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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Han Jun 03. 2021

그리스가 내게로 왔다

<Greece Project 1>  그리스가 내게로 왔다

어느 날 문득, 그리스가 내게 왔다. 그리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 처음이었다. 그리스어를 혼자 공부해 보기로 했다. 언어를 배우면서 그리스의 다양한 모습들을 만나게 되었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왜 여태 몰랐을까. 그리스에 가야만 했다. 코비드-19로 인해 진공의 시간을 맞게 되었고, 이때다! 하고 본격적인 그리스 가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되었다.


<그리스 프로젝트 1> 

1. 그리스가 내게 왔다

2. 내가 좋아하는, 현대 그리스의 사람, 예술, 풍류

3. 그리스에 가기 위해     


<그리스 프로젝트 2> 직접 그리스에 발 닿은 후 만난 사람들과 생활, 현대예술, 여행에 대한 기록으로 채워질 것이다. 

아테네에 있는 오나시스 컬처럴센터 ONASSIS STEGI, ATHENS, GREECE https://www.onassis.org




어느 날, 그야말로 문득, 그리스가 내게로 왔다.

그동안 그리스는 고대 신화의 나라이거나 산토리니같이 예쁜 관광지의 느낌 정도로만 기억되었고, 기회가 된다면 좋겠지만 굳이 가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땅이었다. 그리스 말고도 가야 할 곳은 너무나 많았고, 옆 나라인 이탈리아나 멀리 포르투갈에까지 그토록 열광하며 찾아가곤 했는데, 그리스에는 왜 그토록 감흥이 없었던 것일까, 지금 생각하니 의아할 지경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이후일 것이다. 내 맘속에 그리스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처음 꿈틀댄 것이. 

2015년 페트릭 리 퍼머의 <그리스의 끝, 마니>를 읽었다. 돌아가신 황현산 선생님이 어떤 인터뷰에서1) 꼭 읽어야 할 책을 권해 달라는 말에 두말 않고 이 책 <그리스의 끝, 마니>와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의 <브리타뉴>를 소개하는 걸 읽은 적 있다. 피상적인 지식에 머물지 않고 현상을 깊이 들여다보는 책이라고…. 곧바로 두 권을 샀고, 읽었다. 그리스 발칸 반도나 다뉴브/브리타뉴 강을 품은 중부나 동부 유럽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던 나에게 새삼 알 수 없는 묘한 그리움이 샘솟았다. 특히 노란 표지에 515면에 달하는 <그리스의 끝, 마니>는 흔히 들어서 알고 있는 아테네나 에게해의 그리스가 아니라, 그리스 서쪽의 지중해를 향해 삼지창처럼 뻗은 펠로폰네소스 반도 중에서도 가운데 반도인 ‘마니’라 불리는 지역을 통해 세상의 끝과 같은 황폐함과 막막함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카잔차키스가 진짜 조르바와 함께 마니 지역에 한동안 살았다고 하고, <파타고니아>의 여행작가 브루스 채트윈도 마니를 즐겨 찾아 유골을 마니에 뿌려 달라고 했다 하는데, 그 유골을 뿌린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 패트릭 리 퍼머라고 한다. 그만큼 진짜 여행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혹적인 곳이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래, 마니에 한번 가보자. 뜨거운 지중해의 햇살, 올리브 나무만이 간신히 붙들고 있는 사막같은 민둥산, 중심에서 소외된 마을과 사람들, 그 적막한 고요의 아름다움을 한번 만나보자.  

    



2016년 무렵 베를린으로 여행 간 적이 있다. 한참 베를린에서도 미테 Mitte 지구를 중심으로 아래쪽 크라우츠베르크 Kruezberg로 뻗어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화두가 되던 시기였는데, 현지의 예술가들이 하는 말이, 베를린은 이제 집세가 너무 비싸져 매력이 없다고, 대신 물가가 싸고 예술환경이 훌륭한 포르투갈이나 그리스로 작가들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황무지도 유의미한 작업공간으로 만들어낼 줄 아는 작가들의 놀라운 감각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그 말을 듣자마자 아테네에도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테네는 새로운 베를린(Athens is a new Berlin)으로 부각되고 있었다.(실제로 2017년에 카셀 도쿠멘타 Documenta가 "아테네에서 배우기 Learning From Athens"라는 제목으로 카셀과 아테네 두 도시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마니에서 시작된 그리스에 대한 생각들은 조금씩 구체적인 희망을 지닌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20년쯤엔 그리스로 휴가를 가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코로나-19의 펜데믹이 시작되었고, 그리스는커녕 세상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리스 여행 준비나 하자, 는 마음으로 그리스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태어나 처음 보는 그리스-슬라브어 계통의 이 언어는 “It’s all Greek to me”란 말이 왜 생겼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어려웠고, 도무지 알파벳에서부터 진도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은 더 큰 관심으로, 사랑은 더 큰 사랑으로 뻗어나가듯 조금 알던 그리스가 어느새 내 맘속에 달덩이처럼 커졌고, 알게 된 것, 알고 싶은 것은 나날이 커져만 가고 있다.       


나의 <그리스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언제쯤 가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리스로 가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그동안 독특한 울림으로 커져 간 그리스에 대한 생각들이 나의 <그리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아마도 그리스에 진짜 도착하면 다시 열리지 않을까?  




1)

주간경향, 2015.6.5.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 황현산 “다르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 꼭 읽어야 할 책을 권해 주십시오.

“제가 꼭 읽으라고 권하는 책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입니다. 살아 있는 자기를 어떻게 성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 책 속에 가장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방랑 학자 패트릭 리 퍼머가 쓴 펠로폰네소스 남쪽 오지의 답사기 <그리스의 끝, 마니>도 추천합니다. 발칸반도의 역사, 문명, 문화를 정말 치밀하게 쓴 책입니다. 저도 서양학을 공부한 사람인데, 내가 서양에 대해 아는 게 무엇이었던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최근에 나온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의 <다뉴브>도 좋습니다. 이 책들은 피상적인 지식에 머물지 않고 현상을 깊이 들여다보는 책들입니다.”     

-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1505261843511&pt=nv#csidxf30bd4741ed79e0bd9c05187b5d72dd

2) 표지사진 출처 : 그리스 히드라섬 오픈 하우스 https://openhouse-magazine.com/hydra-art-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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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azul24/22237542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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