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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Apr 11. 2022

스리랑카는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을까?




스리랑카가 독립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습니다. 곧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여 곧 실무협상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스리랑카의 외환 보유고는 2조 원 정도 남아 있는 상태이며, 당장 올해 갚아야 하는 부채는 8조 원 가까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며 화난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를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하며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있어 시위가 점점 격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2019년 부활절 테러


스리랑카의 경제난의 시작은 2019년 부활절 테러가 시작점으로 생각합니다. 2019년 4월 21일 수도 콜롬보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290명 이상 사망하고 500명 이상 부상을 당한 최악의 테러 사건입니다. 확실한 테러 세력을 찾지 못했지만, 종교적 갈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스리랑카는 기독교, 이슬람, 힌두, 불교 등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기독교는 식민지배 당시 타 종교를 억압하며 지배세력이 되었기 때문에 종교 간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 대부분 불교를 믿지만, 힌두교 타밀족과 극심한 갈등으로 26년간 내전을 겪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여행 관광업의 비중이 높은 스리랑카라는 점입니다. 최악의 테러에 외국인들의 사망도 있었고, 테러가 일어난 지역을 관광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미국과 중국도 자국민들에게 여행 자제를 권고했습니다. 부채 대부분이 외화인 데다 외화 벌이의 가장 중요한 산업인 관광업에 타격을 받게 됩니다. 부활절 테러 이전 3~4%대 성장률이 테러 이후 1~2%대로 내려가게 됩니다. 스리랑카의 GDP 대비 관광업 비중은 4.9% 정도인데, 부활절 테러와 코로나19를 동시에 겪으며 2021년 0.3%로 수직 낙하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안보 불안감이 가중되었으며, 이후 대통령이 된 스리랑카 인민전선 (SLPP)의 고타바야 라자팍사가 국가안보를 공약으로 당선이 됩니다. 전 스리랑카 대통령의 친동생입니다. 형의 친중 관계 노선을 그대로 이어갑니다. 라자팍사 대통령 당선 이후 다시 스리랑카의 재건을 기대했지만, 야속하게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게 됩니다.


코로나19 락다운과 경제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스리랑카도 국내 락다운을 진행합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스리랑카는 특히 치명적인 경제난을 겪게 되고 2020년 2분기 경제성장률이 무려 -16.4% 까지 떨어집니다. 안 그래도 부활절 테러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와중에 강한 펀치가 한 방 더 날아온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근로자들의 송금 또한 힘들어지게 됩니다. 20만 명 이상 해외에 일하고 있으며 해외 근로자의 비중이 높았지만, 코로나19로 해외로 일하러 나가기 힘들어지면서 실업률은 높아지고, 해외 외화 벌이도 덩달아 힘들어지게 됩니다. 생활필수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스리랑카로서 외화 벌이가 안되지만 달러로 물건을 사야 하는 입장이 됩니다. 부채는 위험한 상태로 계속 증가하고, 달러를 벌지 못하지만 달러를 계속 써야만 했기에 외환 보유고는 씨가 마르게 됩니다.


중국 일대일로


스리랑카는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무리한 개발 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이러한 개발 사업은 물론 공짜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중국은 스리랑카 항구 개발, 공항 개발, 도로 및 인프라 건설, 에너지 및 물 자원 개발까지 다양한 분야의 투자 사업에 진출합니다. 정부의 친중 행보도 있지만 문제는 중국이 공짜로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에 35억 달러 규모 차관 부채를 지게 되었으며, 이후 만들어지는 인프라들도 외채 부담으로 운영권 대부분을 헐값에 중국 기업에 넘기게 됩니다. 무리한 인프라 개발을 돈을 빌려가며 진행했고, 이 인프라가 개발되어도 이익 대부분이 중국에게 넘어가게 되죠.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부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유기농 정책으로 농업 인플레 가중


스리랑카는 농업 노동인구가 전체 30%, GDP 7.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농업국가라도 해도 될 정도인데, 개발도상국 수준에 갑자기 정부가 유기농 정책을 실시합니다. 물론 깨끗하고 질 좋은 농식품이 필요하지만, 개발도상국 농부들에게 가격 부담이 되는 유기농 정책은 생산비용의 증가로 농업 전체의 악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21년 11월에 유기농 정책이 폐기되지만, 이미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상태였지요.


막 찍은 돈


2021년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통화량을 발행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때문에 2020년부터 돈을 막 찍어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통화 발행이 급증했지만 예상하는 대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여 물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안 그래도 힘든데 더 힘들어지는 거죠.


해결이 가능할까?


22년 1월 당장 코로나로 힘든 국민들을 위한 재난지원금 형식의 구제 정책이 실시되었습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다시 수출증대와 관광업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을 밝히며, 백신접종자 한해 격리 면제를 발표했습니다. 웃긴 건 외화 벌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관광시 달러로 결제하게 한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부채 비중이 높은 중국과 인도에 통화 스와프 및 부채 상환 재조정을 요청하였고, 인도에서 급하게 돈을 지원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중국과 인도 지원과 IMF 구제금융 등 해외 원조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로 도와주는 건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IMF의 많은 조건들을 수용하면서 구제를 받았거든요. 중국과 인도의 지원도 추후 더 큰 문제와 높은 의존을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해결한다고 해도 추후 경제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문제는 라자팍사 가문


하지만, 스리랑카의 정권이 라자팍사 가문 독점 체제라는 점입니다. 10년 넘게 이 가문이 스리랑카 정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대통령 고타바야 라자팍사와 그의 형이자 전 대통령이었던 마힌다 라자팍사는 현재 총리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를 통해 내각 대부분이 사퇴를 했지만, 이 둘은 여전히 정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중심제이지만, 의원내각제도 어느 정도 포함된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는 스리랑카에서 모든 정권을 형제가 다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퇴한 내각도 재무장관을 맡았던 바질 라자팍사를 포함한 라자팍사 가문 사람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은 5개 장관직을 겸임하고 있으며 정부 지출의 60%을 직접 통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랜 내전으로 인해 군부의 힘이 강대해졌고, 정부를 비판하거나 내전 협력 의심자로 몰리면 억류, 고문 및 실종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언론의 자유 또한 제한적입니다.(2021년 전 세계 언론 자유 지수 127위)


야당과 시위대의 정부 퇴진 요구를 거세게 하고 있지만, 여당 연립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탄핵이나 헌법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욱이 라자팍사 가문 독재 정치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스리랑카의 경제난 해결이 전적으로 라자팍사 가문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집권 이후 비판 세력들이 수차례 실종이 되었으며, 현재 시위대도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강경 진압과 통금 제한, 집회 금지 등 대응으로 보아 아무래도 당장 경제난을 해결한다고 해도 캄보디아와 같은 독재 국가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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