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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대 Jul 14. 2022

상메랑 현실은 반대다?

뜻을 이뤄내기 위한 나만의 프레임워크


"상메(상태메시지) 반대론" 이라는게 있다. 본인이 카톡 등의 프로필 상태 메시지로 입력해놓은 말은, 대체로 지금의 본인 상황과 정 반대이거나 결핍한 상황이라는 거다. 팀원이 이야기해준 건데, 스스로는 물론이고 주변 친한 지인들 상메를 뒤적이다 보니까 생각해보니 그럴듯해서 킥킥 웃었다.


지금의 내 카톡 상메는 "一飛沖天 一鳴驚人"이다. 풀어 쓰자면, "한번 하늘로 날아오르면 하늘을 뚫어버릴 것이며, 한번 울기 시작하면 세상 사람들이 다 놀라게 할 것이다" 라는 뜻이다. 3년을 놀기만 했던 초나라 장왕에게 오거라는 신하가 정신차리라며 (한마디로) 점잖게 핀잔을 주자, 초 장왕이 '당신 말 알아먹었다'며 씨익 웃으며 했던 말이라고 한다. 그가 즉시 천하를 훨훨 날아다니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춘추시대 다섯명의 레전설 군왕(覇者) 중 하나로 이름을 남기게 된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고 사기(史記)에 전한다.


유래야 그렇다 치지만, "상메 반대론"에 따르면 난 "하늘을 못 뚫고 있고, 세상을 못 놀래킨" 상황인 셈이 된다. 맞는 말이다. 회사를 운영한지 6년차, 앞의 3년도, 뒤의 3년도 초 장왕처럼 술이나 먹으며 놀고 먹은 것은 아닌데, 결핍은 계속 커지는 것 같다. 계획대로면 몇백 억 매출은 찍고 있어야 하는데, 이 땐 이런 판단으로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이 사람은 꼭 잡았어야 하는데, 이 때 돈을 여기 쓰면 안되었는데 등등의 후회도 많이 든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인데, 반복적으로 범하는 실수들도 보여서 많이 아쉽다.


자존감에서 메타인지가 나오지만, 메타인지가 과하면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자기비하는 적당히 하고, 어떻게 하면 상메를 현실화할 수 있나 고민해 봤다. 


열정과 의지를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뜻하는 바를 이루는 게 쉽지 않다. 초 장왕보다 대략 3세대 정도 뒤에 태어났다고 전하는 손자(孫子, 손자병법의 그 손자 맞다)는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이 그것이다. 손정의 회장의 사업 프레임워크라고도 전하는 제곱병법의 첫 줄이 이 다섯 단어다.


도, 목표와 비전이다. 가고자 하는 길이 명확해야 한다. 회사의 비전이나 목표 따위라고 보면 된다.


천, 외부의 환경, 거시적인 환경의 변화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타이밍에 가깝다. 예컨대 최근의 코로나19 사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미중 패권경쟁 등이다.


지, 지리적 환경, 내가 처한 시장에서의 고정적인 위치 등으로 해석한다. 사업적 해자가 있는지, 연계해서 뻗어나갈 지점이 다양한지 등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장, 장군이다. 인재를 뜻한다. 싸움은 결국 장수가 한다. 훌륭한 장수가 많을 수록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임원이나 중간관리자에 해당한다고 본다.


법, 법률이나 규칙, 규율 따위를 뜻한다. 조직 내에 살아 숨쉬는 규율과 규칙이 엄정하여 장수들이 조화롭게 협력할 수 있되, 이들을 과하게 옥죄면 안 된다.


작년 쯤 이 프레임워크에 맞춰 몇 가지 고민들을 했고, 사업적인 변화를 줬다. 계산대로 흘러간 것도 있고, 어그러진 것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는 대략적으로 뜻하는 바에 크게 괴리되지는 않은 것 같다.


비전이 명확한가, 타이밍을 잘 읽고 있는가, 나의 사업적 장점과 기회를 잘 포착하고 있는가, 좋은 동료를 충분히 모았는가, 엄정하되 유연한 규칙을 잘 가꾸고 있는가. 이 다섯가지에서 상메를 바꿀 힘이 나올거라 믿는다.


조용히 내 카톡 상메가 바뀌게 되면, 뜻하던 바를 이룬 것으로 알아주시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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