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에서 교육 첫 날인 월요일, 여러 국가에서 오기때문에 교육 시작은 오후부터라 오전은 좀 여유가 있었다.
어제 같이 라면 먹은 동료한테 어디에서 아침 먹을지 물어보니 숙소 근처에 브런치 카페 봐둔 곳이 있다고 거기 어떠냐고 해서 그리로 가기로 했다.
카운터 카페라는 곳인데 종업원에게 자리를 안내받고 앉자 속사포같은 영어로 뭘 주문할 지 물어왔다. 동료는 와플, 나는 '크랩 케이크 베네딕트' 를 시키고 같이 먹기 위해 요거트 & 과일 & 시리얼도 하나 시켰다.
크랩케이크는 맛있었는데 남부 음식답게 짜고 기름지고 양이 많아서 좀 남길수밖에 없었다.
어릴때 교육때문에 음식을 남기면 큰 죄를 짓는거 같은데 그런 죄의식을 갖고 미국에서 지냈다가는 내 몸을 음식물 저장소로 사용할 수밖에 없으니 어쩔수 없다고 생각할수 밖에.
아침 먹고 나서 근처에 유명한 식료품점인 H-E-B 라는 마트가 가까이에 있다길래 걸어서 가보았다.
근데 코스트코 규모에 거의 식료품 위주로 파는 곳인데 아시안, 심지어 중국이나 인디언 식료품 코너가 없더라.
아니 오스틴에는 아시안이나 인도인이 거의 안 사는건가? 아니면 맨날 스테이크만 먹고 사나? 식료품점에 누들이나 카레도 딱히 없어서 좀 신기하긴 했다.
레딧에 오스틴에서 유명한 게 뭔지 찾아봤더니 H-E-B 앞에 가면 grackle 이라는 새가 엄청 많다고 하던데 가보니 실제로 많았다. 찾아보니 찌르레기 비슷한 종류의 새인가 본데 단체 생활을 하는 새라고 하더라.
아침 먹고 숙소로 와서 이메일과 슬랙을 읽고 답변 좀 쓰고 하다보니 어느덧 점심 시간, 오후부터는 교육 시작이고 그 후로는 일과 이후 말고는 거의 개인 생활이 없을 테니 편하게 먹는 마지막 점심이라 근처에 있는 구글 맵에서 평이 좋은 타코 식당(구글 맵 링크)에 동료와 같이 갔다.
예쁜 카페처럼 꾸며 놨는데 가격도 합리적이고 평이 너무 좋아서 안 갈수가 없었다.
바게뜨 위에 아보카도와 야채를 올린 '아보카도 토스트' 를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다. 근데 멕시칸 스타일이라 그런지 고수를 많이 넣으니 고수 싫어하는 분들은 꼭 빼달라고 하는 걸 권한다. 나야 고수를 좋아하니까 상관없었지만.
점심 먹고 좀 쉬다가 사무실가서 팀원들과 인사하고 교육이 시작되었다.
쉬는 시간에 냉장고에서 마신 루트비어인데 그리 맛있지 않았다.
교육받고 매니저가 원하는 팀원들은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해서 참석했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입장에서 제일 힘들때가 이런 스몰토킹하는 자리였다.
보통 이런 자리는 씨끄러운 배경 음악(내지 대화 소리)에 동시에 여러 명이 얘기하니 대화 내용을 이해하고 참여하기가 너무 힘들다. 또 내용을 이해하려고 신경을 곤두세우다보니 끝나면 나면 너무 피곤해졌다.
하지만 뭐 회사 생활이란 건 어디든 비슷하지 않나. 같이 얼굴보고 차 마시고 식사하다보면 개인적 친밀도도 생기고 일하기 좀 더 수월해 지기도 하니 늘 참석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영어를 못해서 대화에 끼기가 어려워서 그렇지..ㅠㅠ
장소는 식당과 펍을 겸하는 곳인데 무지 씨그러웠다. 음식은 여러 가지를 시켰는데 그중에 스테이크만 사진을 찍어 놨다. 스테이크는 뭐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교육이 매우 도움이 되는건 사실이지만 토론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늘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한국어로 토론을 해도 어려운데 영어로 해야하니, 늘 그러다보니 입 꾹 닫고 있다가 토론 리더가 시켜야 말을 하는 편인데 늘 그때마다 영어를 잘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이게 꼭 열정적인 영어 공부로 이어지지가 않는다...ㅠㅠ
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주는데 오스틴에서는 늘 스테이크를 주는 줄 알았는데 한 번도 안 나오더라. 대신 타코는 지겹게 나왔고 연어 스테이크는 나오더라. 음식은 뭐 괜찮은 편.
교육 및 일정 마치고 숙소앞에 편의점 비슷한 식료품 가게가 있길래 나중에 먹으려고 과일 약간이랑 주전주리 좀 사왔는데 그 와중에 멕시코 코카콜라가 있길래 하나 사왔다. 멕시코 콜라는 액상과당대신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을 사용해서 더 맛나다고 들은거 같아서. 근데 오리지널 콜라를 마셔본지 오래되서 멕시칸 콜라가 더 맛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더라.
일과를 마치고 동료가 '텍사스 캐피톨' 이란 건물이 오스틴에 있고 숙소에서 가깝다고 같이 가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찾아보니 텍사스 주 의사당 및 정부청사고 꽤 근사하게 생겨서 같이 가자고 했다.
우버를 불러서 같이 갔는데 정말 크긴 크더라.
입구에서는 보안 검색대에서 짐 검사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바닥에 그려진 저 별은 텍사스의 상징이라는듯...
주 의사당으로 사용해서 그런지 역대 주지사 사진들이 쭉 붙어있었는데 그중에 대통령도 지낸 조지 부시를 발견!
천정에도 별이 그려있었는데 까마득하게 높았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경첩이 무지 특색있다고 해서 경첩을 찍어보려고 복도에 있던 방문을 열어보려고 했더니 잠겨 있었다.
그런데 저기서 어떤 백인이 오더니 너희 왜 방문을 열려고 하냐고 그래서 그냥 궁금해서 그랬다고 하니까 어디서 왔냐,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 등등 귀찮게 이것저것 캐묻더니 자기 한국에서 짧게 미군으로도 근무했다고 했다.
그래서 아 그랬냐고 대꾸해 주고 우리는 다른 거 구경하러 윗 층으로 간다고 하고 헤어졌다.
윗 층에서 열리는 방이 있길래 경첩 사진을 찍고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안내문에 건물에 기념품 점이 있다는 게 기억났다.
그래서 기념품점을 찾으러 가는데 좀 전에 그 백인을 만나서 기념품점이 어디 있는지 아냐고 물으니까 그 백인이 나는 사실 사복 주경찰인데 너희 수상하다고 왜 일과후에 여기와서 돌아다니면서 방문을 열어보려고 했냐고 하는것이었다.
그래서 우린 회사 일로 온 거고 아까 방문 열려고 한건 경첩 사진 찍으려고 한거였다.고 하니까 그래도 수상하다고 너희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래서 일과 끝나고 여기 구경하러 와서 신분증이 없다고 하니까 폰에 저장된 거라도 보여달라고 고압적으로 말했다.
얘가 진짜 주경찰인가? 좀 수상하기도 했는데 먼 외국이고 진짜 경찰일수도 있으니, 고민하다가 폰에 저장된 여권 사진을 보여줬더니 조회해 본다고 사진을 찍어가더라. 찝찝했지만 뭐 어쩔수가 없어서 밖에 나가다가 아까 보안 검색대에 있던 보안요원이 생각나서 가서 물어봤다. 어떤 사람이 주경찰이라고 하면서 신분증 제시하라고 했는데 주경찰 맞냐고...그러니까 보안 요원이 주경찰 맞다고 하더라..
뭐 별 일이야 있겠어 하면서 숙소로 돌아왔는데 다행히 특별히 연락이 있진 않았지만 찝찝한 마음으로 숙소에서 어제 사둔 샐러드와 코카콜라로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회사일로 왔는데 일과중에 뭐 특별한게 있을리가 있나. 그냥 영어 교육이라 힘들었을뿐이고, 뭐 먹었는지밖에 할 얘기가 있을리가.
점심 시간이 되서 회사 식당에 갔는데 오스틴 사무실이 시설이 제일 좋고 메뉴도 제일 낫다는게 사실 같았다.
샐러드와 구운 치킨인데 꽤 맛있었다.
저녁은 친한 호주 동료와 같이 먹기로 해서 나 포함 3명이 근처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는 테이블 옆에 레일이 깔려 있고 작은 차가 레일을 통해 주문자 테이블로 오는 신기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근데 이러면 팁을 좀 적게 줘도 되는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이니 20% 를 팁으로 산정해서 지불했다. 늘 그렇듯이 음식 가격에 세금을 붙이고 거기에 팁을 붙이니 메뉴판에 있는 가격보다 무지 많이 나와서 청구서 받아보면 놀라게 된다. 음식은 뭐 그럭저럭 맛있었다.
저녁 먹어가느데 매니저가 총 쏘러 가려고 하는데 참여할 사람 있으면 참석하라고 해서 세 명 간다고 하고 우버를 불렀는데 우버 장애인지 앱이 뜨지가 않았다. 그래서 Lyft 를 깔아서 호출했는데 터키인 기사가 왔다.
가면서 터키에서 어떻게 오스틴에 오게됐는지, 지인이 있는지 등등 잡담을 했는데 터키 경제 사정이 너무 어려워져서 기회를 찾아서 여기로 오게됐고 지인이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
영어를 꽤 잘해서 영어 어디서 배웠냐니까 터키에서 석사까지 마쳤는데 경제 사정때문에 좋은 직장 구하기가 불가능해서 이민오게 되었다고 이게 다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이 잘못해서라고 한탄을 하더라.
내릴때 약간 짠해서 팁을 좀 후하게 주고 인사하고 내렸다.
오라는 곳은 들어가보니 총기 관련 물건 판매 및 총을 쏠수 있는 곳이었다.
텍사스 오기전에 텍사스는 총기롤 보이게 휴대(Open Carry 라고 하더라)가 가능한 곳이라 들었고 그것때문에 좀 무서웠는데 정작 식당이나 펍들은 Open Carry 하면 출입금지라고 쓴 곳들이 많았다.
암튼 동료중 인도계 호주 친구 한명이 사격 매니아고 그 친구가 강력히 가자고 해서 여기 온 것 같은데 사격장 규칙이 자기가 가져 온 총으로 사격하고 총기를 대여해 주진 않는다고 해서 팀 액티비티할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동료가 '도끼 던지기' 하러 가는거 어떠냐고 해서 그게 무슨 다른 의미가 있는 슬랭인가 했더니 진짜 도끼 던지는 곳이더라..ㅋㅋ (구글 맵 링크)
여기에서 난생 처음 첫 VR 게임을 하고 (무지 어지러웠음) 도끼 던지기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마지막 날이라고 매니저가 원하는 사람은 같이 맥주와 야식을 먹자고 하던데 피곤하기도 하고 따로 일도 있어서 나는 그냥 숙소로 들어왔다.
보통 교육 마지막 날은 각자 길로 가기 마련인데 글로벌 헤드는 무지 업무 욕심이 많은지 오전에 다 사무실에 모이라고 해서 오전에도 교육을 받았다..
뭐 그래도 마지막 날이고 토론식은 아니라서 한결 마음이 편했다. 12시까지 교육 마치고 박수 치고 이제는 빠이빠이. 각자의 길로 갈 시간.
친한 동료는 친척 만나러 뉴욕으로 간다고 하고 나는 개인 여행을 위해 시애틀로 갈 예정이었는데 비행기 시간이 여유있어서 같이 점심 먹고 가기로 했다.
역시 텍사스는 타코의 도시, 숙소 근처에 봐 둔 타코집이 있어서 거기로 가기로 했다. (구글 맵 링크)
물가 비싼 오스틴에서 타코가 맛도 있고 가성비도 좋은 음식같다.
역시나 양도 많아서 많이 남아서 남은 건 싸달라고 했다. 가져가서 시애틀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먼저 공항으로 가는 동료의 짐을 실어주기 위해서 내 가방에 잠깐 올려놨는데 바람이 너무 쎄서 쏟아서 가져가진 못했다.
나는 비행기 시간이 좀 더 남아서 사무실에 돌아가서 시간을 좀 떼우려고 했는데 한국 고객 문제 해결을 너무 열심히 잘 도와줬던 호주 동료를 사무실에서 만났다. 반가워서 오스틴에 어떻게 왔냐니까 금주에 그 팀도 교육을 받았고 오후에 호주로 간다고 하더라.
그래서 같이 우버 타고 공항으로 가기로 해서 사무실에서 일 좀 하다가 냉장고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각자 하나씩 먹고 우버를 불러서 공항으로 출발했다.
근데 공항으로 가다보니 정작 텍사스에서 정통 바베큐를 한 번도 못 먹은걸 깨달았다. 우버 기사한테 여기서 바베큐 못 먹었는데 나중에 먹게 유명한 곳 알려달라고 했더니 가는 길에 있다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잠시후에 기사가 저기가 제일 유명한 곳이고 자기도 너무 좋아하는 곳이라고 하길래 보니 정말 긴 대기줄이 있었다. (구글 맵 링크)
앞으로 살면서 오스틴에 또 올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오면 꼭 가보리라 생각하고 공항에 도착했다.
호주 동료와 잘 가라고 인사하고 시애틀행 비행기를 타는 곳에 가서 체크인을 했는데 예약할 때 국내에서 타고온 항공사와 별도로 예약해서 수하물 비를 따로 지불해야 했다. 아까비.. 나중에 이런 일이 있으면 꼭 다구간으로 예약해서 수하물 비를 아껴야지.
역시 땅이 큰 미국이라 그런가 오스틴에서 시애틀까지는 비행기로 무려 4시간 반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