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완벽하게 무방비가 됩니다.
딸아이를 아침에 깨우는 것은 마치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깨우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갓난아기 때부터 한번 잠들면 좀처럼 깨어나지 않았던 잠순이여서 간혹 코밑에 손가락을 대거나 가슴을 만져봐야 했을 정도였다.
아침마다 딸아이를 깨우는 아내 언성이 높아지는 게 듣기 싫어 내가 전담마크를 하기로 했다.
딸아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나는 먼저 딸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알람 삼아 틀어 놓는다.
그리고 딸아이 귀에 대고 따라 부른다.
그럼 자기가 아무리 백설 공주라 해도 안 깰 수가 없다.
내 멋진 목소리로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 전화번호 뭐예요~’하고 부르는데 어찌 안 깰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잠이 덜 깬 딸아이를 안고 있으면 이토록 완벽한 무방비 상태가 또 있을까.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의 품에 안겨도 결코 이런 무방비 상태는 되지 않는다.
신께서 바라는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신 앞에 완벽한 무방비가 되는 것.
그 순간 모든 일은 신께서 주관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