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가 바꾸는 자동차 - SDV #2

스마트폰의 길을 따라가는 자동차 - SDV 시대의 변화 읽기

by 붉은 대추

스마트폰의 혁명이 자동차로 확장되다

여러분의 스마트폰을 한 번 살펴보세요. 10년 전의 휴대폰과 비교하면 얼마나 달라졌나요?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저 '멋진 터치스크린 폰'이 등장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알다시피, 그것은 단순한 기기 하나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꾼 혁명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제 비슷한 혁명이 자동차 산업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SDV(Software-Defined Vehicle)', 즉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이라는 개념입니다.


여기에서는 스마트폰에서 일어났던 변화의 흐름을 되짚어보며, 자동차가 어떻게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기계에서 플랫폼으로 – 폰과 자동차의 공통 여정


스마트폰의 혁명적 변화: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단지 더 많은 기능이 있는 휴대폰"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진짜 혁신은 '기능의 양'이 아니라 '기능 구현 방식의 전환'에 있었죠.

물리적 버튼의 소멸: 키패드가 사라지고 터치스크린이 등장

앱 생태계의 출현: 앱스토어를 통해 누구나 앱을 만들고 설치할 수 있게 됨

지속적인 업데이트: 구입 후에도 계속 새로운 기능 추가

이 변화 덕분에 스마트폰은 더 이상 제조사만의 제품이 아닌, '생태계의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자동차의 비슷한 여정: 자동차는 100년 넘게 기계공학 중심의 제품이었어요. 엔진, 변속기, 새시, 제동 시스템 같은 하드웨어 요소들이 차량의 가치를 결정했죠. 그런데 최근에는 무언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중앙 집중식 컴퓨팅: 수십 개의 개별 제어장치(ECU)가 몇 개의 고성능 컴퓨터로 통합

차량용 운영체제(OS): 모든 기능을 통합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장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차량을 구매한 후에도 새로운 기능 추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차량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다양한 서비스 이용

이런 변화로 자동차는 점차 '타는 기계'에서 '움직이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그랬듯이, SDV는 기존의 차량 개념을 뛰어넘어 고객 경험, 서비스 연결성, 데이터 기반 운영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산업 모델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SDV – 놀랍도록 닮은 변화의 패턴

두 산업의 전환 과정은 구조적으로 놀라울 만큼 닮아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1. 입력 방식의 디지털화

스마트폰: 키패드를 버리고 터치를 채택합니다. 복잡한 버튼 대신 상황에 맞게 변하는 화면이 등장한 것이죠.

자동차: 대시보드의 수많은 물리적 버튼과 다이얼이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대표적인 예죠. 여기에 음성 인식, 제스처 제어까지 - 멀티모달기능이 더해지면서 차량과 사람의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2. 운영체제(OS)의 등장

스마트폰: iOS와 Android가 플랫폼 생태계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 두 OS가 전 세계 모바일 시장을 양분하게 되었죠. (물론 중국은 또 다른 세상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 이제 차량용 OS 경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SDV전용 OS, 도요타의 Arene, 폭스바겐의 VW.OS, 메르세데스 벤츠의 MB.OS 등이 차량용 OS 시장에서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제어 소프트웨어를 넘어, 외부 개발자들이 차량용 앱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3. 서비스 생태계의 확장

스마트폰: 처음에는 통화, 메시지, 웹 검색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금융, 게임, 쇼핑, 소셜미디어 등 거의 모든 산업의 접점이 되었어요.

자동차: 자율주행 보조(ADAS),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뿐만 아니라 차량 간 통신(V2X), 콘텐츠 스트리밍, 심지어 이동 중 쇼핑까지 가능한 '이동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4. 업데이트 방식의 변화

스마트폰: 처음에는 OS 업그레이드를 위해 매장을 방문하거나 수동으로 설치했지만, 지금은 자동 OTA로 업데이트됩니다.

자동차: 과거에는 새 기능을 추가하려면 새 차를 사야 했지만, 이제는 OTA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원격으로 추가하거나 버그를 수정할 수 있어요. 테슬라는 이미 수면 중에도 차량이 업데이트되어 아침에 새로운 기능을 발견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죠. 이런 변화는 차량을 '한 번 사면 끝나는 제품'이 아닌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서비스'로 재정의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변화입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중요한 차이점

물론 스마트폰과 자동차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점도 있습니다.


1. 안전과 생명의 문제

스마트폰은 오류가 발생해도 대부분 큰 문제가 없지만,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된 이동 수단이에요. 따라서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기능 안전성(ISO 26262), 실시간성, 사이버 보안(UN R155) 등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2. 수명과 업데이트

스마트폰은 2-3년마다 교체하지만, 자동차는 10년 이상 사용해요. 오래된 하드웨어에서도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원활하게 작동해야 하는 과제가 있죠.

3. 복잡한 규제환경

자동차는 국가별로 다양한 안전, 환경 규제를 만족해야 하며,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배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소프트웨어 전환은 스마트폰보다 더 복잡하고 느릴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변화의 방향은 명확합니다.


산업 구조의 재편 – 자동차도 플랫폼 비즈니스로

스마트폰의 등장은 통신 산업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단말기 제조사(노키아, 모토로라)가 강력했지만, 스마트폰 시대에는 OS와 앱 생태계를 장악한 애플과 구글이 주도권을 잡았죠. 자동차 산업도 비슷한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1. 새로운 주체들의 등장

테슬라의 선도: 테슬라는 처음부터 자동차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설계했습니다. 중앙 집중식 컴퓨팅, OTA 업데이트, 자체 OS 등을 통해 기존 자동차 회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며 SDV 개념을 실현한 대표 주자입니다.

전기차 스타트업의 도전: 리비안(Rivian)과 같은 전기차 스타트업도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존의 관행에 얽매이지 않아 소프트웨어 설계와 서비스 플랫폼 전략에서 전통 자동차 회사보다 유연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 NIO, Xpeng, Li Auto 같은 중국의 신생 자동차 기업들도 SDV 구현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특히 중국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 지원을 받아 OTA, AI 기반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을 빠르게 통합하고 있습니다.

IT 기업의 진출: 구글, 애플, 아마존, 화웨이 같은 IT 기업들도 자동차 산업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차량용 OS, 인포테인먼트, 클라우드 서비스, AI 자율주행 알고리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동차 생태계에 발을 들이고 있고, 그 폭을 넓혀갈 것 같습니다.


2. 권력 구조와 수익 모델의 변화

OEM에서 플랫폼으로: 과거에는 완성차 제조사(OEM)가 산업의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OS, 클라우드, 앱 생태계를 장악한 기업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부품사의 변화: 전통적인 기계식 부품 회사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춘 부품 회사들(Bosch, Continental 등)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 수익 창출: 과거에는 차량을 한 번 판매하면 수익이 끝났지만, 이제는 기능 기반 구독(FaaS), 데이터 기반 서비스, OTA 업그레이드를 통한 지속적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고 있어요.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FSD) 옵션 판매는 이런 변화의 예입니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은 스마트폰이 겪었던 전환을 거울삼아,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와 플랫폼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 산업의 미래 – 준비해야 할 방향

SDV로의 전환은 자동차 부품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계식 부품, 개별 전자제어장치(ECU), 물리적 센서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고성능 컴퓨팅, 소프트웨어 플랫폼, 디지털 인터페이스가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1. 하드웨어 부품 회사가 준비해야 할 방향

소프트웨어 연동성 강화: 단순히 하드웨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쉽게 통합될 수 있는 API를 갖춘 센서와 모듈 개발

모듈화와 표준화: 다양한 차량 플랫폼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표준 인터페이스 채택

고성능 컴퓨팅 지원: SoC(System on Chip), 고속 데이터 인터페이스, 차량용 이더넷 등 데이터 처리와 통신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개발

소프트웨어 품질 인증 대응: ISO 26262, ASPICE 등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된 품질 요구사항 충족


2. 소프트웨어 부품 회사가 준비해야 할 방향

미들웨어와 플랫폼 기술: 차량용 실시간 운영체제(RTOS), 통신 프로토콜, AUTOSAR 표준 등의 기술 확보

보안 및 업데이트 기술: OTA 업데이트, 사이버 보안, 무결성 검증 기술 개발

API와 개발자 도구: 다른 개발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개발 도구 제공

통합 서비스 지원: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클라우드 연동 등 상위 서비스와의 연계 기술 개발


SDV는 단순히 차량 내 소프트웨어가 많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부품이 '디지털 시스템의 일부'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이에 따라 부품 회사들은 기술 역량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에 대한 이해, 협업 방식, 생태계 전략까지 갖춰야 합니다.


미래의 자동차, '달리는 스마트폰'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자동차는 스마트폰과는 다르게 안전, 법규, 기계적 신뢰성 등 고유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은 명확합니다. 점점 더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우리의 시간을 채워주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통신 산업을 넘어 생활 전반을 재편했듯이, SDV는 자동차 산업을 넘어 모빌리티, 통신, 금융, 콘텐츠, 에너지 산업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요. 그 변화의 방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의 변화 궤적을 통해 자동차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기술의 핵심은 언제나 사람과의 연결, 그리고 경험입니다. SDV 역시 그 중심에서 우리의 이동 경험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자동차가 우리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의 초입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 여러분의 차를 한번 바라보세요. 그것은 단순한 '탈것'일까요, 아니면 '움직이는 디지털 허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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