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버지 기일. 초를 사서 피웠다. 이맘때면 항상 백현진의 '여기까지'를 듣는다. 스포티파이에서는 찾을 수 없지만 이 음악은 피아노 연주와 백현진의 퍼포먼스를 같이 볼 때 의미가 있다. 목을 쥐어짜고 질질 끄는 백현진 특유의 음색은 청자의 가슴을 후벼 판다.
누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투병한 지 오래 됐고 살기 위한 의지가 강한 분이었다. 항암 때문에 그간 제대로 된 끼니도 할 수 없었다. 최근 몸이 조금은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지 죽을 먹었다. 그게 문제였다. 소화기관이 그동안 작동하지를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고체 덩어리 음식이 들어오니 이걸 장기가 소화해내질 못했다. 결국 장이 터졌다고 한다. 수술도 불가능하단다. 의사는 준비를 하랬단다. 본인이 편하게 가게 해달라고 했단다. 누군가는 내 의지를 꺾는 것도 용기라 했다. 하지만 난 야속하기만 했다. 암에 걸리면 보통 암 때문에 죽지 않는다.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떠나더라.
퇴근 후 초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저녁 하늘이 그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