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자고 일찍 자기
지지난주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있다. 밤 10시부터 새벽2시 사이에 잠자는 동안 성장호르몬이 가장 활발하게 분비된다고 해서, 밤 10시 전에 자는 습관을 들이려고 한다. 백수니까 가능한 것이겠지만, 의외로 거의 2주째 무난하게 지켜내고 있다. 오후나 저녁시간의 독서가 길어야 20분 집중해서 읽고 20분 딴짓하는 패턴의 되풀이라면, 새벽 시간에는 왜인지 (일찍 일어난 게 아까워서?) 거의 한 시간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고 나면 배가 고파진다. 6시쯤 계란 삶는 물을 올리고 채소에 올리브유 잔뜩 뿌려서 아침을 먹는다.
'미라클 모닝'이 화제가 된지는 오래 되었지만 나는 감히 시도할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었다. 철저한 '올빼미 형' 인간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중학교즈음 부터 1-2시에 잤다. 자정에 시작하는 신해철의 '음악도시' 팬이기도 했고, 부모님도 언니도 모두 자고 조용한 집 안에서 혼자만 깨어있는 시간이 좋았다. 고등학교 때는 당연히 공부하느라 새벽 1-2시에 잤고. 대학교에 와서는 술 먹느라(...) 새벽 1-2시에 잤다. 그렇게 30년 넘게 야행성이라고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그냥 그렇게 살다 보니 적응한 것이지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요즘에서야 든다.
회사 다닐 때는 수면의 질이 엉망이었다. 절대적인 양도 적었고, 자다가도 자꾸 깨서 습관처럼 뉴스를 확인하곤 했다. 밤 10시 전에 자려면 휴대전화를 반드시 꺼두어야 한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순간 자정은 금방 넘어간다. 더욱 확실성을 기하기 위해 끈 상태에서 거실에 충전해둔다. 가까이 있으면 다시 켜고 싶은 유혹이 치미니까.
원시인처럼 생활하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뜰 때쯤 일어나고 있다. 만족도가 의외로 높아서, 원시인 생활 습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간헐적 단식'도 조만간 시도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나처럼 뭔가를 '먹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인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원시인도 견과류 같은 것은 쟁여놨다가 씹곤 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