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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psy Jan 08. 2018

현상유지편향과
비-관습적인 디자인

현상유지편향에서 벗어나기

우리는 종종 일이 잔뜩 쌓여있으면, 관습에 따라 별 생각없이 일을 쳐내고는 한다. 심지어 디자인 작업을 할 때조차 그렇다. 나름대로는 작업을 하면서 비-관습적인 디자인을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곤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그런 태도가 유지되진 않는다.

(생각만큼 행동이 따라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흔한 업무량.jpg


너무 자신을 자책하지 말자. 그건 다 '현상유지편향' 때문이다.



현상유지편향


사회과학분야의 많은 연구결과들은 인간의 예측이 불완전하고 편향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의 결정이나 판단도 마찬가지다. ‘현상유지편향’은 타성의 또다른 이름이다. 사람들은 수많은 이유로 인해 현상을 유지하거나 디폴트 옵션을 따르려는 성향을 갖는다.
- [Nudge]


관습에 따라서 일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표현했지만, 사실 ‘현상유지편향’이 들리는 것처럼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극단적인 예로, 만약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관습보다는 반동을 추구한다면, 그 사회는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단 하나의 기술적 진보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좀 더 관습에서 자주 벗어날 필요가 있게 되었다. 특히나 Design Innovative 를 외치는 조직이라면 더욱 더 그러하다(아직까지 한국의 대부분 조직은 전혀 Design Innovative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Risk Taking이 없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어제의 정답이었던 일이, 오늘은 더이상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마치 한시간 전의 1비트코인과 지금의 1비트코인이 수백만원까 차이날 수도 있듯이)


우리는 이러한 편향성이 불러온 재앙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ActiveX와 공인인증서, 유교적-가부장적 문화에서 기인한 수직적인 의사결정구조, 전근대성을 떨치지 못한 군대식 문화 등등. 우리가 의식적으로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저절로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이러한 관습을 타파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관습에 의해 이득을 얻고 있는 자들이 바로 의사결정권자들이었고, 막상 피해를 보고 있는(불편을 겪고 있는) 일반 사용자/ 대중은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기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시도였다. 변화의 시기에 누군가는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변화 없이는 손해정도가 아니라 영구히 도태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관습적인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유지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만약,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이 전통적인 미술교육 (소묘, 회화 등)을 받아본 적이 있다면, 대상을 관찰하는 것 만큼이나 내가 그린 캔버스 위의 형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 또한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그림을 그리다가도 수시로 그림에서 한발짝 떨어져서 투시가 잘못되진 않았는지, 형태가 왜곡되진 않았는지, 그림이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곤 한다. 


미술 뿐 아니라 다른 일을 할 때에도 이런 '한발짝 떨어져 바라보기'의 방법은 유효하다. 아니, 이 방법은 일에 대한 방법론이라기보단 삶의 태도에 가깝다.

방금까지 정신없이 진행하던 일에서 한 발짝 벗어나 새로운 기준으로 생각해보는 것. 거의 완성단계까지 완료한 작업에서 그 구조를 다시 바라보는 것.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이 과연 '당연한' 것인지 자문해 보는 것.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거꾸로 되짚어 그 이유를 찾아보는 것


이것은 중-단기적으로 보면,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과는 배치되는 행위로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요즘 흔히들 강조하는 ‘무엇이든 일단 하라’라는 정신에 위배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효율의 문제라기보다는 방향의 문제이며, 전복적 사고와 가치판단의 문제에 가깝다.


그렇다고 일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계속해서 생각만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진행해봐야지만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고, 무슨 일이든 맨 처음 계획대로 굴러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마련이다.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는 'don't reinvent the wheel’, 즉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마라’ 라는 말이 있다. (학습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기존에 잘 만들어져 있는 기본적인 것을 다시 만들어보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는 비-관습적인 디자인을 위해,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는 않더라도 과연 바퀴가 최선의 방법인지, 바퀴가 필요한 것은 맞는지 항상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달까지 가려는 여정에서 바퀴는 좋은 수단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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