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16.
[좋은 아침.]
어슴푸레한 새벽빛 사이로 하얀빛 하나가 깜빡거린다. 팔 하나를 이불 밖으로 내어 협탁 위를 더듬는다. 가볍지만 적당히 두꺼운 하얀 이불이 마른 소리를 낸다. 고요한 공간을 깨트리는 그 소리가 문득 아름답게 느껴진다. 한번 힘주어 이미 감겨 있는 눈을 더 꼭 감았다 느릿하게 떠본다. 눈꺼풀 너머 진작에 느끼고 있던 빛 하나가 이제 또렷하게 제 기운을 전한다. 도착한 것은 문자 한 통. 기대하기 싫은 그 무언가를 강제로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그 사람으로부터 온 문자다.
그대로 다시 덮으려는데 한번 힘을 잃은 빛이 다시 또렷하게 제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우선 멈췄던 행동을 마저 연결해 협탁 위에 다시 올려둔다. 그리고 이불 밖으로 몸을 일으킨다.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켜본다. 이렇게 기대하기 싫은 그 무언가를 강제로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잠깐 뒷목을 잡고 살짝 주무르며 '귀찮다.’란 생각을 버릇없게 해 본다. 사실 내뱉지도 못할 말이지만 생각조차도 할 수 없다면 조금은 억울할 것 같다.
[밖을 봐. 온통 네가 좋아하는 눈이야.]
빛이 나는 새 문자를 비로소 마주한다. 머리는 아프지만 잠깐의 다정함을 안겨주는 문자다. 침대에서 완전히 나와서는 창가로 다가가 두꺼운 커튼의 한편을 잡고 열어젖혔다. 그렇게 열린 세상은 제 오른손에 쥐고 있는 아주 작은 것보다 더 하이얀 빛을 내뿜는다. 정말 그의 짧은 아침 편지처럼 하얗고, 눈부시고, 반짝거리는 그런 세상.
[고마워.]
답장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이 잠시 멈춘다. 그리고 작은 화면 한가득 이 눈 세상을 담아본다. 네가 주고 내가 받은 눈 세상. 그 무엇보다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눈 세상. 너라는 세상 한 귀퉁이를 도려내 받았으니 나도 나의 세상을 주어야지.
[예쁘다. 눈도, 너도.]
내 세상에 두기엔 아까우리만치 너무나 어여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