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누군가에게 칭찬을 듣는다는 것은 왠지 쑥스럽고 어색하고 무안한 일이 되어버렸다. 칭찬을 들으면 기분 좋아지고 행복해져야 함에도, 심지어 칭찬이 혹시 무슨 의도나 목적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하고 상대를 의심하게 되기까지 한다. 그만큼 칭찬은 우리의 일상적 대화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나 표현방식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전에 직장에서 아침 회의 시간 후 마지막에 칭찬릴레이를 하자고 제안을 해봤다. 하루에 한 명씩 칭찬 대상을 지목하고 칭찬한 이유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고. 긴장된 사회생활 속 인간관계에서 잘 웃을 일도 없고 회의라 하면 늘 질책과 비난의 연속인 작금의 현실에서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의도였고 무거운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기분전환의 의미도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칭찬은 익숙하지 않은 표현 방법이었고 멋쩍은 분위기와 어색한 웃음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칭찬에 인색하기보다 칭찬하는 법을 잊고 살아온 게 아닌가 싶다.
칭찬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의 유아기나 아주 어린 시절을 기억해내는 게 쉽진 않겠지만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금방 이해할 것이다. 우리가 칭찬하는 법을 모르진 않다는 것을. 갓난아이의 조그만 손짓 발짓에도 '옳지~ 잘한다~' '그래그래 잘한다~' '와~우리 아기 대단한데~' 라며 연신 칭찬과 환호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이를 먹고 성년이 되면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무수히 거치게 된다. 그런 과정 중에 타인보다는 자신의 정체성, 자신의 위치, 자신의 평가가 무엇보다 신경 쓰이게 되고 이미지 관리를 하다 보면 모든 세상일은 자신을 중심에 놓고 바라보는 게 당연시된다. 남의 평가보다는 내가 어떻게 비치고 나를 어떻게 단련해야 하는지에만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결국 남에게 할 말보다 내가 들어야 할 말에 더욱더 신경을 쓰게 되는 거다. 그 결과 남에게 해줄 칭찬은 인색해지고 점차 잊혀가고 고작 하게 되는 말들은 긴장을 조장하는 말들, 비난과 질책뿐이고 그기에만 익숙해지는 것이다.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해줄 수 있는 말이 고작 비난이나 질책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누구나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잊고 아이를 바라보며 연신 감탄과 칭찬을 남발하듯이 타인에 대한 칭찬 또한 의심의 눈초리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는 흐뭇한 일, 행복해질 수 있는 일들이 되어야 한다. 친구와 나누는 일상 대화처럼 칭찬도 익숙해져야 하고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칭찬 한마디에 작은 미소와 웃음을 전파할 수 있다면 삭막한 삶에도 가끔은 오아시스처럼 생활의 활력을 충분히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은 연습이 없지만 칭찬은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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