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곧 감정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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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님이 어떤 요구를 했다. 진상 짓까지는 아니었는데도 갑자기 신경질이 나서 일부러 표정관리를 하지 않았다. 이를 못 알아챌 리 없는 손님은 그럴 수도 있지 왜 그렇게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냐고 물었고, 나는 오해라고 그렇게 느끼셨으면 죄송하다고 말했다. 단 한 번도 웃지 않았고 진심이 담기지도 않았다. 이후 이어진 손님의 불만에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빤히 그 사람을 응시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내 언행은 싸우자는 식이었던 것 같다. 말도 안되게 유치하고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나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느껴져 또 다른 짜증이 솟구쳤고, 생각해보니 나답지 않다고 하기엔 근래 무표정한 얼굴에 불친절한 응대가 계속됐음에 화가 났다. 손님의 의도가 뭘 가리키는지 정확히 알면서도 모른 체 했다. 그냥 사람들이 다 싫고 왜 저러나 싶고 멍청이같고 모든 행동들이 다 거슬렸다. 늘어난 근무시간에 피로가 쌓인 걸까. 예전과 또 다른 위치에서 실수 없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짓누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인류애 상실? 이유가 뭐든 나는 예민하고 못되먹은, 서비스업에 맞지 않는 태도를 습관처럼 길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이놈의 성질머리! 이상하게도 남을 막 대할수록 스스로가 싫어졌다. 무뚝뚝하게 청개구리마냥 굴고나면 후련하기는커녕 자신을 향한 후회와 부끄러움만 남았다. 좀 덜 바쁜 매장에서 근무한다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거라던 다짐은 어디로 갔니. 보통은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 경계하는데 거꾸로 태도가 감정이 되는 기이한 일을 겪고 있다. 꼬일대로 꼬인 마음을 반성하고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못난 모습을 글로 못박아놔야지.

/202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