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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준 Aug 24. 2017

이게 세상이구나

언젠가 한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 싶으면,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보세요." 수업이 끝났고, 나는 서점에 갔다. 분야별로 다양한 책들이 있었다. '이게 세상이구나.' 그 이후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갔다. 

그렇게 수년이 흘렀다. 그런데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도 베스트셀러 코너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만들면서 보니, 이러한 책들을 발행하는 출판사가 많은 경우 대형 출판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 대형 출판사의 자본력은 굉장히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게 세상이구나'

여행을 좋아하게 되면서 여행 코너에 자주 가게 됐다. 또래의 작가들이 쓴 책들이 매대에 올라와있는 것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꼈다. 부러움은 질투를 낳았고, 질투는 어리석게도 열등감으로 이어졌다. 질투와 열등감을 내려놓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매일 같이 여행 코너에 와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내 책을 만들어서 이곳에 올려놓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것은 열등감을 이겨낼 수 있는 내면의 정면승부였으리라. 대충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오랜 기간이 걸렸다. 그 시간들은 생각보다 많은 인내력을 요구했다.

그리고 오늘, 서점에 방문하여 내 책이 매대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반가움, 부끄러움, 울분, 수치심, 열등감, 분노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였다. 책 앞에서 얼굴이 상기돼있는 내 모습을 보고 옆에 있는 사람이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내 감정을 감추기 어려웠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 행복하다는 감정을 오랜만에 느꼈다. 1쇄가 다 팔리면 더 좋겠지만, 안 팔리면 어떠한가. 매대 구석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이 꼭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같지만, 느리더라도 한 걸음씩 걸어가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아 이게 세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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