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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K Choi Sep 16. 2023

차라리 꿈만 꾸는 게 나았어요

INFP의 중심잡기 - 자기 자신에게 너무 깊게 파고들지 않기

최근들어 중심잡기라는 키워드가 내 삶에 다시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고, 또 나를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것.

내가 안하거나 못한 분야나 일에 대해 그거 쯤이야 나도 하면 할 수 있지-라고 함부로 평가하지 말 것

내가 좋은 환경에 놓여있다는 점을 인지하면서도, 거기서 발전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

스스로에게 너무 집중하지 않으면서도, 나의 마음과 몸의 상태를 잘 파악하는 것.

누군가의 언행이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더라도, 나도 언제든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우선 생각나는 건 이 정도로, 쓰고 보니 나에게는 중심을 잡는다는 건, 결국 메타 인지와 자기 객관화를 성실하게 수행한다는 말로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김병수 교수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말라라는 말을 하기도했다. 근 몇 년사이 MBTI가 유행하는 건, 나도 모르는 내 자신을 알고 싶은 만인의 욕구에서 기인하는데, 김병수교수는 그런 행동이 과해졌을 때 역으로 우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유머, 풍자, 패러독스를 잘 활용하여 자기 자신을 가볍게 만들 줄 아는 것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자기에게 지나치게 집중해서 결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변화시키려고 애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가 더 중요하다. 약하고, 상처 받기 쉽고, 때로는 실수하는 모습도 거부하지 않고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억지로 바꾸려고 하다보면 자기초점적주의의 함정에 또다시 빠져들게 된다.
https://www.etoland.co.kr/plugin/mobile/board.php?bo_table=etoboard02&wr_id=800657


공감가는 부분이다. 몇 년 전, 논문학기 등록을 해두고, 사람들을 만날 일도 없고 2주에 1번 비대면 논문 세미나를 할 때, 강하게 우울감이 왔었다. 나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했고, 거대 담론에 파묻히기도 했다. 반대로 지금처럼 일이 바쁠 때는 나에게 오히려 소홀해서 문제면 문제지,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생각해서 우울감이 오지는 않는다.


애정하응 SF작가 심너울 님의 <꿈만 꾸는게 더 나았어요>에서는 아래와 같이 세계의 중심이 나/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다른 조직으로 바뀔 때의 혼란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하등한 문명에 고급 기술이 들어오는 게 좋은 일이 아니거든. 우주에서 자기가 중심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혼란이 얼마나 클지 생각해보세요. 이 위랑이란 작가는 완전 사기꾼이야. 그걸 이용해서 신처럼 군림하려 든다니까.(p.105)"



한편, 요새 드는 또다른 생각은, 중심을 잡기 위해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돌아보면 나는 예전부터 잠시 볼 사람들에게는 유쾌하고 EEEE처럼 관계를 맺는데, 오히려 오랜 기간 정기적으로 봐야할 사회적 관계들에는 그렇게 에너지를 쓰지 못했다.


요새는 내가 이렇게 느끼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너는 왜 그렇게 사회부적응자처럼 굴어!" 라고 스스로를 꾸짖는 게 아니라, "너는 그렇구나. 그게 너니깐 어쩔 수 없지. 네가 편한대로 행동하되, 사람들과 가까워지지 못해서 느끼는 외로움도 있다는 점만 잘 감안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렴" 이라고 받아들이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INFP에게 사회생활은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일들 투성이다. 그래도 다양한 사람들의 특성과 그 안에서의 역학을 보는 건 여전히 흥미로운 일이며, 그 안에서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날 때의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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