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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an 17. 2024

바다쏭 천사로봇

감상과 감사

바다쏭 천사로봇

호호아줌마가 묻는다.

너 왜 슬퍼?

글쎄. 난 잘 살고 있는 걸까?

그럼 오늘 든 내 생각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울적한 마음으로 밖을 봤는데 하늘이 화를 내듯 우박이 내리는 거야. 그럴 하늘이 아닌데. 역시나 조금 진정되면서 눈으로 바뀌고, 그러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더라고. 많이 속상했나 봐. 그 사이 온전히 떨치지 못한 나의 슬픔도 빗방울 타고 또르륵 떨어지고. 하나, 둘, 셋...

하늘이 나 때문에 속상했나? 슬픔을 덜라고 비가 오나? 이런 생각이 드니까 그럼 빨리 더는 게 좋을 거 같아밖으로 나왔어.

비를 맞으며 걷는데, 비를 맞고 서 있는 커다란 로봇이 보였어.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이 되고 싶어서 세상에 내려온 천사로봇이래. 사람들이 관심과 사랑을 주면 천사로봇의 심장이 밝게 빛난데.

처음에는 웃고 말았는데 난 이 로봇 앞에 멈춰 섰어. 이 로봇을 만든 사람은 뭔가 깊은 뜻이 있고, 간절함이 있었을 텐데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해졌거든. 관심과 사랑을 갈망하는 건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잖아.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

하늘은 인간에게 따뜻한 마음을 주셨고, 그 따뜻함은 서로의 관심과 사랑으로만 유지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로봇을 만든 사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생각이 여기에 미치는 순간 난 우울한 마음이 나아졌어. 그 따뜻함은 회복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따뜻한 마음을 선택하면 돼.




난 어떨 땐 별거 아닌 일로 화도 잘 내는데, 어떨 땐 내가 생각해도 답답할 정도로 보고만 있어.

너도 알지? 난 아이들이 알아서 잘하니까 잔소리는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 아이들은 내가 방임했다고 생각한다는 거. 미안한 부분도 많지만  기도하는 마음이었어.

난 지금 그때처럼 기도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회복을 기다리고 있어.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생각이 많았는데 그냥 지금처럼 하려고.

얼른 정신을 차리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착한 사람들이어서 방황의 시간을 기다려줬다는 걸 알면 좋겠어.  




우리는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을 살지 않았다. 누구도 함부로 평가하거나 조롱거리나 비방거리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도 연약하기에 함께 죄 앞에서는 틈이 없이 막아서고 사람은 존귀함과 소중함으로 마주하는 우리길 바란다.


주위를 잘 둘러보고 남김없이 모조리 느끼면 알게 된다. 얼마나 감사한지. 그 감사를 표현하는 건 두 손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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