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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지향 Aug 01. 2017

불만족의 만족

내가 사는 아파트는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의 한 아파트.

8층 아래를 내려다 보면 바닥이 우레탄으로 깔린 조그만 놀이터가 있다.

초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엄마로 보이는 두세명이 벤치에 앉아 있고, 아이들은 소리소리를 지르며 즐겁게 놀고 있다.


소리소리를 지르며...


그래, 오랜만에 아무 일정도 없는 조용한 토요일을 보내고 싶었던 나는 아이들의 괴성이 너무 불편했다. '왜 저 아줌마들은 소리 지르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는걸까?' 하고 생각하며 밖을 내다보는 동시에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굴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생각이란 늘 순식간에 이어진다.








이 곳으로 이사오던 때, 동네가 죄다 주택가에 골목길에 그닥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던 탓인지 그때 부터 지금까지 나는 줄곳 어디로 이사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2년 전세 계약 기간 중에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금이지만, 우습게도 나는 계속해서 다른 동네의 부동산 서치를 반복하고 있다.

부모님께서 도와주셔서 얻을 수 있었던 이 집, 그러니까 신혼집이자 전세집인 이 곳은 사실 나와 남편의 직장 위치를 고려한 적절한 곳이다. 적어도 위치상으로는 그렇다.

공인중개사를 하시는 부모님께서 중개비까지 부담해 주신 덕분에 무리없이 서울 한 복판에 자리잡고 시작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신랑은 늘 감사하다고 하며 이 집에 대해 한번도 불평을 한 적이 없다. 그렇지만 이것은 도움 받는 입장에서 도움 준 이에 대해 예의상 마냥 솔직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결혼 초에 비해 같이 보낸 시간이 조금 더 많이 쌓인 지금, 이 남자의 표현은 늘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남편이 입 밖에 꺼내지 못하는 불평들은 내가 대신 부각시켜 크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간접적으로 이 사람 속이 시원해지고, 불평이 풀릴 여지가 생길거라 여겼었기 때문에...

의외로 이 사람은 내가 불평하는 것을 지적하며 감사하자고 하는 통에 내가 오바했구나- 싶어 이젠 그런 불평은 안하게 되었지만, 시간이 남을 때 스마트폰의 부동산 어플을 켜서 이곳 저곳의 전세값을 비교해 보는 것은 여전히 계속 하게 된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8층 아래 우레탄이 깔린 조그맣고 예쁜 놀이터를 내려다 본다.

'놀이터니까... 저 장소 자체가 아이들이 노는 곳이니까... 그럴 수 있지.'

나 자신의 예민함을 깨닫는 순간 거의 무조건 반사처럼 되뇌는 '그럴 수 있지...'를 다시 한번 되뇌며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해 보았다.


생각해 보면 이 곳은 우리의 출퇴근에 정말 환상적으로 적절한 곳이다. 게다가 한강이 보이고 산책할 수 있는 뚝섬 유원지가 있다. 집 값이 저렴한 것은 덤이다! 주위 환경은 주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우리에겐 사실 그닥 불편할 것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주택가라 창 밖으로 높은 건물 없이 탁 트여 밖에서 누가 우리집을 들여다 볼 걱정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지.


오늘도 이렇게 불만족 하나를 만족으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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