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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Dec 20. 2021

졸린 하루

카페 테이블 위 냅킨에 써 갈기는 감각

졸리다. 지금 나는 두 눈을 감고 키보드를 치고 있다. 백스페이스를 누르고자 눈을 잠깐 떼는 것도 버겁다. 옆에서는 상급자가 한숨을 쉬며 키보드를 치고 있지만 나는 이렇게 눈을 감고 있고만 싶다. 잠깐 이렇게 눈을 붙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조금 덜한 느낌이다. 눈두덩이에 들어가는 힘이 너무 버겁다. 옆자리 동료가 텀블러 뚜껑을 닫는 소리가 들린다. 키보드 치는 소리 사이로 달그락거리는 소리. 경쾌하다. 내가 이렇게 키보드를 치고 있으면 파티션 너머 상급자는 내가 열심히 일하는 줄 알겠지만 아니다. 나는 지금 눈을 감은 채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고 너무 졸린 상태다. 이렇게 졸린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잠깐 휴게실에 가서 자다 오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몇 시간이고 내리 자버릴 것만 같고 그렇게 되면 오늘 업무에 지장이 생긴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가지 않는다. 다만 나는 의자에 몸을 조금 더 힘주어 기대고 눈을 꼭 감고 있을 뿐이다.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다. 요즘 너무 피곤한 일 투성이었다. 지난 토요일에 서울을 당일치기로 다녀왔던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목이 너무 뻐근하다. 옆방 동료는 초보운전러의 숙명이라고 한다. 온몸의 긴장 상태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월요병은 덤이다.


요즘 유일한 낙이 뭐가 있더라? 취미 생활도, 좋아하는 가수를 향한 팬 생활도 모두 멈춘 지 오래되었다. 그저 마음 편한 사람과 오래도록 대화를 나누는 밤이 유일한 즐거움인 것 같다. 해가 뜨면 만사가 다 귀찮다. 다 팽개치고 싶다. 그런데 돈을 주는 기관이 있고 나는 돈을 받아야만 하니 지금은 그저 이렇게 눈만 감아 잠깐 쉬면서 생각을 쏟아내고 있을 뿐이다. 지금 나의 피곤함을 이렇게라도 해야만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해소해야만 할 것 같다. 이 글은 정말 쓸데없는 나의 잡념이기 때문에 그 어떤 매거진에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내 브런치 속 매거진을 지정하지 않은 글은 대부분 그런 글들이다. 쓰고는 싶은데 기록이라 말하긴 싫은 순간의 생각. 카페에서 친구가 갑자기 온 전화를 받고 있을 때 앞에서 할 일이 없어 옆에 있던 빳빳한 냅킨 하나 꺼내 모나미 볼펜으로 좋아하는 시구를 무작정 써 내려가 보는 그 정도 감각의 글. 덕분인지 터질 것 같은 머리가 조금씩 식어간다. 이제 눈을 뜨면 우선 새로운 홍차 티백부터 꺼내야지. 아 눈을 뜨기가 너무 싫다. 이대로 자고 싶다. 근데 그러면 안 되니까 눈을 떠야지. 암. 돈 받으려면 눈 떠라. 스스로 채찍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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