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mond Chandler: The Big Sleep - 1
레이먼드 챈들러를 읽기 시작한지 한달 정도 지난 것 같다.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8권이 있는데, 5번째 책 "The Little Sister"를 읽고 있다. 진도가 안나가는 이유는 한 페이지도 술이나 담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게 가장 컸다. 열흘 가량 미국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출발하는 비행기에서부터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단 한 줄도 읽지 않았다. 다른 책을 읽을 때보다 담배를 훨씬 많이 핀 것 같다. 비행기에서나 호텔에서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시간이 남을 때에도 딴 짓을 하면 했지 그의 책은 펴 보지도 않았다.
마이클 코널리 소설 지금까지 나온 것을 다 읽고 그냥 고민하다가 책을 펴 들었다. 처음 책이 "The Big Sleep"이었다.
펄프 픽션 쓰는 사람 치고는 절라 문학적이다. 이 책은 The Guardian지의 "The 100 best novels written in English (영어로 쓴 최고의 소설 100권)"의 62번째 책이다. 딱히 문학 작품만 뽑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문학적이다.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허를 찌르는 언어 선택이 사람을 현혹시킨다. 주인공 말로가 스턴우드 장군의 딸 카멘 스턴우드를 만났을 때의 장면이다.
"Tall, aren't you?" she said.
"I didn't mean to be."
Her eyes rounded. She was puzzled. She was thinking. I could see, even on that short acquaintance, that thinking was always going to be a bother to her.
키가 크다는 말에, 말로는 그럴 생각은 없었다고 대답한다. 카멘의 눈이 동그래졌다. 여기에서 챈들러는 "rounded"라는 단어를 선택한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순간에도 그녀에게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골치거리였을 것이라고 알 수 있었다." 여기에서 만나는 "bother"라는 단어. 그는 말한다.
I’m an intellectual snob who happens to have a fondness for the American vernacular, largely because I grew up on Latin and Greek.
(The Big Sleep by Raymond Chandler - 1939)
장군의 입을 빌어 그는 난초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Do you like orchids?"
"Not particularly," I said.
The General half-closed his eyes. "They are nasty things. Their flesh is too much like the flesh of men. And their perfume has the rotten sweetness of a prostitute."
"육체는 너무나도 남자의 육체같고, 향수는 창녀의 썩은 달콤함이 배어 있다." 미국 사투리를 좋아하는 속물 지식인은 난초를 이렇게 생각하는 법이다. 그의 은유가 바로 그렇다. 잘못하면 중독된다.