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데 하이넨, 이경창, 김동현 /2008 스페이스타임
3장 거울 속의 상
P.124
벤야민이 이해하듯이 사람의 모방(mimiesis) 능력에는 두 측면이 있다. 미메시스의 원 의미에서, 그것은 어린이가 놀이에서 빵 굽는 사람이 되거나 축구 선수가 되는 것처럼, 또는 기차나 당나귀가 되는 것처럼 자신을 어떤 것에 비유하거나 동일화하는 능력과 관계된다. 더 희미한 파생된 형태에서는 명백히 차이가 있는 사물들 사이의 상응과 유사성을 발견하는 능력에서 볼 수 있다. 벤야민이 뜻하는 진정한 '경험'은 미메시스적 몸짓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유사성은 경험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벤야민의 경험이론에 결정적인데, 그는 그 이론에서 경험을 지칭하는 두 독일어 단어인 체험과Erlebnis과 경험Erfahrung을 구분한다. 경험은 삶의 경험을 의미한다. 그것은 개인이 감정, 정보, 사건들을 받아들이는 경험의 통합된 축적에 관련된다. 그런 경험을 축적시키는 능력은 전통의 존재에 많이 빚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경험은 집단적이고 무의식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험은 상응과 유사성을 인지하고 그것들을 실행하는 능력에 관련된다. 이에 반해서, 체험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서로 연관되지 않고 삶의 경험에 통합되지 않는 원자화되고 불연속적인 일련의 순간들로 환원되는 감정에 관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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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은 '경험의 구조'가 변화를 겪는다고 진술함으로써 논의를 시작한다. "거대한 스케일의 산업주의의 황폐한 암흑시대에 있는 문명화된 대중들의 규범화되고 변질되어 버린 삶에서 진실한 경험은 드문 일이 되었다. 왜냐하면 경험은 개인적인 생활뿐만 아니라 집단적인 생활에서 전통의 문제이며, 기억에 굳게 닻을 내린 사실들의 산물이라기보다, 축적되고 종종 무의식적인 기억에서 한 점으로 수렴된 것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p.125
현대성의 특징은 주체의 모방mimetic 능력의 쇠퇴이고, 모방적 능력과 함께 전통의 영향과 경험의 의미가 쇠퇴한 것이다. 일상생활의 조건은 삶의 경험을 획득하는 데 점점 알맞지 않게 된다. 벤야민에 따르면, 실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정반대이다. '뉴스'의 완전한 목적은 독자의 경험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영역에서 현재의 사건들을 차단시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의 처리는 경험의 획득과는 정반대다. 저널리즘의 취재범위는 전통을 창조하는 것과 아무 관련이 없다. 빠른 템포와 풍부한 자극이 있는 도시생활은 이런 발전의 산물이다. 덧없는 것, 감각적인 것, 계속 변화하는 모든 것들은 체험이라는 질서의 일부이다. 반면 경험은 반복과 연속성을 기반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