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링 Jun 14. 2020

제주, 무기력에 처방한 3박 비타민

월정 해변 - 우도 - 세화 해변




꽉 찬 아사이보울로 단단하게 채우는 제주의 아침


비행기가 제주에 데려다 주자마자, 캐리어를 탈탈 끌어서 도착한 월정리의 한적한 골목. 이른 아침부터 설렘을 맞이하느라  속은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어느새 점심 무렵으로 달려가는 시간에 살짝 현기증마저  지경이라, 대충 해변 언저리를 돌다가 서둘러 골목길로 들어서 버린 .


"처음 오신 곳이 월정리세요?(오호라)"

흥미로운 표정으로 맞아준 카페 주인의 첫 마디.


가게의 설비를 고치고, 공간을 꾸미고, 주문을 받고, 메뉴까지 착착 만들면서도, 나에게  줌의 대화를 잊지 않는 모습에서 '하고 싶은 , 그리고 그것이 내 것'이라서 즐거워보이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당과 카페인을 완벽하게 조합한 세트(아사이보울과 아메리카노) 마련해두신 것에 감사하며, 바삐 짐을 풀고 가게를 돌아다본다. 취향 어린 공간을 둘러보는 것은 항상 황송한 경험이다.



아무도 없는 카페, 나무와 조명을 찬찬히 구경




구석마다 나무, 가게의 취향이 어린 자리들




손잡이마냥 들고 돌아다니면 무드 좀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플레이팅의 시각적 재미뿐만 아니라, 알록달록 하기 필연적으로 다채로운 재료의 식감에서도 아사이보울의 매력을 찾는 편이다. 가지런한 바나나 조각의 개수를 헤아리고, 크런치한 것들을 크렌베리와 같이 머금고, 코코넛 슬라이스의 식감을 비슷한 식재료와 헷갈려하며 우물거린다. 얼음이 가득  아메리카노 글라스를 스푼으로 통통 두드리고, 괜시리 찰랑거리며 기분을 내기 시작한다. 나의 휴가가 시작되었다는 전환감에 신나고, 부지런한 더듬이로  식사를  곳에서 시작한 나를 칭찬해.



엣지 있는 이파리에 피식 웃고, 꽉 찬 보울에 두 번 웃었다고 한다


가까이 당겨서 본격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땅콩버터를 바르고, 땅콩 라떼를 곁들이노라면 정신이 반짝


이튿날, 제주에서 한번  멀어 길목을 찾다가 결정한 우도행. '땅콩의 ' 생각보다 대단히 아름답다고 연신 감탄사를 뱉으며 파워 라이딩을 이어간다. 통통통 배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전기 자전거를  악셀로 밟고 나니 팔뚝은 어느새 빨갛게 익어버렸다. 슬슬 자극감이 느껴지는 팔을 부여잡고 휴식처를 모색한다.


날개를 달아준 듯 신난 내달린 어느 오후



파노라마 뷰를 누리며, 땅콩 디저트로 행복을 느끼는 여행자의 오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땅콩땅콩한 메뉴 구성에 우도뷰를 곁들인 어떤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모든 경험이 시시각각 발동된 즉석 탐색이라는 것에 적잖이 자아기특감(?) 느끼며 메모를 끄적였다. ' 잘했습니다'라고. 현무암 질감을 살린 향초나, 우도 땅콩을 귀여운 유리병에 담은 선물세트를 구경하는 재미는 덤이었다.


살짝 땀이 마르는 중 더없이 상쾌함을 느끼며 우도 바람을 맞는 자리



 반듯하게 각을 세운 크래커에 땅콩버터를 바르는 것은 참 즐거웠다






꾸덕한 베이글 한 점에, 청량한 카카오음료는 분명 오후의 강장제


애월 쪽으로 이동하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결정한 세화행. 공방 겸 카페를 구경하려고 했었는데, 공방 주인분이 '벨롱장'을 이유로 공간을 비우신 상태였다. 그래서 얼떨결에 따라가게 된 곳이 '벨롱장'이다. ‘벨롱’이 제주말로 ‘불빛이 멀리서 번쩍이는 모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반짝'열리는 플리마켓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찾았던 공방의 사장님도 본인의 작품을 전시하는 셀러(seller) 참석 중이었다.  참여자의 감각대로 꾸며준 유일하고 깜찍한 소품들과, 뜻밖의 먹거리들(한라봉주스, 제주 카카오닙스 ) 살피며 시간가는  모른다. 요란하게 시선을 강탈하는 것들에 사로잡혀 덮쳐오는 허기를 잠시 잊을  있었다.


나를 맞아준 뜻밖의 벨롱장, 이 곳에 오게된 것은 참 행운이다



허기를 잠재울 나의 구원자, 나의 베이글 발견



단숨에 꼴깍 마셔버리고 싶은 극한 청량감 속 카카오라떼



맛있는 빵은 항상 플리마켓에 있더라



바쁘게 벨롱장을 구석구석 돌고, 어느새  손에  물품과 먹을거리에 헤벌쭉한 오후다. 제주에서 매일 만날  있었던 눈이 시린 파랑의 바다, 한라의 초록에 그저 행복했다.


 풍경에서도 존재감이 대단했던  스푼의 기억들을 모으니 () 자극이  전환감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스푼  넣고 나니, 지리했더 일상을 다시   들여다 보고 싶어지고, 어쩐지     있을 것도 같고. 무기력증 회복에 제주만한 것이 없다고나 할까. 그리하여, 비타민 앰플 처방   '제주 처방' 권하는 바이다.



쫜득한 녹차베이글과 녹아내리는 초코, 기력을 꽉 채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