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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박씨 Sep 25. 2019

나는 언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가? (1)

아직 좋아하는 일 타령을 해도 됩니까??

운동을 꾸준히 하는 만큼이나 하고 싶은게 독서, 영어공부이다.

아침형 인간을 넘어 점점 새벽형 인간으로 바뀌고 있다.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겠으니..나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별로 없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10시 정도엔 자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다시 잡은 책은 '유시민의 글쓰기특강'이다. 논리적인 글쓰기를 원한다면 취향고백과 주장을 구별하라는 것이 작가의 첫번째 메시지다. 오늘은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러니까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본다)


좋아하는 일? vs 잘 하는 일?

진로를 고민하는 취준생이나 이직을 꿈꾸는 30대 초반 정도의 직원들이 늘상 많이 하던 고민이다. 혹시 누군가가 나아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자!라고 조언했었다. 어쨌거나 경쟁력, 조직에서 대체 불가능한 능력이 있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든 세상이니까! 잘하는 일에만 몰두해도 인정 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세상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는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잘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진작에 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보내서 만들어진게 지금의 나니까...


혼자 달리는 1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그려볼 수 있다. 오늘 아침 조깅하다 문득 생각해봤다. '나는 언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가?' 평소 좋아하는 일을 할때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고 믿고 있다. (과학에는 무뇌한이라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리해보니 아래와 같다. (자극의 강도 순)

1. 무대 위

2. 새로운 것을 접했는데(배웠는데), 내가 잘 하는 것 같거나 신세계를 봤을 때

3. 후배를 도와줄 때


무대 위에서의 소~오름을 클라이언트 앞에서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몇 번 무대에서 연주를 했는데, 무대 위에서의 짜릿한 기억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라이브 연주만 모아놓은 플레이리스트를 주로 듣고, 아직도 라이브를 들으면 가끔 소름이 돋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악기는 손에서 놓은 지 오래됐지만 지금하고 있는 에이전시의 기획자 업무 중에는 가장 비슷한 경험이 뭔지를 꼽으라면 PT가 가장 유사하다.


정답이 없다는 광고, 커뮤니케이션 세계.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팔기 위해 팀과 함께 준비하고 마지막 순간에는 철저하게 프리젠테이터가 주도하는 외로운 무대!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프리젠테이터가 진다. 2~3주를 고생해 준비하고 20~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평가를 받는 것도 꼭 닮아 있다. 또 고생했던 기억은 까맣게 잊고 다음 경쟁PT 준비할 사람을 찾으면 기꺼이 손을 들게된다! 즐기지 않으면 절대 오래 못할 일이 맞다. 백미는 PT가 끝나고 걸려온 선정 결과 전화!! 이 순간은 프리젠테이터에겐 금단현상을 한방에 해결해주는 마약(?) 같은 존재다! 다만 짧은 승리의 축제를 즐긴 다음 날부턴 실행에 대한 걱정으로 엄청 괴로운 것은 안비밀..! '아~어떻게 준비하지...'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잘 하니?

슬픈 질문이다. 모르겠다. 그러나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은 한 것 같다. 


광고계 원로 중 최초로 CM Planner라는 직을 만드신 이강우선생님을 인연이 되어 뵐 기회가 많았다. 매주 2시간씩 3달 정도 본인의 이야기를 강의 형식으로 들려주신 적이 있는데..놀란 것은 선생님의 원고였다. 매주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는 만드실 수 없으니 제자에게 부탁을 하는 대신, A4지에 타이핑하신 원고를 들고 오셔서 읽어주셨다. 심지어 농담까지 적어오신다. 지금까지 인상깊게 봤던 PT의 달인, 동방불패 이용찬 대표님의 PT처럼 압도적인 PT는 아니지만 선생님의 진심과 정성이 담겨 있었다.


이때부터 나도 PT할 때 스크립트를 쓰고 있다. 그리고 PT가 끝나면 함께 참석하지 못한 팀에게 원고를 공유해주었다. 스크립트 작성의 가장 큰 장점은 내 스스로 제안 내용이 정리 된다는 점이다. 이야기 할때 어색한 부분, 내 입에 잘 붙지 않는 부분,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뭔지 알 수 있어 실제 PT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잘 하냐구?

3할 타자가 될까? 일부에게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고, 어떤 경우는 핀트가 안 맞았을 것이다. 무대와 PT의 가장 큰 차이는 그것이다. 연주는 내 취향대로 내가 하고 싶은 연주를 하면된다. 관중은 없어도 되고 나혼자 연주해서 녹음해서 유튜브에 올려도 되고...나만 좋으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까지 좋아해 준다면 땡큐고! 


그러나 PT는 전쟁이다! 설득이라는 승리를 얻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오디언스를 설득해야 하고, 승리하지 못하면 전쟁에서 죽는 것 만큼이나 조직과 개인에게 심리적 아픔(데미지)이 크다! 


그래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은 건.. 아직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는 것이다. 

호기심 만큼은 나보다 먼저 죽지 않기를 바란다.


(2편은 새로움에 대한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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