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워커스 책 리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니 가는 건 무의미하다’라는 생각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지만 가보자’라는 생각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 츠즈키 쿄이치 <<권외 편집자>>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한 영상을 추천해 주었다. 모티비라는 채널이었는데 아직 구독자 1만 명을 갓 넘긴 채널이었다. 모춘이라는 디자이너가 퇴사 후 이제 뭐 할까? 고민하는 영상부터 시작한다. 시작은 엉성하다. 화질도 좋지 않고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튄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거지?
“기록을 하는 편이 낫다고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가끔은 이런 낙서를 누가 읽을까 싶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것으로 작은 금괴를 만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버지니아 울프, 소설가
우리가 선명한 빛을 내면 사람들도 하나둘 모인다. 우리 기록으로 만든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하나의 세계관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세계관은 시간의 세례를 받을수록 확장된다. 재차 말하지만 대단한 기록이 아니어도 된다.
유튜브 모티비의 시작은 라인 디자이너로 일하던 모춘의 퇴사로 먼저 퇴사한 회사 동료 소호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그들만의 철학과 메시지가 담긴 브랜드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기록은 엉성하고, 브랜드가 되어가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다. 사실 기존 브랜드는 다 만들고 난 이후 사람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 고민했다. 날 것 그대로의 브랜드는 자칫 아마추어처럼 보이거나 우스워 보일 수도 있으니깐. 그럼에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기록했고, 모티비와 함께 브랜드를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하여 팬이지만 직접 참여하는 기분을 받았다.
기록의 시작은 엉성할수록 좋다. 기록이 쌓인 후 만들어진 것과 비교했을 때의 낙차로 결과물은 더 빛난다. 부디 가벼움을 잃지 말고, 부담은 가능한 내려두길. 다만 지치지 않고 기록으로부터 기록으로 나아가 보기를 바란다.
나는 뭘 잘하고 못하는 사람인지, 그동안의 성취 요인과 패인은 무엇이었는지, 누구와 함께 일했을 때 좋았는지, 앞으로는 누구와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돈을 쓸 만한 가치가 있는 소비를 통해 자기를 표현한다. 자기를 표현한다는 건 메시지를 표출한다는 얘기였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산다는 건 ‘나는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에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모티비는 100장의 티셔츠를 판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성공적인 노동절 행사를 진행하고 이후 힙한 브랜드로 디자이너, 마케터 사이에서 나만 아는 브랜드가 되어간다. 느슨한 연대를 취하며 여러 셀럽들과 협업을 하기도 하고 메시지에 맞는 굿즈와 행사를 새롭게 만들어 선보인다.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이지만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으로 보였다. 날 것의 과정을 함께하며 팬들도 브랜드의 일원으로서 소속감과 유대감을 느꼈다.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나는 모티비 보는 사람이에요!라고 나의 가치관을 드러냈다. 멋지고 쿨하고 존경심을 넘어 소름이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뉴욕 타임스 실린 글을 인용한다.
“그들이 창조해 낸 사운드는 신선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그리고 틀림없이 그들 자신의 것이다.”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가 되면 빠른 시간 안에 ‘모두가 아는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나만 알고 싶은 걸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알린다.
중요한 기준은 ‘각자가 고유의 개성을 뿜어낼 것’, 동시에 ‘전체의 밸런스를 이룰 것’
모티비와 모빌스그룹의 지난 여정을 돌아보는 책이 나왔다. 서평을 쓰기 전에 이 책을 3번 이상 정독했음을 밝힌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고민할 때 이 유튜브를 만났고 지금은 그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나를 브랜딩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할 때 모티비와 책은 그야말로 바이블이자 가장 트렌디하게 브랜딩 하는 길을 제시해 주었다. 감사하며, 나는 브랜딩, 마케터, 디자이너들만 이 책을 읽는 게 아닌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나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과 유튜브를 강력히 권하는 바다. 2021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