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 여행기
우버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고 체크인을 한 후에 제일 먼저 한 일은 아시안 식당 검색이었다.
오스틴에서도 그랬지만 시애틀에서도 느끼한 비스킷, 햄버거, 피쉬앤칩스만 내내 먹었더니 국물있는 아시안 요리가 너무 그리웠다.
(예전에는 해외에서 살 자신이 있었지만 나이 들고 보니 음식때문에라도 해외에서 장기 거주는 불가능할거 같다.)
검색후 이름으로 봐서는 중국 식당으로 짐작되는 Fat Mao(구글맵 링크)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식당 이름이 약간 마오쩌뚱에 대한 조롱인가? 싶어서 문화혁명이나 천안문때 해외로 이민한 사람이나 후손이 하나 잠깐 상상했는데 지속되는 궁금증은 아니었다. ㅋㅋ
역시 국물있는 음식을 먹어주니 살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나서 소화도 시킬 겸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사실 벤쿠버에 오니까 좋은게 아시안이 굉장히 많고 좀 더 친화적인것 같은 느낌때문이었다.
트럼프가 재취임하기 얼마전이었지만 댈러스, 오스틴은 아시안으로서 살기 편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뭐 도시마다 주는 느낌과 분위기라는게 있지 않은가.. 두 도시에서 느낀 느낌은 굉장히 보수적이었고 유색 인종에 친화적이 아닌것 같았다. 오스틴은 그나마 힙하다고 했는데도 나는 그리 편하게 느끼질 못했다.
실제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오스틴에서 교육받은 그룹별로 저녁 식사가 있어서 호주에서 온 동료(백인 아저씨)가 거기 참석하려고 걸어가는데 신호가 걸려서 횡단 보도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앞에 있던 백인 로컬이 쳐다보더니 "너 게이같이 생겼는데 나한테서 떨어져" 라고 무례하고 얘기해서 무지 빡쳤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동료는 입사한지 얼마 안 됐고 친하지 않아서 게이 여부는 나도 모르고 그 동료가 게이로 오인할 만한 행동이나 표식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백인 남자한테 그런 소리를 할 정도로 정신나간 인간들을 있는 곳이고 트럼프를 광적으로 숭배하는 곳이다 보니 정작 일때문에 어쩔수 없다면 모르지만 살고 싶은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애틀은 텍사스에 비해서 자유분방하고 유색 인종에 대해서 많이 열려 있는 곳이라지만(실제 스페이스 니들을 보러 간 날 피켓든 사람들과 경찰들이 많아서 왜 그런가 했더니 트럼프 반대 시위더라) 음식이나 문화때문에 사실 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벤쿠버는 길가다가 많은 아시안들과 유색 인종을 만날수 있었고 한국어도 간간히 들려왔을 정도로 좀 열린 도시 느낌이었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서 한국어가 들려도 거기서 먼저 말걸지 않는 이상 못 알아 듣는척 하는 편이다.)
한참을 걷다가 목적지인 푸틴(Poutine) 식당에 도착했다. 현재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캐나다 출신인 영어 교사랑 수업때 가장 그리운 음식이 뭐냐고 하니까 푸틴이라고 해서 궁금해서 가본 것이었다.
푸틴에 다양한 토핑을 추가할 수 있는데 나온 걸 보니 감자 튀김에 그레이비 소스와 치즈를 올린 음식이었다.
양이 무지 많아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먹고 남은건 시애틀에서 남아서 가져온 IPA 와 함께 저녁으로 먹기로 했다.
식당 앞에서 한 입 먹고 걷다가 작은 공원이 나와서 앉아서 먹다가 다시 걸었다.
푸틴이 짜고 기름져서 물을 사러 들어간 슈퍼에서 신기하게 망고스틴을 팔고 있었다.
이제 False Creek 이란 곳에 가서 Granville Island 로 가는 페리를 타러 갔다. 가는 중에 공원도 잠깐 들려주고
부두에서 아래와 같이 생긴 배를 타면 되는데 목적지 따라 선착장이 다르고 왕복일 경우 1달러 할인을 해준다. 처음에 목적지를 잘못 알고 티켓을 사서 거기 가는 배를 탔다가 재구매하고 다시 다른 배를 탔다.
그랜빌 아일랜드에 도착했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도 별로 없고 매장도 썰렁했다.
그랜빌 아일랜드를 구경하고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숙소 근처 식당으로 갔다.
지나가다 보니 멋진 성당이 있어서 찾아보니 벤쿠버 대교구에 있는 성당이었다.
그리고 어느 도시에나 있는 관람을 위한 타워가 저 멀리 보였다. 비싸고 스페이스 니들에 올랐기때문에 벤투버는 패스.
저녁도 아시안 음식이 먹고 싶어서 말레이시안 음식점(구글 맵 링크)으로 갔다.
요일별 할인이 있어서 오늘 할인 대상인 싱가폴 락사로 선택. 스푼으로 들춰보니 넉넉한 닭가슴살과 새우가 보인다. 점심에 이어 저녁으로 그리운 아시안 음식으로 포식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발견한 아크테릭스 매장, 캐나다에서는 좀 쌀까 궁금했지만 늦어서 매장 문을 닫아서 들리지는 못했다.
숙소에 오니 바깥 휴게 공간에는 여전히 불을 피워놨는데 꽤 운치있었다. 불멍은 수렵채집 시절부터 내려온 인간들의 휴식 방법 아니던가. 그리고 뇌가 제대로 쉬고 지식을 인덱싱하려면 이런 멍때리는게 필요한거 같다.
혼자 해외 여행 오면 좀 무리한 일정으로 움직이는 편이다. 비용과 시간때문에 언제 다시 여기를 와보겠나 하는 생각이 가장 크고 벤쿠버같은 대도시는 직접 대중 교통과 도보로 움직여야 제대로 볼수 있는 부분이 많기도 하고 괜히 혼자라서 외로워서 술 마시고 늦잠 자면 손해보는 느낌도 들기때문이다.
오늘도 일찍 일어나서 캐나다의 빽다방인 팀홀튼으로 향했다. (나중에 캐나다 영어 튜터한테 들어서 안 사실인데 미국 회사가 인수해서 이제는 캐나다 회사가 아니란다).
벤쿠버에는 진짜 곳곳에 팀홀튼 매장이 있었는데 심지어 블록마다 있는 곳도 있었다. 한국에도 들어왔다는데 팀홀튼이 가성비로 먹는 브랜드라는데 가격보니 뭐 굳이 한국에서 그걸? 싶어서 한국에서는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가성비 좋은 커피와 도넛, 랩등 간략한 식사를 제공하길래 랩, 도넛 하나와 모닝 커피로 아침을 먹었다.
맛은 저렴한 가격 대비 준수한 맛? 물론 패스트푸드다 보니 건강하진 않고 매일 먹으면 안 되겠지만 여행중에 한끼로는 손색이 없는 것 같다.
해외에서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하면 꼭 화장실을 사용하는게 필수인 것 같다. 보통 공중 화장실이 없거나 빈약하다 보니(노숙자와 마약 중독자 문제때문인 것도 큰 거 같다) 갑자기 생리적인 요구가 있을때 난감해지니 말이다.
밥을 먹고 캐나다 센터로 걸어 갔다. 자전거를 빌려서 스탠리 파크를 갈 예정인데 자전거 대여소중에 하나가 캐나다 센터 근처길래 구경도 할겸 소화도 시킬겸 그리로 걸어가서 한 바퀴 돌았다.
신기하게 부두에 수상기(Seaplane) 이 많이 있었다. 관광객용이기도 하지만 이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와 헬멧을 빌리고 주의 사항과 반납 시간을 듣고 스탠디 파크로 향했다.
가는 길에 점심을 먹기 위해 중국 식당에 들려서 볶음밥을 먹고 아무 생각없이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쓸데없이 빙빙 돌다가 공원에 도착했다.
정말 공원이 무지무지 크더라. 도심 근처에 이런 큰 공원이 있다는게 무지 부러웠다.
사실 자전거를 타고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로 큰 공원이었다.
오는 길에 있던 Morton Park 에 있던 조형물
자전거를 반납하고 개스 타운(GasTown)으로 갔다.
가면 입구에 진짜 증기 기관으로 작동하는 장치가 있는데 동네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도넛과 커피도 하나 사먹고 구경한 다음에 근처에 있는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가다가 웬 퇴역 탱크들이 길에 서 있길래 한 컷.
차이나타운내에 아시안 식료품점이 있어서 잠깐 들렸는데 여러가지 신기한 거 많이 팔더라.
여기서 살면 아시안 음식 먹고 싶어서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숙소 근처에 네팔/히말라야 음식점이 찍어 보았다. 영업은 하지 않아서 어떤 음식인지는 모름.
오늘은 벤쿠버에서 마지막 날, 비행기가 새벽에 출발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것 같은 Capilano Suspension Bridge Park(카필라노 브릿지 공원) 일정을 이른 체크아웃후 가기로 하고 미리 예약해뒀다.
마지막 아침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캐나다식 브랙퍼스트를 시켰는데 괜히 시켰다고 급후회..
양도 많고 느끼하고, 마지막 날이라 방심했구나 후회하고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하고 공원가는 무료 셔틀 버스를 타는 하얏트 호텔로 향했다.
버스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꽤 있었다
이윽고 도착한 카필라노 브릿지 공원, 입구에서 검표를 하고 들어가면 1889년부터 시작했다는 팻말을 볼 수 있다.
스토리 센터에 들어가면 공원 개발 역사를 알수 있다. 19세기에 이 땅을 사서 다리를 설치하고 공원을 만든 기업가 정신이 존경스럽다.
액운을 쫓기 위함인지 입구에도 몇 개 토템이 설치되어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스펜션 다리를 건널수 있다.
중장비도 없던 19세기부터 이 공원을 개발하고 다리를 설치할 생각을 했다는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다리를 지나가는데 중국인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사진을 좀 찍어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어줬더니 나도 찍어준다고 해서 덕분에 사진 몇 장 건졌다.
같이 공원을 걸으면서 잠깐 얘기해 보니 중국의 춘절 휴가를 이용해서 한달 간 미국/캐나다 여행왔고 벤쿠버에서 나랑 반대로 시애틀로 갔다가 뉴욕을 거쳐 보스턴에서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중국에서 그렇게 춘절에 장기 휴가쓰는게 일반적이냐고 물으니까 그렇다고 한다. 어떤 일 하냐고 물어보니 건축 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일한다는데 중국 IT 회사는 무지 빡세게 일한다고 들었는데 건축이라 그런지 신기했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각자의 길을 향해 작별 인사를 했다.
아이를 데려온 가족을 위해 공원에는 저렇게 액티비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았다. 아마 저거 다 모으면 작은 선물을 준다고 한거 같다.
공원을 나가는 길에는 작은 카페와 식당이 있었는데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잠깐 쉬었다.
공원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다시 벤쿠버 시내로 돌아왔다.
어제 못본 캐나타 플레이스도 잠시 둘러 보려고 다시 왔다.
근처에 WaterFront station 이 있는데 여기가 캐나다에서 첫번째 스타벅스 지점이 생긴 곳이라고 한다.
점심은 트럭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길거리 음식답게 엄청 짜고 자극적인 맛이었다.
점심을 먹고 마지막 코스로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와 근처에 있는 Wreck Beach 에 가기로 했다. Wreck Beach 는 누드비치라고 하던데 절대 그걸 바라고 간 것은 아니다.
열심히 버스를 타고 걸어서 도착한 캠퍼스
방학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중국계로 보이는 학생들이 많았다.
대학 교정을 가로 질러 가면 Wreck Beach 로 가는 계단이 나온다.
해변까지는 거리가 꽤 되서 계단을 많이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자 해가 지기 시작했고 예쁜 석양을 볼수 있었다.
해변을 갈매기가 먹이를 찾아서 돌아다니고 있다.
해변을 거닐다 보니 완전히 석양이 졌고 벤쿠버에서 마지막 시간을 아름다운 석양과 함께 보낼수 있었다.
숙소로 가서 짐을 찾고 공항으로 출발하기 위해 계단을 걸어 올라오는데 교정에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행사가 있나? 해서 가까이 가봤더니 그 위치가 석양을 보기 좋은 위치였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서 석양을 보고 있었고 덕분에 나도 또 교정에서 아름다운 석양을 볼수 있었다.
이제 교정을 나와서 버스를 타고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짐 찾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시간이 약간 남아서 시내에서 봐둔 주류 판매점에 들어갔다. 캐나다 와인은 한번도 마셔본 적이 없어서 신기해서 추천할 와인 물어보고 왜 해외(한국이지만)에서 캐나다 와인을 볼수 없는지 물어보니까 포도 농사를 미국이나 칠레, 프랑스처럼 대규모로 하지 않고 그 이유가 땅이 포도 농사에 적당하지 않아서라고 한것 같다.
아뭇튼 레드 와인 하나, 화이트 와인을 하나 사고 숙소로 와서 짐을 찾고 캐리어에 와인을 넣은 후에 대중 교통을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모아놓은 마일리지를 이용해서 귀국선은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하는 호사를 누렸기에 저녁은 라운지에서 제공되는 걸 먹으려고 따로 먹지는 않았다.
벤쿠버 라운지는 꽤 괜찮았다. 무엇보다 좋았던건 누들바가 있었다는 것. 완탕으로 점심에 먹은 샌드위치의 느끼함을 달랠수 있었다.
주류도 다양하게 있었는데 곧 비행기를 탈거라 마시지는 않았다.
비행기에서 본 벤쿠버 시내, 아마 다음에 캐나다 여행 올 일이 있다면 아마 토론토나 다른 도시를 갈테고 일적으로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안녕 벤쿠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