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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태모의 포랍도 Jul 30. 2022

토크빌과 혼돈의 19세기

[사람과 사상] 7월 29일

1805년 7월 29일,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알렉시스 샤를르 앙리 클레렐 (Alexis Charles Henri Clérel)이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의 자제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가 토크빌 백작이었기 때문에, 그도 "comte de Tocqueville"이라는 이름을 물려받았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가 흔히 토크빌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정치가이자 사상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다.


(토크빌은 백작 칭호를 사용하는 것은 거부했지만, 귀족 출신으로 누릴 수 있었던 특권들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노르망디에는 아직도 토크빌 성이 있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후사가 없었기 때문에 성은 그의 남동생의 후손들에게 상속되었다.)

 

Château de Tocqueville


토크빌이 살았던 시기는 가히 혁명의 시대였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대혁명으로 부르봉 왕정이 무너진 뒤 프랑스는 여러 정치 실험과 혼란을 경험했다. 입헌 공화정이 들어섰다가 쟈코뱅의 공포정치가 곧 시작되었고, 테르미도르 반동으로 전세가 역전되더니 결국 나폴레옹이 등장하여 제정을 건설했다. 나폴레옹이 물러나며 부르봉 왕정이 재건되는가 싶더니 곧 오를레앙 공 루이-필립에 의해 부르주아 입헌군주제가 실험되었다. 1848년 혁명으로 이 체제가 다시 무너지고 곧 공화정이 시작되었으나, 대통령으로 선출된 나폴레옹의 조카 루이 나폴레옹이 스스로를 나폴레옹 3세로 선포, 프랑스는 다시 제정으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혼란은 보불전쟁 뒤 제3 공화국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19세기 초중반을 살았던 토크빌은 이 혼란의 일부를 몸소 체험했다. 그는 여러 정치체들의 설립과 전복이 계속되는 와중에 꾸준히 진행되던 사회의 민주화를 포착했다. 토크빌은 민주주의의 흐름을 무작정 외면하거나 그것에 섣불리 열광하지 않았다. 그가 여타 귀족 출신 사상가/정치가들과 급진 개혁가들 모두와 다른 대목이다. 토크빌의 관찰과 통찰 역시 물론 여러 한계가 있지만, 추상적인 정치/사회 이론 고안에 목적을 두지 않고 정치 현실을 제대로 목도하고자 한 그가 남긴 여러 대작들은 여전히 읽을 가치가 있다.


그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꼽히는 것은 물론 <미국의 민주주의>다. 토크빌은 1831년 5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친구 구스타브 드 보몽과 함께 미국을 방문, 시찰한다. 맡은 임무는 당시 미국의 선진 감옥 시스템을 보고 배우는 일이었지만, 토크빌은 뉴 잉글랜드 지역에서부터 뉴 올리언스, 또 미시간 호 서안까지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미국 사회 전반을 관찰한다. 귀국 후 1835년에 미국 사회 전반과 미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점과 결점을 강조한 <미국의 민주주의> 1권을 출판했고, 1840년에는 민주주의에 대한 신중한 분석과 미래에 대한 예측을 담은 2권을 출판했다.


1835년에 출판된  <미국의 민주주의> 초판 표지



상대적으로  알려진 책이지만 그의 대단히 뛰어난 통찰을   있는 책으로는 사후 출간된 <회상> 꼽을  있다.  책은 1848 프랑스혁명 당시 상황을  그대로 '회상'하여 기록한 것인데, 그가  책의 출판을 본인의 사후로 지정해 놓았다는 사실은 그가 집필 당시 염두에  독자들이 당대의 사람들이 아닌 후대였다는 것을 암시한다. 1848 혁명이 일어났을 , 토크빌은 군주제 자체를 옹호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당시 특수한 맥락에서는 입헌군주제가 대통령제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제가 역설적으로 오히려 제정의 부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예측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루이 나폴레옹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쿠데타를 통해 2제정을 시작했으니 토크빌의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었다. 급진 혁명 세력무장봉기로 입헌군주제를 무너뜨리는 정국에서 중산층과 농민들은 소위 '진보' 세력에게 지지를 보내는 대신에 그들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 주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선 루이 나폴레옹에게 힘을 실어  것이다.



토크빌 세상을 떠난 지 한참 뒤인 1893년에 출간된 그의 <회상>



 외에도 토크빌은 <회상>에서 파국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는 (통찰력 있는) 정치가의 비극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책이 <미국의 민주주의> <구체제와 혁명> 함께 널리 읽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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