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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하기

아직은 덜 큰 마음

2025.09.14

by 고병철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셨다. 꿈속에서는 홀로 남게 된 아버지께 인사드리러 가는 설정이었다. 아버지는 실의에 빠지신 듯 식사는 허접했다. 그마저 제때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몸도 마음도 피폐하신 모습이었다. 아버지, 같이 밖으로 나가자고 말씀드리며 깼다.


올해 제사도 제대로 올리지 못한 마음에 가슴이 무겁고 아팠다. 내가 가지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여러 가지다. 원망, 연민, 감사, 위로 등.


주말에 둘째 딸에게 엉겨 붙어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어릴 적 몸짓 하나하나가 한없이 귀여웠다. 이제 내 생각을 벗어나는 이야기를 할 때 신기하고 경이롭다. 그 아이의 성장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다. 언제까지 내 곁에 있을지, 점점 멀어지겠지. 그것이 아쉽지만 그조차 즐거운 변화라 기대한다.


사람이 또 사람을 만들고, 키우고, 남긴다. 무기물 사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리적인 형상 외에도 정신의 교감이라는 불가사의한 과정을 공유한다.


곧 추석이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분명했다. 대여섯 시간을 운전해 고향에 갔다. 차례를 지내고 산소에 갔다. 며칠 몇 끼를 같이했다. 즐겁고 아쉬웠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지금은 그게 당연한 일정은 아니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고 세상살이가 바뀌었다. 어떤 게 서로의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될지 감히 말하기 힘들다. 아직 나는 덜 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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