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 10년째 일하고 있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매일 쓸 때마다 막막한 걸 보면
내공과 연습이 부족함을 깨닫는다.
게으른 탓이다.
소위 '글로 밥먹고 산다'는 이도 그럴진대
이를 업으로 하지않는 직장인들에겐
어떻게 다가올까 싶다.
하지만 '글쟁이'가 모였다는
신문사에서조차 글쓰기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다. 마감시간 즈음 고성(高聲)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 머릿속 생각, 말한 것 옮겨쓰기
"오랜 시간 어렵게 취재한 것을
어떻게 원고지 5~10장에 옮겨 담을 것인가."
기자가 늘 하는 고민이다.
리드(lead, 기사 앞머리)에
생생한 스케치를 담아볼까,'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식의 스트레이트가 좋을까.
딱히 정답은 없다.
현장에서 보고, 취재원에게 캐묻고,
스스로 깊이 고민한 것들을
머릿 속에서 잘 펼쳐내어
한 편의 정돈된 글로 만들면 된다.
말은 쉬운데 이게 참 어렵다.
직장에서의 글쓰기 역시
이 점에선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진부한 말이
요즘들어 마음에 많이 와닿는다.
메신저, 소셜미디어로
하루 대화의 대부분을 대신하는 시대,
전화걸고 받는걸 두려워하는 이가 늘어나는 시대.
대면(對面)의 기회가 사라질수록
잘 정돈된 글이 갖는 힘은 여전히 크다.
# 잘 쓴 글, 옮겨쓰기
신문사 내부에서
서로 추천하고 애용하는 방법은
'잘 쓴 글 필사(筆寫)하기'다.
'글 잘 쓰는 방법이 무엇입니까?' 물으면
열이면 열 '필사'를 꼽는다.
따라하고픈 문장을
손으로 따라 써보는 것만으로(컴퓨터로는 안된다)
문장이 자연스럽게 닮고 어휘력도 좋아진다.
기자를 준비하던 시절엔 신문 사설을 주로 베껴썼다. 주제를 따지기 보다는 읽고나서 '아 잘 썼다' 싶은 걸 따라썼다. 사설은 논리정연하고 주장이 선명하게 드러나서 언론사 입사 준비에 좋았다. 좋아하는 소설가 고 최인호씨의 작품도 종종 베껴썼다.
필사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만든다.
문학적 글쓰기뿐 아니라
기사, 직장 보고서를 쓸 때도 통한다.
# 글쓰기, 모두의 고민
글쓰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낀다.
글쓰기는 학창시절에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점차 일상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되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 유명 로펌의 한 변호사를 만났는데
의외로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본인도 부족함을 느끼고 신입 변호사들의 실력도 영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소위 좋은 대학나오고 공부도 많이 한 사람들이
기본적인 '주술 호응'부터 숱하게 틀리더란 것이다.
"변호사한테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세요?
판사님이 변론 첫 장만 읽고도 감동해야 하는데
첫 문장부터 턱 막히면 재판에서 어떻게 이기겠어요?"
어느 직장이나 글쓰기는 중요할 것이다.
가슴에 아무리 멋진 아이디어를 품고 있어도
글로 잘 풀어내지 못하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 나만의 원칙을 갖자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어보면
강조하는 원칙은 거의 비슷하다.
1. 단문을 쓸 것
2. 불필요한 접속사는 과감히 생략
3. 디테일하게 쓸 것
등이다.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다들 한번씩 들어봤음직한 얘기다.
그런걸 마치 새로운 것인양
다시 소개하고 왜 중요한지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10년째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시간이 절로 글을 나아지게 하지 않는다.
잘 쓰려면 꾸준한 연습 또 연습뿐이라는 사실만
새삼 깨닫게 된다.
그 연습과정을 차근차근 여기에 공유하려고 한다.
필사하고픈 좋은 글감,
글쓰기에 도움될만한 방법들도 올릴 생각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나 또한 다잡기 위해서다.
절실한 사람이 앞서나가면
같은 길을 가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