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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향 Nov 21. 2020

재충전 중입니다

2020.11.20.금요일

자주 걷다 보니 새로운 것들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마치 엄마 손 잡고 걸어가는 아이가 두리번거리며 관찰하는 것처럼, 나 역시 걸으며 관찰하는 아이가 된다.

오늘은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을 기다리다 기둥 하나를 발견했다. 뭔지 몰라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내년 봄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기 위해 재충전 중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그 자리에서 우리들의 시원한 그늘이 되고자 넓은 천막을 활짝 펴고 있었던 그늘막. 하지만 사람들에게 잊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렇게 잊혔다가 내년이면 또 슬쩍 나타나 기다리는 몇 분 동안 그늘이 되어준다.

그늘막 쉼터는 아스팔트 위에 쇠기둥을 굳게  묻고, 그  위에 야무지게 돌돌 말린 채 겨울잠을 잔다. 나뭇잎 다 떨구고 내년 봄 새싹을 틔우기 위해 겨울잠 자는 나무처럼.




*검색해보니 다양한 문구들이 있다.


겨울 지나 봄이 오는 그날 다시 만나요.
여름이 지나 겨울이 오듯이 우리의 만남도 오네요.
햇살 내리쬐는 여름날 그대의 그늘이 되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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