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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남호Dan May 09. 2023

아호(雅號)로 단홍(丹紅)으로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

무언가를 규정한다는 것은, 하나의 틀이 되어 부자유의 기원이 되기도 하지만 어떠한 개념에 안정성을 부여하여, 그것이 나아갈 컨셉과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창업씬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기업을, 그리고 서비스의 이름을 지을 때 그 존재의의를 담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중심으로 파생된 단어와 메타포를 이용하여 예하 요소들의 명칭을 정해나간다. 하지만 정작 그 중심에 있는 '나 자신'이라는 객체에 대해서는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거의 요새는 거의 없다.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아호란 무엇인가?

과거로 시선을 돌려보면, 퇴계(退溪)’나 ‘율곡(栗谷), 추사 김정희, 아산(峨山) 정주영 처럼, 사실 한반도에서는 매우 오랜전부터 멋드러진 제2의 이름을 지어 사용해오고 있었다. 그래서 아호(호)가 무엇인가 하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하는 닉네임 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한다. 

현대로 치자면 일종의 별명과 같은 개념이다. 별명과의 차이점은 타인이 붙일 수도 있으나 자기 자신도 스스로 칭할 수 있다는 것으로, 그 특성으로 미루어 생각하면 작가의 필명, 인터넷에서의 닉네임과 유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중국 당나라 때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그 후 한국에서도 많이 사용하였다고 한다.) 

하여, 스스로에 대해서도 아호를 지어보고 싶었다. 그럼 어떻게 지을까? 옛날사람들은 어떻게 짓는지를 살펴보았더니, 이중 4번째 이상,자세,의지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작명하고 싶었다. 

1. 태어난 고향을 이용하는 방법 
2. 자연을 소재로 한 경우 : (산(山), 봉(峰), 곡(谷), 강(岡), 악(嶽) 등 
3. 어떤 사람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 : 우보(牛步) 걸음걸이가 소처럼 느림
4. 그 사람의 이상, 마음 자세, 의지 등을 나타내는 방법 : 백범(白凡) 김구의 경우나 벼슬에서 물러난 이황은 ‘토계 위쪽에 물러나 거처한다’는 뜻으로 자신의 아호를 퇴계(退溪)로 했다고 한다. - 한경 


Dan Hong ->  단홍(丹紅) 

학부생 시절, 케이큐브벤처스(카카오벤처스의 전신)에 인턴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사내에서 이용할 영어이름이 필요하다고 하여, 당시 여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Dan을 선택하였다. ( VC 업종이다보니,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선지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후 10년 가까이 'Dan Hong' 이라는 이름을 두르고 살아왔다. 하여, 이 이름을 중심으로 'Dan Hong'과 매칭할 한자를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찾은 글자 


'붉을 단' 丹  

해당 글자는 우물 정(井)은 사다리 모양은 광산의 입구를, 가운데의 점은 광산에서 캐려는 붉은 돌인, 단사 본떠 만든 상형자이다. 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리스크를 짊어지고 땅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는 맥락'을 담은 이 글자가 꽤 마음에 들었다. (다른 해석에서는, 어둠을 밝히는 심지라는 해석도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사용되는 단어로는 '단심', '단풍', '단청' 등이 있다.


'붉을 홍' 紅

 고대로부터 붉은 색은 불과 피를 상징하여 제사나 종교적인 의식에서 빠지지 않는 색이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필요했던 것이 '붉은 실' 이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글자가 실 사(糸) + 장인 공(工)인 '붉을 홍' 이다. 工은 장인 공은 어떤 기술을 터득한 사람은 ‘하늘(一)과 땅(一)을 잇는 사람(丨)’을 나타낸다는 해석이 있는데, 이 해석을 내 마음대로 차용하여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빚어내는 붉은 실' 이라고 정의하였다.   


하여, 丹紅(단홍)에 의미를 담아보려 한다.

丹紅
깊게 파고 들어가 진실을 찾고, 이를 세상과 연결해주는 형태를 빚어내는 자   


오늘 명명하고, 의미를 부여한 아호에 부끄럼 없이 살아가는 나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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