 때 오히려 컨디션이 좋다. 그리고 내게 춥다는 건 통각에 가까운 아프고 괴로운 느낌이다. 적당히 땀이 날 때 건강하다고 느낀다.


요가 수련에 있어서 덥고 축축한 날씨는 무척 도움이 된다. 온몸이 딱딱히 굳어있는 겨울과 달리, 여름엔 몸을 데우는 데 많은 공을 들이지 않아도 빨리 몸이 열리고 전반적으로 더 부드럽다. 땀을 뚝뚝 흘리며 하는 여름 수련의 매력이란!


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얇아진 옷마저 마음에 쏙 든다. 가벼워진 옷의 무게 덕분에 기분과 행동까지 자유롭게 느껴진다. 하체보다 상체가 날씬한 나는 팔이 훤히 드러난 민소매를 입을 수 있다는 것도 참 좋다.

물론 여름에도 어김없는 호르몬의 농락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기분과 여러 가지 번잡스러운 생각의 굴레는 여전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당연했던 것들에 자주 감사하는 나를 발견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강아지 토리를 보면 이종의 생명체와 깊이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심지어 엊그젠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화폐로 교환하는 일은 멋진 것이잖아”라는 생각을 했다. 노동에 대한 긍정이라니! 이런 것마저 가능하게 하는 놀라운 계절이 내겐 여름이다.​


물론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폭염이나 비가 억수로 많이 쏟아져 며칠 내내 우중충한 장마는 아직 오지 않았다. 기분이 땅으로 꺼지는 그런 날에도 이 마음 그대로일지는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변덕 부려도 난 몰라.

하지만 지금의 마음으로 부탁하건대

여름아 조금만 더 천천히 머물러줘.


2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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