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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Feb 02. 2020

책을 소비하는 두 가지 방식

나에게는 책을 구매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목적이 분명하다면 곧장 직진을 하면 된다. 대형서점에서는 사고 싶던 책, 필요한 책 등 뚜렷한 목표물만 손에 쥐고 쓱 나온다. 별 다른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바로 초스피드 직진이다. 독립서점과 같은 곳에 가는 건 다른 이야기다. 여기서는 책을 구매하는 게 결과가 아닌 일련의 과정으로 다가온다  주인의 개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책방 곳곳을 꼼꼼히 둘러보고,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마음에 확 꽂히는 책을 발견하면 바로 산다.


한 마디로 이들이 펼쳐놓은 것들을 온전히 즐기고 경험하며 소비로까지 이어나가는 과정. 이미 어려운 산업의 표본이 되어버린 출판업계 속 적자 등과 같은 괴로움을 견디는 이들, 꿋꿋이 자신의 색깔을 밀고 나가는 이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박수다. 서글픈 이 세상을 잘 몰랐을 때는 ‘책방 주인’이라는 타이틀이 멋있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꽤나 혹독한 시간들을 거친 지금, 그 이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지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좋아하는 것의 줄타기를 하는 이들을 향해 막연한 부러움이 아닌 찬사를 보낸다.


더불어 이런 과정은 일상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이미 베스트셀러인 책이라도 제주도의 어느 한 책방에서 구매한 책은 또 다른 기억 한 편으로 남는 것처럼 말이다. 틀을 깨고 자신의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책들을 향유한다  충격도 받고 괜히 굳은 다짐을 하게 만드는 설렘은 즐겁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보지 않을 책을 사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묘한 뿌듯함. 천편일률 속 번뜩이는 세상에 잠시 들어온 기분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빛나는 가치다.



/20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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