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드러내는 글쓰기의 어려움
일주일에 2회 이상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2주만에 꺾이고야 말았다. '내일 일어나면 이걸 써야지!' '아이고 재밌겠다' 하면서 글감을 까먹지 않게 적어두곤 했지만, 다음날 눈을 떠서 몇 글자 적다보면 여지없이 '노잼'이다. 고민만 하다 한 편도 완성하지 않은 채 일주일이 흘렀다.
사실 '브런치에 글쓰기'라는 과제를 스스로 부여한 건, 몇 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는 에세이집 출간 때문이다. 회사일이 바쁠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원고를 몇 개 못 썼는데, 작년부터 시간이 많이 생겼는데도 여전히 글쓰기의 진도가 팍팍 나가지 않는 스스로를 보면서 이건 훨씬 본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깨달았다.
기본적으로 나를 드러내는 게 어렵다. 기사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서술하는 거다. 나를 드러내서는 안된다. 물론 비판적인 시각 등을 녹여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타인(전문가 등)의 표현을 빌려 쓰거나 '해석이 나옵니다'와 같은 편리한 문장을 끌어 쓴다. 15년간 그러한 글쓰기만 하다가 '내 생각' '내 감정'으로만 2000자 3000자를 채우자니 막막했다. (2019년 즈음부터 쓰기 시작한 엘르보이스 칼럼도 초반부에 쓴 것일수록 뒷부분에 꼭 통계 같은 걸 넣어놨다. 그런게 없으면 글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지금 보면 조금 억지스럽다.)
두 번째로는 욕먹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최대한 팩트만을 전달하려고 단어와 표현을 고르고 골라, 그것도 여러 사람의 데스킹을 거친 기사를 가지고도 수 년동안 공격의 대상이 되어왔다.(태블릿보도 관련 일부 송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 표현 하나 가지고도 꼬투리가 잡혔었다. '괜찮다'라고 의연하게 넘겨왔지만, 아무렇지 않았다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이다. 온전히 내 생각을 담은 주관적인 글을 누군가 마음먹고 조롱하려 들면 얼마나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인지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에 등장하게 될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주요 글감들-취재할 때 겪은 일들-이란 어차피 사람들 사이의 일이다. 그때 내가 이렇게 느꼈다는 걸 솔직하게 적고, 그걸 등장인물이 읽게 됐을 때의 마음은 어떨지를 이중 삼중으로 검열하게 됐다. 내 마음도 제대로 알 수 없는데 남의 마음이 어떨지를 상상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이렇게 적고 보니 그냥 나는 '쓰지 않으려는' 이유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무한정 글쓰기를 미뤄둘 수만은 없어서 시작한 게 브런치다. 일단 '나를 드러내는 문장' 쓰기에 익숙해지겠다는, 1번 문제도 해소가 될 수 있고, 가장 중요하게는 '욕먹을 것에 대한 두려움'에 부딪혀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유명한 명제-열 명의 사람이 있으면 너에게 7명은 관심이 없고 2명은 욕을 하고 1명만 칭찬을 한다는-말마따나 내가 주관적인 글을 쓰든지 말든지 대부분의 사람은 관심이 없고, 욕을 먹어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읽히는' 글을 통해 자꾸만 깨닫고 되새기고 안도하기로 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고 선언한 지난 2주간, 몇 년간 혼자 쓰다 말다 쓰다 말다 하며 완성하지 못한 묵은 원고 몇 개를 털어냈다. 이 과제는 나에게 실제로 꽤나 유익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