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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urney Han Jul 18. 2021

The Trip to Greece

<그리스 프로젝트> ⑤ The Trip to Greece


모든 여행은 결국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다



7월 8일에 개봉한 영화 <트립 투 그리스>(The Trip to Greece, 2020)는 작년부터 언제 나오나 하고 기다렸었는데(시절이 시절인 만큼 개봉 안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드디어 1년 만에 극장에 올라왔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가서 관람한 영화다. (아마도 여름 그리스 여행을 대신할 바캉스 영화로 소개하고 싶었겠으나 이마저도 더 심각해진 거리두기로 인해 실패한 듯하여 마음이 많이 아프다.) 


마이클 윈터바텀(Michael Winterbottom) 감독의 <더 트립> 시리즈가 있다. 영국 BBC의 TV물로 제작되었지만 장편영화로도 만들어져 토론토영화제와 선댄스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국제 영화제에 초연되어 호평을 얻은 바 있는 이 시리즈물은 각각 <트립 투 잉글랜드>(2010), <트립 투 이탈리아>(2014), <트립 투 스페인>(2017), 그리고 <트립 투 그리스>(2020)라는 이름으로 10년 동안 4편의 영화로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는 2015년 전주국제영화제에 <트립 투 이탈리아>가 처음으로 소개된 이후로 연속 상연되었다.)      


지금은 콤비가 되어버린 영국의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스티브 쿠건(Steve Coogan)과 롭 브라이든(Rob Brydon)은 「옵저버」 지의 요청으로 북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를 각각 윌리엄 워즈워스, 바이런과 셸리, 세르반테스(돈키호테), 호메로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을 하게 된다. 문학과 역사, 예술과 철학을 유머와 대화, 노래 등으로 풀어가는 두 중년 남성들의 여정은 관객들에게 그야말로 ‘아는 만큼’의 재미를 안겨주는 흔치 않은 지식인 영화의 전형을 띤다. 아마 우디 앨런 이후로 가장 지적 수다로 가득 찬 영화로 손꼽아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한편 이 영화는 6일 동안 6개 지역의 유명 (미슐랭)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미식여행기이기도 한데, 누구라도 보는 내내 아름다운 풍광과 환상적인 음식에 눈과 마음을 기어이 뺏기고야 마는, 그냥 화면만 바라봐도 가슴이 설레고 여행에 동참한 느낌이 나는 매력적인 여행영화라 할 것이다.

      

<더 트립> (2020) 이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두 번째는 <트립 투 이탈리아>(2014), 2015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


<트립 투 스페인>(2017)에 이어 <트립 투 그리스>(2020)는 이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10년 동안 많이 늙었다.^^



<트립 투 그리스>는 서양 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발자취를 따라 6일 동안 그리스의 의미 있는 주요 지역을 따라간다. 『오디세이아 Οδύσσεια』는 『일리아스』의 저자인 시인 호메로스가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10년에 걸친 귀향 모험담을 쓴 서사시로, 지금의 터키 지역인 트로이(터키 북서부의 차나칼레 근처에 있는 히사를리크)에서 고향인 그리스 이타카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오디세우스의 10년 간의 여정. 이 영화에서는 트로이에서 이타카까지 그리스 부분만 따라간다. c)prize



<트립> 시리즈는 배우이자 코미디언, 제작자 등 영국 내 유명세를 타는 두 사람이 6일 동안 간간이 연애도 하고, 농담도 하면서 미식여행과 역사여행을 하는 고정된 플롯을 따라가는데, 이번 그리스 편에서는 전작에 비해 로맨스가 살짝 옅어지고 대신 삶과 죽음, 가족과 고향이라는 주제가 이 시리즈 마지막 작품으로서의 묵직함을 드러내 준다. 어쩌면 햇살 속의 그늘, 밝음 속의 어둠을 표현하기에 드라마의 발상지인 그리스만큼 어울리는 지역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스티브 쿠건은 여행 동안 아들로부터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롭 브라이든은 딸로부터 엄마가 영화 보러 갔다는 말에 누구랑 갔냐며 다그친다. 처음 도착한 보르헤스 섬의 모리아Moria 난민촌은 대규모로 흘러 들어온 시리아 난민들로 넘쳐 나 떠나온 사람들의 위기를 보여준다.

첫날 트로이와 레스보스 섬, 둘째날 아리스토텔레스의 고향인 스타기라와 펠리온, 셋째날 고대도시 델파이와 아테네, 넷째날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에피다우로스, 다섯째날 히드라 섬과 마니 반도, 그리고 여섯째 날 필로스와 케팔로니아 섬에 이어 드디어 오디세우스의 고향 이타카 Ithaca에 도착하기까지 이들은 끊임없이 수다를 떨지만 마음 한곳에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흘러나오고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고뇌를 숨기고 있는 듯하다.


마침내 여행 말미에 스티브 쿠건은 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영국으로 돌아가 전처의 집에 머무르며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롭 브라이든은 영국에 있던 부인을 그리스로 불러 해후한다. 오디세우스가 10년 간의 고행 끝에 고향을 찾았 듯, 두 배우는 10년 동안 4편의 시리즈를 끝내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결국 모든 여행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었던 것이다.



우후후후, 스테인 어라이브, 스테인 어라이브~



한편 이 영화를 보면서 대여섯 번 정도 빵~하고 웃음이 터지거나 큭큭대지 않을 수 없는 씬들이 있는데, 잘난 척 으스대며 자기애의 극치를 보여주는 스티브 쿠겐과 이를 비꼬고 흉내 내기 바쁜 롭 브라이든이 요소요소마다 적절한 비유와 액션으로 영화를 코미디처럼 가볍게 즐기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리스(Greece)’ 하면 영화 <Grease>가 생각난다며 작곡가인 비지스의 리더 Barry Gibb을 소환하거나, 로저 스튜어트의 'Sailing'을 부르고, 더스틴 호프만(로빈슨 부인), 미드나잇 카우보이, 존 슐레진더, 존 보이트, 아놀드 슈왈제네거, 미드나잇 카우보이, 율리시즈와 해리포터 등 밑도 끝도 없이 벌어지는 알쓸신잡류의 이야기들을 따라가 보는 것도 이 영화를 재밌게 보는 방법 중 하나이다.


오디세우스가 10년 간의 고행 끝에 이타카로 돌아왔듯, 두 배우는 10년 동안 4편의 시리즈를 끝내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트립 투 그리스>의 6일 간의 여정과 미식기행 가이드



“그리스에서 한 달을 보낸 것은 가장 마법 같은 경험이었고 우리는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풍경의 아름다움과 다양성, 음식, 놀라운 문화유산, 수정같이 맑은 바다. 나는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 롭 브라이언 Rob Brydon



에피소드1: 트로이와 레스보스

오디세우스의 여정에 따라 영화는 그리스가 아닌 터키 옛 트로이 지역에서 시작한다. 첫 장면의 그림같은 숲속 정원에서의 만찬은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이 가족과 즐겨 간 곳이라 고백한 터키의 ‘Adatepe Ida Blue Hotel’이라고 한다.(instagram/adatepeidablue)


이어 아소스에서 배를 타고 도착한 곳은 레스보스 섬인데, 이 섬은 지금의 ‘레즈비언’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여성 시인 사포가 여러 시인들과 사랑을 나눈 섬으로 유명하다. 지금 이 섬은 몇 년 전부터 대규모로 흘러들어온 시리아 난민촌으로도 폭파 직전인데, 지난해에는 특히 난민촌 화제로 국제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에피소드2 : 스테기라, 할키디키, 펠리온

한때 아테네보다 컸던 고대 스타기라(Stagira)와 할키디키(Halkidiki)를 지나, 숲을 배회한다고 알려진 신화 속 켄타우로스(반인반마)의 지역인 펠리온(Pelion). 두 사람은 <Mamma Mia>를 찍은 펠리온의 Damouchari 해변 카페에서 식사를 한다.



에피소드 3: 델파이와 아테네

고대 델파이 여행을 거쳐 점심을 먹은 곳은 아테네의 주요 항구인 피레우스(Piraeus)에 있는, 2002년에 그리스 음식으로 첫 미슐랭 스타를 받은 Varoulko Seaside(바룰코 씨사이드(varoulko.gr))


숙소인 아테네의 5성급 Hotel Grande Bretagne(marriott.com)에서는 아크로폴리스, 신타그마 광장, 의회, 리카베투스 언덕 및 올림픽 스타디움의 전망이 보인다.



에피소드 4: 에피다우로스

고대 그리스 극장으로 가장 잘 보존된 에피다우로스에서 가면을 쓰고 배우 사진을 찍는다. 이후 히드라 섬으로 가서 바다가 보이는 호화로운 비스트로인 오밀로스(Omilos)에서 식사를 한다.



에피소드 5: 히드라와 마니

히드라는 오랫동안 예술가와 작가를 끌어들인 보헤미안 섬으로 알려졌다(지금은 지나치게 관광화되었지만). 특히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은 주민으로 살았다고 한다. 마니 반도는 여행작가 Patrick Leigh-Fermor의 레지던스로도 유명한 곳이다. 점심 후 디로스(Diros) 동굴을 방문한다.



에피소드 6: 필로스, 케팔로니아, 이타카

그리스 여행의 마지막으로 마니에서 필로스까지 운전하여 간다. 케팔로니아 섬으로 이동한 후 오디세우스와 같은 긴 항해를 이타카에서 끝낸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이 아름다운 정원 레스토랑은 그리스가 아니라, 첫 촬영지인 터키 옛 트로이 지역의 Adatepe Ida Blue Hotel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GB1z6WUtC0

(c)다음영화, © SKY UK LIM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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