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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희 Oct 13. 2018

박지호의 심야책방을 다녀와서

오프라인 모임의 밸런스에 대해

콘텐츠를 쓰기 시작한 이후로, 배우러, 네트워킹하러, 알리러, 등등 다양한 이유로 콘텐츠를 매개로 한 오프라인 행사에 가고 있다. 사실 나에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수십 번의 고민과 수십 배의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어제 저녁 다녀온 <박지호의 심야책방>은 그런 수많은 고민들이 무색할 만큼, 그런 고민을 하다가 이제야 발걸음을 한 것이 아쉬울 만큼 다채로운 자극과 영감을 주었다.

- 구매처: 행사 티켓은 29CM에서 판매했다. 이 때부터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 장소: 알레아 플레이그라운드. 심야책방 컨셉 중 하나가 트렌디한 장소들을 옮겨 다닌다. 이런 행사가 아니면 쉽게 가지 않을 위치에 있는 장소지만, 공간감만으로도 충분히 올 가치가 있는 장소를 선정했다.


- 컨셉: 힙플레이스에서 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이동책방을 운영한다. 트렌디하면서도 동시에 가볍지 않다. 요즘처럼 온갖 오프라인 모임에서 ‘콘텐츠’, ‘트렌드’ 등의 단어가 피상적으로 소비되는 시대에 보기 드물게 밸런스가 좋았다. 휘발되지도, 무겁지도, 유행을 타지도, 진부하지도 않은, 그런 컨셉.


- 구성

1. 북토크에 앞서 재즈 듀오 AP SHOP LIVE DUO의 공연. 트리오, 콰르텟 공연은 많이 봤어도 듀오는 정말 오랜만이지 싶다. 군더더기 없는 트럼펫과 기타의 선율은 가을 밤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마지막 선곡은 Autumn leaves. 가을 밤에 이런 선곡이라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완벽한 인트로였다.

AP SHOP LIVE DUO

2. 본 행사인 북토크는 시인이자 편집인이자 출판사 대표인 김민정 시인을 모시고 진행됐다. 출판계에서 워낙 오랫 동안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온 분인지라 정리하지 않은 듯 이야기를 쏟아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었다. 긴 시간 동안 자신의 길을 닦은 사람은 그 시간 자체가 존경을 담아 경청할 만한, 경청하고 싶은 이야기가 된다. 각잡는 사람 말고, 격있는 분들이 흡입력이 있더라.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많이 모아서 잘 알 것, 새로운 시도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 것, 충분히 준비된 방향성에 대해서는 끝까지 밀어붙여 볼 것. 북토크에서 느낀 세 가지.

수줍은 듯 편안하게 행사를 이끌어 주신 아레나 옴므 플러스 박지호 편집장님과 재치있고 유쾌한 답변으로 시간을 채워주신 난다 출판사의 김민정 대표님

3. 마지막은 이동서점에 큐레이션된 책들을 자유롭게 둘러보고 읽는 차례. 누군가는 책 내용을, 누군가는 책 디자인을, 누군가는 책장 구성을 보았으리라. 무언가를 읽고 공유하고 정리해야한다는 강박없이 자유 의지에 의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싶은 만큼 볼 수 있었던 시간. 행사 전반의 기승전결을 통해 짜임새가 있으면서도 참석자들의 호흡을 배려한 자리였다.

박지호의 심야책방 시그니처 중 하나인 이동책방


- 디테일

1. 북스포트. 심야책방에 올 때마다 도장을 찍어준다. 도장 모으고 싶다...

2. 김민정 시인이 시낭송을 할 때 잔잔한 bgm을 깔아줬다. 초청한 콘텐츠를 빛나게 해 주는 장치.

3. 질문을 종이에 적어 비행기 모양으로 접어 날리기. 내 비행기는 높이는 날았으나 늦게 도착해 탈락 ㅋㅋㅋ 질문의 깊이와 재치를 끌어내는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소소한 재미 요소.

+ 덧: 오늘 제대로 인사 드린 아레나 옴므 플러스 박지호 편집장님과 짧게나마 나눈 대화 덕분에 요즘 하던 고민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시 내공이란... 여러 모로 감사합니다 편집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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