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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gSeongKwon Nov 13. 2015

[책Book 01] 발터벤야민의 공부법

<무기로서 글쓰기> pp.237~240


『Walter Benjamin's Archive』 Fig 5.1


 벤야민은 "어떤 생각도 자기도 모른 채 흘려보내지 말 것이며, 외국인 등록 일을 담당하는 관청처럼 자신의 노트를 엄격히 관리할 것"을 주문하면서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따라가지 말고 펜을 뻣뻣하게 굴릴 것"을 요구한다. "말은 생각을 정복하지만 글은 그 생각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착상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글쓰기를 그만"두어서는 안된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경우에는 "이미 써 놓은 것을 깨끗하게 정서"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자신이 쓴 글을 정리하는 동안 비문을 골라내고 논리의 허점을 발견하면서 기대치 않았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의 분위기와 생각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경우에도 글쓰기는 "하루도 거르지 말어야"한다. "그렇지만 몇 주씩 거를 수는 있다." 이미 써 놓은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번이라도 저녁부터 이튿날 훤하게 날이 발을 때까지" 쭉 앉아서 쓰지 않은 작품은 완성품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어떤 외부의 방해도 없이 지속적으로 집중하며 만들어진 문장들 속에 사고와 표현이 가장 정직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편의 글을 마무리할 때는 작업 공간을 바꾸어 새로운 분위기에서 완성하는 것도 좋다. 

 

 이러한 방법들과 더불어 글쓰기는 시작된다. 벤야민이 보기에 집필에는 세 단계가 있는데, 글의 재료를 모으고 생각을 조직하는 사고의 단계, 그것을 문장으로 표현하면서 문체를 구축해가는 단계, 마지막으로 한 편의 글로 완성된 단계이다. 벤야민은 이상의 세 가지 단계를 '죽음'에 비유한다. 무엇인가를 죽이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고, 새로운 것은 태어날 수 없다. "사고는 영감을 죽이고, 문체는 그 사고를 묶으며, 글은 그 문체를 보상해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을 그는 "구상의 데스마스크"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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