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프로젝트> ⑧ 아리아나 허핑턴
2005년 《허핑턴포스트 The Huffington Post》(지금은 허프포스트 HuffPost)라는 온라인 매체가 혜성처럼 등장하자, 이후 미디어계의 판도는 완전히 뒤흔들리게 된다. 공룡으로 불리던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과 같은 레거시 미디어들을 밀치고 수집과 큐레이션을 무기로 ‘링크’의 개념을 뉴스에 접목시킨 이 신종 온라인 미디어의 거침없는 도약에 사람들은 “언론의 미래를 보여준다”며 환호했다.
《허핑턴포스트》의 시작과 번영의 한가운데에는 아리아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 1950~)이라는 전사가 있다. 2009년 《타임》은 그를 ‘웹의 새로운 예언자’라고 명명했고, 《포브스》는 2009년 미디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목록에 그를 12위로 올렸다.
또한 《허핑턴포스트》는 2005년 설립 후 2011년에는 미국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AOL이 3억 15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고, 2012년에는 미국 민간 디지털 미디어 기업들 중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2014년부터 한겨레신문과 한국어 서비스(www.huffingtonpost.kr)를 시작했다. 2016년 방문자수가 월 1억5000만 명 가량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던 해에 아리아나 허핑턴은 공식적으로 《허핑턴포스트》를 떠났고, 회사는 2017년 《허프포스트》로 브랜드명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위키피디아 참조
아리아나 허핑턴은 그리스 아테네 태생으로, 본명은 아리아나 스타시노풀루(Αριάννα Στασινοπούλου, Ariánna Stasinopoúlou)이다.
지역 신문사를 경영했던 아버지가 빚더미에 오르자 부모는 이혼을 했고, 침실 하나짜리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함께해야 하는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으로 16세에 과감하게 영국으로 이주, 1971년 케임브리지대학에 입학하여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는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여러 권의 책을 쓰고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1986년에는 공화당 하원의원인 마이클 허핑턴과 결혼하여 그의 성을 받아 ‘아리아나 허핑턴’이 된다.
작가로 시작했지만 이후 방송, 출판, 각종 미디어 해설, 창업 벤처 등 여러 분야에 뛰어들면서(2003년엔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나가 아놀드 슈왈제네거에 패해 낙선하기도 했다) 그녀만의 사업가 정신과 미래를 보는 혜안이 합쳐져 마침내 ‘허핑턴포스트’를 만들게 된다. 아리아나 허핑턴은 이제 《타임》 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이자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이 되었을 뿐 아니라, 강력한 사회적 인플루언서 그 자체가 되었다.
가난한 그리스 이민자에서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아리아나 허핑턴은 인생의 곳곳에 매복되어 있던 두려움을 뚫고 난관을 점핑, 한 단계씩 스스로를 높여갈 줄 아는 특별한 역량을 매번 보여주었다.
“2007년 4월 6일, 나는 피를 흥건히 흘린 채 홈오피스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책상에서 일어서려다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고 눈가가 찢어졌으며, 광대뼈가 부러졌다.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실신한 것이다. … 나는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에 18시간을 일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기사 범위를 넓히며 투자자들을 끌어오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 대가로 내 삶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성공을 판단하는 전통적인 기준, 즉 돈과 권력에서 보면 나는 분명히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성공을 온당하게 정의하면, 성공한 삶을 사는 게 아니었다.”(『제3의 성공』, 8~9면)
운이 좋은 사람은 지나치게 늦지 않을 때 ‘결정타’를 맞는다고 한다. 아리아나 허핑턴은 인생의 최고점이자 경력의 정점에서 건강의 적신호라는 결정타를 맞는다. 병원 대기실에서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바람직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고, 돈과 권력은 다리가 둘뿐인 의자와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럼 무엇이 더 필요한가?
이런 고민 끝에 나온 책이 바로 『제3의 성공』(Thrive, 2014, 김영사)이다.
“성공이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당연히 각자마다 다르겠지만,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한 기준이 아니라 각자의 가치관과 목적에 따라 삶과 성공이 재정의되어야 한다.”(196면)
‘웰빙, 지혜, 경이로움, 베풂’을 성공의 제3의 기준으로 정의한 이 책은 끊임없는 시간기근(time famine)과 조급증,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했다. 충분한 수면과 바른 식습관, 운동, 명상과 요가, 마음챙김과 심호흡, 낮잠, 걷기 등 뉴에이지의 산물이자 반(反)문화의 일부로 여겨졌던 것들이 이제는 진정한 웰빙은 물론이고 업무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또한 아테네의 지혜의 여신 후예답게 직관과 내면의 지혜를 실생활에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죽음을 앞두고 온 가족과 집 거실에 둘러앉아 포도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예를 들면서 삶의 경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웰빙과 지혜와 경이가 개인적인 부름에 대한 응답이라면, 인류를 향한 부름에 대한 응답으로 봉사하는 마음, 연민과 이타심으로 조건 없이 베푸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의 마지막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책에는 부록으로 집중력에 도움을 주는 애플리케이션, 베풂과 봉사의 웹사이트 리스트 등 최신 과학연구 보고서, 통계자료, 사례 등을 꼼꼼하게 실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나 또한 회사생활에서 몹시 스트레스받을 시기에 이 책 『제3의 성공』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요가를 시작했고, 건강한 삶에 대해 고민했으며, 뭔가 더 잘 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구절은 표시해 놨다가 반드시 따라 적는 버릇이 있는데, 이 책은 너무 밑줄 친 것이 많아 받아적느라 아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북 리뷰 https://book.interpark.com/blog/azul1/3900312
아리아나 허핑턴은 2년 뒤 ‘제3의 성공’을 실현하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수면 혁명』(The Sleep Revolution, 2016, 민음사)은 숙면과 성공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서 잠이 성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착각에 반기를 들고, 진정으로 ‘잘살고’ ‘성공하고’ 싶다면 숙면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아리아나 허핑턴은 그동안 생각했던 제3의 성공을 실현하기 위해 2016년에 스타트업 기업인 ‘Thrive Global’을 설립하고 《허핑턴포스트》를 떠난다. 스트레스와 번아웃의 전염을 종식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이 새로운 유형의 기업은 개인과 회사, 커뮤니티 등에 지속가능한 과학기반 솔루션을 제공하여 구성원들의 웰빙을 유도하고, 성과 또한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번아웃이 마치 성공의 또 다른 이름인냥 당연시되는 풍토에 일침을 가하면서 웰빙을 우선시할 때 의사 결정이나 창의성, 생산성 등이 얼마나 극적으로 향상되는지 직접 보여주고자 했다.
Thrive Global 웹사이트(https://thriveglobal.com/)에 들어가 보면 웰빙, 지혜, 경이, 목적, 잠, 특별세션, 지역사회라는 카테고리 안에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Thrive(번성하다, 번창하다, 잘 자라다의 뜻)
이제 아리아나 허핑턴은 미디어 여제에서 탈진한 현대인들에게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번영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웰빙의 구루가 된 것이다.
그리스에서 자랄 때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는, 그리스 시인 콘스탄틴 카바피의 <이타카>였다. 아가피(여동생)와 나는 시에 담긴 뜻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 시를 외웠다. 그 시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대가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제3의 성공』, 124면)
아리아나 허핑턴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늘 “그리스는 내 이야기가 시작된 곳”이라고 말하곤 한다. “《Thrive》는 그리스 철학을 기반으로 합니다. 《Thrive》의 중심에는 고대 철학자들이 제기한 질문들이 있습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의 의미는 오늘날 성공으로 번역되어 돈과 권력이라는 두 가지 측정 기준으로 축소되었지만, 그리스어에 담긴 뜻으로 해석하자면 그 의미를 보다 확대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에우데모니아(eudemonia)는 행복감, 충만함으로 번역되는데, 그리스어에서는 훨씬 더 깊고, 훨씬 더 많은 성취와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 개념을 ‘Thrive’로 번역했다고 한다.
아타락시아(ataraxia)는 에피쿠로스(Epikuros)학파의 중심 사상으로 행복의 필수 조건이며 철학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는데,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평온한 상태로 내면의 힘과 회복, 평화와 지혜를 의미한다.
또 외부인에 대한 환대와 사랑하는 마음을 뜻하는 필록세니아(philoxenia)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쉽게 하고 친구와 낯선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 것으로서 인생을 훌륭하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아리아나 허핑턴이 젊은 세대에게 주는 3가지 인생 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Don’t be afraid to fail)
둘째, 당신에 맞게 성공의 의미를 재정의하십시오.(Redefine success on your terms)
셋째, 당신이 누구인지 그 본질을 계속 지켜나가십시오.(And finally, stay connected to the essence of who you are)
- 2014.12.29., 《Insider Athens》과의 인터뷰 중
- 아리아나 허핑턴의 <트위터>
Mother. Sister. @HuffPost Founder. Founder & CEO of @Thrive Global whose
mission is to end the stress and burnout epidemic. thriveglobal.com
(2,82.4만 팔로워)
- 아리아나 허핑턴의 <링크드인> https://www.linkedin.com/in/ariannahuffington/
팔로워 10,030,350명(2021.11.23. 기준)
- 아리아나 허핑턴의 아네테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tUj5LkqsHMg
⒞표지사진 출처 : HuffPost Greece는 아테네에 기반을 두고 2014년 11월에 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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